배경은 아스가르드 고등학교.
아스가르드고교는 동부의 명문 고등학교로 학교 창립자는 아스가르드 그룹의 오딘가문이다.
토르: 아스가르드고교의 12학년으로 모두에게 사랑받는 역전의 쿼터백. 아스가르드그룹의 장남이라는 집안의 배경과 금발의 푸른 눈,근육질의 몸을 가진 토르는 마치 스타가 되기 위해서 태어난 남자. 워낙 주위에서 사랑을 받고 자라다보니 버릇이 없거나 건방진 것은 아닌데 좀 열등감이라던가 하는 마이너스적인 감정들을 이해를 하지 못함. 솔직함을 가장한 무신경한 신경. 그러나 이러한 성격적 결함을 덮어 줄 정도로 다른 것들이 뛰어난 사람. 성적은 중상위권, 돈만 믿고 공부를 안하는 것은 아닌데 운동을 하다 보니 시간이 없고, 그래도 후에 그룹을 물려받아야 하니까 어느 정도 노력을 하는 학생.
로키: 학교에서 눈에 잘 안띄는 학생. 공부는 잘하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방어막을 치고 살아서 친한 사람 한명 없는 사람. 게다가 무슨 일인지 로키를 건드리면 다음 날, 꼭 항상 사고가 일어남. 큰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데 꼭 어딘가 다쳐서 오는거야. 그래서 학생들 사이에서는 로키는 저주받은 아이. 이런 식의 소문이 나돔. 그래도 표면적으로는 언제나 1등에 사고를 친 적이 없는 학생이야. 로키는 현재 장학금을 받고 학교를 다니고 있어. 방학 중 한번 씩 아스가르드 재단과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간의 모임이 이뤄지는데 로키는 어릴 적부터 재단에서 장학금을 받고 다니던 학생이었기에 이 모임에 가야했지. 로키는 이 모임에서도 언제나 낡은 단벌 양복을 입고 멀리서 사람들을 지켜보기만 했어.로키는 가끔씩 토르가족을 보며 웃곤 했지만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고 로키는 단 한 번도 그 가족들에게 다가간 적이 없었어. 그래서 그랬는지 토르는 로키가 재단의 도움을 받는 아이란 건 몰라. 다만 부모님께서 식사 중 간간히 “너희 학교에 다니는 애가 한명 있는데 한번도 1등을 놓친 적이 없더라. 너보다 어린데 말야.” 라고 언급한 적은 있는데 로키인지는 모름. 물론 토르는 로키의 존재에 대해서는 알아. 나름 학교에서 유명인사니까. 그래도 서로 수업도 다르고 토르는 해야 할 일도 많고 신경 쓸 일도 많았기 때문에 로키에 대해 호기심이가긴 했어도 제대로 얼굴 본적 없는 사이였지. 토르가 로키보다 나이가 많지만 로키가 월반을 했기 때문에 학년은 같아.
/
그들이 만난 것은 여름에 열리는 미식축구 전국대회를 앞둔 어느 날이었다. 토르는 자신이 고교시절 마지막으로 뛸 수 있는 경기였기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토르는 미식축구는 할 수 없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 왜냐하면 자신은 거대그룹인 아스가르드 그룹을 이끌어야 할 몸이니까. 후계자수업은 지금도 받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받아야했기 때문에 이런 취미생활 따위 접어야했어. 그래도 아직은 미식축구에 대한 애정을 버릴 수 없었지. 토르는 그래서 전국대회를 앞두고도 흥분과 즐거움 보다는 짜증이 나있었지. 토르는 그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수업중이었지만 몰래 수업을 빠져나와 락커룸에 들어가 추억을 되짚었지. 그런데 바로 그때 토르가 있던 락커룸으로 로키가 들어왔어. 창백한 얼굴로 비틀거리면서 락커룸에 들어온 로키는 토르를 보지 못했는지 쓰레기통안에 고개를 들이박고 구토를 하기 시작했어. 토르는 그 소리에 불쾌해졌지만 그래도 로키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어제 파티가 있었나봐?"
로키는 뒤도 안돌아보고 등을 두드리는 손을 세차게 내치며 개소리 집어쳐, 라고 소리쳤다. 이렇게 자신에게 날선 반응은 너무 간만이었기에 토르는 좀 놀랐다. 토르는 그래도 꿋꿋하게 로키의 등을 문지르면서 어디 아파? 안색이 말이 아니야. 라고 하니까 로키가 다시 짜증을 내면서 돌아보다가 그 상대가 토르라는 걸 알고 놀래. 토르는 속으로 아, 그래도 이놈이 내가 토르라는 건 아나보지? 역시 난 줄 모르고 그랬던거였군. 이란 생각을 하면서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으며 수건을 건네.
"여기, 이걸로 닦아도 좋아."
로키는 토르가 건네주는 수건을 받지 않고 인상을 찌푸리다가 자신의 소매로 입을 닦더니 말을 해.
"미안, 니가 여기 있는 줄 몰랐어."
분명 말로는 미안하다고 하지만 로키의 인상이나 말투는 니가 여기에 있는 걸 알았다면 오지 않았을거다, 라는 말투였어. 그렇게 로키가 나가려는데 다리가 휘청이며 쓰러질뻔해. 그런 로키의 어깨를 붙잡고 토르가 이봐, 좀 쉬는 게 어떻겠어? 라며 벤치에 앉혀. 로키는 힘없이 앉으면서도 토르에게 비아냥 거리면서 이야기해.
"오우 아스가르드의 왕자님은 정말 친절하시군."
"약자에게는 배려하라는 교육을 받았으니까."
"누가 약자야."
로키는 조금 화를 냈어. 그러더니 씩 웃으면서 토르의 얼굴에 바짝 붙어서 말을 했어.
"왕자님. 아스가르드에 마녀가 있다는 소리는 못 들었나봐?"
로키의 녹색 눈동자에 빨려들어갈 것 같다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토르는 가까이 다가온 로키를 밀쳤어.
"뭐, 건드리면 다친다는 이야기? 하! 나는 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믿지 않아. 여튼 불쾌하군. 도와주려는 사람에게 무례하게 굴다니."
화를 내며 나가려는 토르의 뒤에서 로키가 말을 했어.
"...체육시간에 몸이 갑자기 안좋아져서 사람이 없는 곳을 찾다보니 이곳까지 오게 된거야. 그리고...이런 약한 꼴을 보여주기 싫어서 그렇게 말한거고. 내가 생각이 짧았어."
순순히 사과해오는 로키에게 토르는 머쓱해졌어.
"아니다. 내가 배려를 하지 못했던것 같군."
토르는 다시 로키의 옆에 앉았어. 로키는 숨을 들이셨다 내쉬면서 안정을 하려고 노력을 해. 그런 로키를 보던 토르는 어디 병이 있나? 라고 묻고 싶었지만 또 로키가 화를 낼 것 같아서 가만히 있었어. 대신 로키를 자세히 관찰하려고 했지. 하얀 얼굴과 까만 머리카락과 내리깐 속눈썹이 꽤 길어 마녀라기보다는 백설공주 아니야? 란 웃기는 생각도 해보는데 로키가 좀 안정이 됐는지 다시 말을 해.
"여튼, 왕자님 고마워. 내 이름은 로키야."
로키를 지켜본 것을 들킨 것 같아서 허둥되면서 토르가 말했어.
"어? 아 그래. 내 이름은..."
로키가 토르의 말을 딱 끊으며 말해.
"토르. 알어. 유명인사잖아. 아스가르드 그룹의 왕자님."
토르는 아까부터 자신을 왕자님이라는 우스꽝스러운 별명으로 부르는 로키에게 서운한 마음으로 쏘아붙여.
"너도 만만찮게 유명하지 않나?"
"뭐? 마녀? 다 헛소문이야. 너가 아까 말했 듯."
"나도 왕자님따위가 아닌걸."
약간 시무룩해보이는 토르에게 로키가 웃으면서 말해.
"아스가르드 그룹의 첫째에 지난 경기에서 승리를 가져다 준 역전의 용사가 현대의 왕자님이지 뭐야."
로키가 비웃는 것이 아니라 정말 환하게 웃어보이는 모습에 토르는 자기도 모르게 큰소리로 말을 했어.
"혹시 나한테 관심있어?"
로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어. 토르는 일어선 로키가 자신과 눈높이가 얼추 맞다는 것에도 놀래. 그런 토르의 배에 로키가 주먹을 찔러넣었어.
"한순간이라도 괜찮은 놈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였지."
몸을 숙인 자신을 지나치는 로키를 보며 키가 생각보다 크군. 토르는 그런 멍청한 생각밖에 하지 못했어.
/
로키는 토르를 싫어했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가지고 있는 토르를 볼때마다 화가 났다. 게다가 그린 듯 아름다운 가족이라니. 아스가르드 주최의 파티에 갈 때마다 언제나 숨어있던 이유도 그때문이었어. 로키는 그 가족이 되고 싶었어. 그러나 그러지 못하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어. 그러나 한편으로는 토르를 동경했지. 그런 상반된 감정들 때문에 태양아래 서 있는 것 같은 토르와 그림자에서 숨어다니는 자신을 비교하며 속으로 열등감에 시달렸어. 그랬기에 토르에게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 너무 싫었어. 그런데 자신을 놀리기라도 하듯 자신에게 반했냐며 묻는 토르에게 너무 화가 난거야. 그래서 토르의 배를 주먹으로 있는 힘껏 치고 나온거지. 하지만 로키는 사실 좀 걱정이 됐어. 아무래도 자신의 장학금을 주는 사람이 저놈의 아버지 회사니까. 로키네 집은 무척 가난했기 때문에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학교를 다닐 수 없었어. 아무래도 사립고교다보니 수업료가 장난이 아니니까. 특히 몇 달전부터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시는 바람에 더욱 집안은 힘들어졌다. 로키의 어머니는 사실 그리 좋은 부모는 아니었어. 알콜중독과 도박을 즐겨하던 사치스러운 여자였어. 그러나 로키는 어머니를 이해했어. 어머니는 어릴적부터 아버지를 만나기 전까지는 굉장한 부잣집 막내딸이었어. 오만하며 철부지였고 사치스러웠지. 그러나 예술가인 아버지를 만나고 자신은 사랑에 빠졌다면서 가출을 하고 결혼을 해. 로키를 낳고 처음에는 행복했지만 로키의 아버지는 가난한 예술가였기때문에 사랑만으로 살 수없었던 로키의 어머니는 점점 불행해졌지. 그러다가 결국 어머니의 사치스러움과 이기적인 행동들을 이기지 못한 로키의 아버지는 그녀를 떠나가. 결국 로키의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집에서는 그녀를 받아주지 않았어. 다만 꽤 많은 재산을 쥐어주었지. 그러나 그녀는 만족스럽지 못했어. 특히 이혼을 하면서 빠진 도박과 술로 그녀는 그 많던 재산을 탕진하기까지 이르러. 그때에는 이미 부모님도 돌아가셨고 유산상속처리가 끝났기 때문에 그녀는 빈털털이가 되었어. 그녀는 언제나 로키에게 악담을 퍼부었어. 너때문이라고. 너를 낳고서 되는 일이 없었다면서 한탄을 하며 때리기도 했어. 그러나 기분이 좋을 때는 그녀는 자신이 상류사회에서 지냈던 때를 회상하며 로키에게 예법이라던가를 가르쳐주며 자존심을 지키라고도 말해. 그리고 너는 이런 곳에서 있을 애가 아니라고 말을 했어. 특히 로키에게 아스가르드의 회장처럼 되라며 말했어. 로키는 자신의 처지가 우스웠어. 가난했지만 어머니의 교육때문에 자존심을 굽힐 수 없었어. 그래서 로키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언제나 공부를 했어. 그것만이 자신을 지켜줄 무기란 걸 깨달은거야. 그래도 로키는 걱정이 되었지. 자존심과는 별개로 자신의 상황이 시궁창이란 건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로키는 고민을 해 토르에게 사과를 하러 가야할까 말까로. 그렇게 망설이던 로키의 앞에 토르가 나타났다.
"저어..미안해!"
로키는 속으로 빙고! 라고 외치면서도 겉으로는 냉정하게 물었어.
"뭐가 말이지?"
"아니. 그저 나는 니가 나에 대해 너무 잘 아니까...그래서"
이 멍청한 왕자님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았어. 그래서 로키는 한숨을 쉬면서 손을 저어. 토르가 용서해주는거지? 라고 하자 로키는 이때다 싶어서 내가 너 때린 거랑 맞바꾸자. 라고 말하니까 토르가 고개를 저으면서 내가 맞을 짓을 했는걸...이렇게 말했어. 로키는 좀 의외였어. 토르가 그저 오만한 왕자님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순진했던거야. 성격까지 괜찮은 토르에게 더욱 열등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로키는 알겠다고 빨리 자리를 벗어나. 토르는 그런 로키의 뒤에서 손까지 흔들면서 태양을 닮은 미소로 그럼 우리 화해한거지? 라고 소리쳤다.
/
그날 이후로 토르는 로키를 만나면 언제 어디에서나 큰소리로 아는 척을 했어.
"오! 로키! 밥 혼자먹는거야? 우리랑 같이 먹자!"
자신의 무리안에서 치어리더와 함께 밥을 먹고 있으면서도,
"로키! 다음시간이 체육인데 체육복 좀 빌릴 수 있을까?"
자신의 체육복이 맞을리가 없는 걸 알면서도.
"로키! 교장선생님 말이 너무 재미없지?"
"Enough! 이제 그만해!"
로키는 주목받는 것이 너무 싫었지만 학교의 왕자님이랑 엮인 순간부터 평범한 학교생활은 물건너갔다는 것을 알았어. 물론 자신이 다른 의미로 주목받고 있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귀찮을 일은 없었는데 토르와 엮이고나서는 전이라면 자신의 소문때문에 다가오지 못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자꾸 다가오고 게다가 토르의 운동부 친구들은 로키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고 금발의 치어리더들도 로키를 험담하기 시작했어. 차라리 그 전이 훨씬 나았어! 라고 로키는 생각했지. 좋은 성격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사실은 배려심 없는 토르의 성격을 알아차렸지. 그래서 결국 로키는 토르를 끌고 대체 왜 이러냐면서 화를 냈어. 그런 로키에게 토르가 말했어.
"우리 친구가 되자!"
토르가 천진난만하게도 손을 내밀었어. 로키는 갈등했어. 이걸 때려야하나? 로키는 어이가 없었지. 자신과 토르가 친구상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어. 특히 이 아스가르드고교는 상류계층들이 태반이었기 때문에 거의 등급제였어. 그런데 가장 밑바닥의 자신과 가장 위에서 군림하고 있는 토르와? 말도 안되는 이야기였어. 집도 잘사는 금발의 미남 운동부가 로키처럼 가난하지만 공부를 잘하는 애들한테 말을 걸때는 딱 두가지 경우였어. 대리시험이나 과제를 해달라고 부탁아닌 부탁을 하던가 혹은 자신의 길을 막고 있을 때. 그런데 자신과 친구를 하자고 하다니. 이 왕자님은 성격이 좋은 것도 나쁜것도 아니라 그저 멍청한 거라고 생각했어. 이래서 블론드들은 안돼. 라고 로키는 생각했어. 한편 토르는 당황스러웠어. 자신이 이렇게 먼저 친구가 되자고 제안하는데도 좋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로키가 아무 말없이 인상을 찌푸리고 고민하고 있었으니까. 한번도 남에게 거절을 당해본 적 없는 토르는 당황스러움을 넘어서 이제는 좀 두렵기까지 했어. 거절이란 다른 선택지를 생각도 안했는데 말이지. 그렇게 손에 땀이 맺힐 때쯤 로키가 토르의 손에 살짝 손가락을 가졌다가 떼고 말했어.
"...좋아. 친구. 하지만 학교 안에서는 비밀로 해줘."
"어? 대체 왜?"
"...귀찮은 건 딱 질색이니까."
그렇게 로키가 쌩하니 돌아섰어. 토르는 정말로 서로 친구가 된 건지 잘 몰랐지만 자신의 손에 닿았던 로키의 서늘했던 체온을 느끼며 손을 꽉 쥐었어. 토르는 기뻤어. 왠지 진짜 자신의 친구가 생긴 것 같았어.
/
그날 이후 토르는 학교에서 나오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로키와 만나 하교를 해.
첫째날은 로키와 편하게 가기 위해서 그리고 좀 자랑도 하고 싶어서 처음으로 아버지께서 면허를 딴 기념으로 사주신 최신식 부가티 애칭, 묠니르를 몰고 갔었지. 최신식 스포츠카를 보던 로키에게 우렁찬 엔진소리를 들려주기 위해서 시동을 걸면서 뿌듯해했는데 로키는 그저 이마를 손으로 감싸고 돌아섰어. 토르는 뭐가 잘못인지도 모르고 로키를 쫓아가느라 세계에서 제일 빠르다는 스포츠카를 타고서도 제대로 달려보지도 못했지. 둘째날도 혼이 났지. 스포츠카는 싫은가보군. 이란 생각으로 이번에는 기사아저씨를 대동해서 롤스로이스 팬텀을 끌고 나갔는데. 이번에는 쳐다보지도 않고 가버리는 거야. 결국 셋째날이 되서야 토르는 로키에게 쭈볏거리며 다가섰어.
"스포츠카도 기사도 없어. 대체 어떻게 가려는거야? 걸어가려고? 하지만 여기서 집까지 몇 블록이나 떨어져있는 줄 알어?"
그런 토르를 바라보던 로키가 말했어.
"지하철? 아님 버스?"
그날은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기로 했어. 역시 뉴욕의 지하철은 복잡했어. 게다가 토르는 처음 타보는 지하철이었기 때문에 어안이벙벙해졌어. 그런 토르를 보며 피식하고 웃던 로키가 토르에게 지하철을 어떻게 타는 지 알려줘. 표를 끊는 법, 타는 법, 환승하는 곳까지. 처음에는 애처럼 두려워하던 토르가 신이나서 로키에게 자랑까지 해.
"로키 봤지?? 여기다 돈을 넣고! 표를 뽑았어!하하하!"
안 그래도 덩치도 크고 잘생긴 토르는 눈에 띄었는데 주변을 신경쓰지 않고 큰소리로 웃는 토르를 보며 로키는 살짝 창피해지기까지 했어. 하지만 정말 세상물정 모르는 도련님은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거기다가 그렇게 말하는 토르의 미소가 너무 눈부셔서 상관없겠다라는 생각을 했어. 토르의 집과 로키의 집은 정반대였지만 토르가 우겨서 같이 하교를 하자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지하철 초보자인 토르를 위해서 오늘은 로키가 토르의 집 앞까지 데려다줬어. 토르의 대저택은 역시 집의 대문도 컸어. 굉장히 큰 저택은 센트럴파크만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 로키는 토르가 잘 사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큰 저택을 보니 정말 자신과 차이가 나는 부자구나라는 생각에 약간 씁쓸해져. 그런 로키의 기분도 모르고 토르가 약간 민망해하며 말해.
"미안하다. 나는 차를 타고 갈거라고 생각해서...당연히 너를 바래다주는 건 나였어야하는데."
"왜 나를 바래다주는게 당연한거야....여튼 지하철 타자고 우긴건 나니까. 미안해 할 필요없어. 근데 일단 원래 이정도로 정반대에 살면 같이 하교하는 건 무리지 않을까?"
"오! 말도 안돼! 삼일만에 너랑 처음으로 시간을 보냈는데 나보고 그러지 말라고?"
"...됐다. 내가 말을 말아야지. 그나저나 나도 이렇게 긴 거리는 힘들다. 다음부터는 차를 타자. 근데 제발 그 번쩍번쩍한 차들만 부디 빼주길 바래."
"알았어! 로키! 걱정마! 니가 눈에 띄는 걸 싫어한다는 건 알고 있으니까!"
결국 다음날도 토르는 로키와 함께 하교를 하지 못했어. 토르는 제트엔진이라도 달은 것 같은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기때문이야.
/
토르와 로키. 이 어울리지 않는 둘의 우정은 꽤나 급속도로 깊어졌어. 토르는 자기와는 정반대인 로키에게 흥미를 느꼈고 그리고 그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를 하며 사는 지에 대해서 감탄했고 심지어는 존경심까지 들었어. 로키도 토르의 밝은 모습이 좋았어. 그러나 내색은 안하고 있지. 토르와 로키는 학교가 끝나면 학교와 좀 떨어진 곳에서 만나면 공부를 같이 하거나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했어.주로 이야기를 하는 쪽은 토르였지만. 로키는 토르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어졌고 로키는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지만 그가 어머니와 혼자산다는 것. 그리고 커서 변호사가 되고 싶어한다는 것을 토르는 알았지. 아마 로키를 제일 많이 아는 것은 자신이라고 생각했어. 그런 점이 토르를 행복하게 했어. 그러나 학교안에서 둘은 서로 모르는 척을 했어. 로키가 원했기 때문이야. 물론 토르는 학교 밖 뿐아니라 학교에서도 로키를 아는 척 하고 싶어하지만 로키는 그럴 때마다 귀찮아지는 것은 딱 질색, 너는 앞으로 다가올 전국대회나 생각해라. 라고 퉁명스럽게 말했어. 다시 로키는 조용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어. 전에 토르가 로키에게 보여줬던 관심은 이미 아이들의 머리속에서 사라졌고 잠깐의 호기심이라고 생각을 해. 거기다 로키에게 슬러시를 끼얹은 한명이 그 다음날 팔 한쪽이 부러져서 왔기 때문에 다시 로키의 무서운 소문이 떠돌았지.
그런 로키에게 토르는 놀라면서
"진짜 널 건드리면 저주를 받는거야?" 라면서 로키를 껴안았어. 그러자 로키가 신경질을 내면서 "저주를 걸어버릴테다!" 라고 했지만 당연히 토르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 토르가 로키에게 정말 무슨 일이냐며 토르는 물어봤지만 로키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해.
"나는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 다만...."
"다만?"
"다만 장난을 좀 치는거지. 그저 저런 아이들일 수록 주위를 돌아보지 않는 패턴은 똑같으니까 다니는 길에 살짝 무언가를 하나만 두면 바로 넘어지는 거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던 로키를 보던 토르는 로키의 어깨를 꽉 잡으면서 말했어.
"그런 행동은 그만둬. 다른 사람이 다칠지도 모르고. 그리고... 그건 올바르지 못한 행동이야."
로키는 토르에게 반박하려고 했지만 처음으로 토르가 슬픈 눈으로 자신에게 말하는 것이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어. 다만 속으로 자신이 그러지 않는 건 토르 때문이 아니라 어차피 이제 더 이상 나를 건드릴 사람도 없을 테니까, 라는 어설픈 변명을 하면서.
/
그렇게 지내던 와중에 점점 토르는 연습에 소홀해지게 됐어. 자꾸 실실 웃기만 하고. 그런 토르의 변화를 눈치 챈 친구들은 급기야 토르를 미행하기까지해. 이놈이 여자라도 생겼나? 하고 갔는데 알고보니 만나는 사람이 바로 우리학교에서 유명한 음침하고 가난한데 자존심만 높은 그런 놈이라니! 친구들은 어이가 없었지. 대체 저 둘의 공통점이 전혀 생각이 안나는거야. 그래서 친구들은 이상한 쪽으로 상상하기 시작했어.
"저건 친구따위가 아냐."
"그래 파트너쉽도 아닌 것 같고. 그러기엔 저놈은 가난한 장학생이지."
결론은 하나였어.
"그럼...섹스파트너?"
사실 로키에게는 은밀하게 다른 소문도 떠돌았지. 그가 몸을 판다는 소문이었어. 까만머리, 새하얀 피부와 초록눈을 가진 미남은 위험한 분위기를 풍겼어. 하지만 언제나 도도함과 냉정함을 갑옷 삼아 다녔고 게다가 그를 건드리면 뒤끝이 안좋았기 때문에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던 거지. 그래서 로키의 별명도 '마녀' 였던 거였어. 그런 음험한 소문따위 토르는 알지 못했겠지만 말야. 물론 로키는 자신을 어떻게 보는 지 알았어. 그러나 직접적으로 그에게 위해를 가한 놈들도 없었고 자신이 부정할 수록 더욱 힘들어질 것을 알기때문에 딱히 부정하지도 화를 내지도 않았어. 다만 선을 넘는 놈들은 뒤에서 처리를 하긴 했지. 로키는 그저 빨리 졸업을 하고 성공을 해 이 지긋지긋한 사람들과 안녕을 고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지. 다만 토르를 만나서 이렇게 친해질 줄은 몰랐던 거였기에 로키는 토르를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도 학교밖에서만 만난거였어. 그런데 그런 로키와 토르가 학교 밖에서 만나는 모습을 보니 토르의 친구들은 정말로 왕자님을 꼬여 낸 마녀처럼 로키를 생각했어. 토르의 친구들은 토르에게 말해봤자 씨알도 안먹힐 걸 아니까 로키를 따로 불러내지.
"토르랑 그만만나."
로키는 어떻게 알았을까 싶다가도 싫다면? 이렇게 말해. 그러자 친구 중 한명이 로키에게
"너 지금 토르를 만나서 한몫 단단히 잡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토르는 너 같은 애 랑 어울릴만한 애가 아냐!" 라고 말해. 그러자 로키는
"어, 나 한몫 잡을거야. 어차피 돈밖에 없는 놈인데 뭐 어때? 너네도 똑같으면서" 라고 말해. 토르 친구가 "이 남창새끼가! 토르한테 대주면서 붙어 있고 싶어?" 라고 소리치자 그 애의 멱살을 잡고 더 크게 화를 내면서 소리쳤어.
"뭐?! 똑똑히 들어. 내가 다른 놈들이랑은 다 자도 그 놈이랑은 안자. 어디서 이상한 소리하고 다니지마!"
"....그게 무슨소리야?"
로키가 뒤를 돌아보니 벙쪄있는 토르가 보였어. 로키는 당황했지만 이내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어.
"씨발. 들켰네. 이제 이런 친구놀이는 그만해야겠다. 왕자님 옆에 있으면 뭐라도 떨어질 줄 알았지. 후에 대학교 등록금도 걱정됐고...근데 걸려버려서 어쩌지."
그런 로키의 말은 듣지도 않고 토르가 로키의 손을 잡고 말해.
"하지만 로키..너는 내가 돈을 쓰는 것도 싫어하고..."
"투자 몰라? 부자집 자제분들은 그런 특이한 행동 좋아할 줄 알았지.그럼 지금까지 내가 썼던 돈 좀 돌려줄래? 아시다시피 내가 좀 가난해서."
토르는 눈물이라도 떨어트릴 것 같았어. 그러자 옆에 있던 친구가 지갑에서 백달러짜리를 몇장을 뽑아서 쥐어주더니 말해.
"이거면 됐지? 꺼져 남창새끼. 몸 파는 것도 모자라서 착한 애한테 상처를 주다니!"
그 소리를 들은 토르가 갑자기 로키의 목덜미를 잡고 으르렁거렸어.
"너 진짜 다른 놈들한테 몸을 판거야?"
"..돈 주면. 근데 너랑은 잘 일 없을꺼야." 토르의 손을 떼어내면서 로키가 웃었어.
"볼일 끝났으면 이제 그만하자. 그리고 거기 돈 줘서 고마워."
토르는 너무 슬펐고 슬퍼하는 토르를 친구들은 위로해줬어.
다음날 토르는 언제나 로키와 만나던 장소로 나가서 하루종일 로키를 기다렸어. 하지만 로키는 오지 않았어. 그제야 토르는 자신과 로키는 더 이상 만나지 못하는구나. 정말로 로키가 자신을 이용했던거구나...라면서 슬퍼하지. 그렇게 전국대회가 정말 코앞으로 다가온 날이었어. 토르는 뜻하지 않은 부상을 입게 됩니다. 자신의 부주의였는지 아니면 누군가의 고의였는지 창가에 놓여있던 화분에 맞아서 부상을 입었어. 토르는 꼼짝없이 전국대회를 나가지 못하게 되고 결국 학교는 우승하지 못했어. 정말 슬퍼진 토르는 로키가 했던 장난들이 기억이 나. 설마...로키가 자신을? 토르는 로키에 대해 정말 실망을 했어. 로키는 토르가 얼마나 미식축구를 좋아했는지 알았을테니까. 토르는 자신에게서 소중한 것을 뺏어간 로키가 미워져. 게다가 남창이라니...나랑은 죽어도 안잔다고 하다니...토르는 로키를 생각하면 할수록 자꾸만 화가 났어. 로키를 직접 만나서 화를 내고 싶은데 그날 이후로 로키는 보이지 않았어. 학교에서도 잘 보이지 않았고 그의 수업시간에도 안나타났지. 결국 선생님에게 물어보니 현재 대학교 입시기간이라서 외부활동을 하는 중이라고 했어. 거기다가 집안사정 때문에 못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지. 토르는 몰랐겠지만 전국대회가 끝난 지금은 1차 모집기간이었어. 사실 토르는 아스가르드 대학교나 아버지가 후원하시는 다른 명문대학교 경제학부로 들어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별로 관심도 없었어. 토르는 로키를 만날 방법을 생각해내.
그리고 다음날 토르의 눈 앞에 로키가 나타나게 돼.
"너! 하버드에 그것도 로스쿨에 원서를 냈어?"
"그래. 왜 그러지?"
"....한 학교에 지원자가 둘씩이나 갈 수 없는 거 몰라? 게다가 너는 하버드에 들어가고 싶어하지도 않았잖아."
"생각이 바뀌었어."
로키는 이를 갈았어.
"알겠어.."
자신에게서 떠나려는 로키를 잡고 토르가 할 말이 있다면서 바깥으로 끌고 나가. 토르가 로키에게 화를 냈어. 왜 나를 피하냐, 너 진짜 나랑 안볼거냐. 나한테 할말 없냐. 등등 화를 내던 토르를 물끄러미 보던 로키가 한마디를 던졌어.
"다친데는 괜찮은거 같네. 이렇게 화를 내는 걸 보니."
토르는 기가찼어. 그래, 또 화가 나던 것이 있었지. 자신이 다치고도 로키가 한 번도 병문안을 오지 않온 것. 토르는 그것도 너무 서운했어. 거기다 자꾸 자신만 로키에게 집착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로키한테
"나를 다치게 해놓고는 지금 걱정하는 척 해? 이제는 그럴 필요도 없어졌잖아?! 왜 이것도 그저 장난이야?"
로키가 굉장히 슬픈 목소리로 말했어.
"....난 약속은 지켜."
그렇게 나가는 로키를 토르는 붙잡지 못했어. 약속을 지킨다면서 왜 자신과 친구를 하자는 것도 져버렸지? 그래 저것도 거짓말일꺼야. 라는 생각을 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토르는 한통의 편지를 받았어. 바로 하버드대 법학부에 입학했다는 소식이었어. 그 편지를 받고 토르는 놀랬지. 사실 토르는 자신이 당연히 떨어질 줄 알았어. 누가봐도 로키의 성적이며 실적이며 자신보다는 훨씬 우수했기 때문이었어.그래서 그렇게 지원서를 넣었던거고. 토르는 학교에 전화를 하지.
"혹시 저 말고 다른 사람도 합격을 했나요?"
"오! 토르! 합격을 축하한다. 넌 될 줄 알았어. 아니 당연히 너 뿐이지."
토르는 그제서야 알았어. 자신은 실력으로 합격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배경을 보고 학교가 합격을 시켜주었다는 것을. 그래서 부랴부랴 로키는 어디를 갔냐고 물어봐.
"그는 예일대학교 인문학부에갔어. 그는 법학부를 가려고 했데 아쉽게도 전액 장학금을 지원해준다는 곳이 거기뿐이라서."
그러고 보니 로키가 하버드대를 꿈꾼 것도 제일 좋은 법학부가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그곳은 아이비리그 중 유일하게 법학부에서도 전액장학금을 주는 곳이었기 때문이란 걸 깨달았어. 토르는 로키에게 그러면 자기가 집에다 말을 해보겠다고 했을 때 화를 내던 것도 기억났어. 로키가 자신을 모욕했든, 속였든 여튼 자신이 로키에게 한 행동은 참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을 깨닫고 토르가 로키를 찾아가. 그러나 토르는 로키를 만나지 못했고 결국 마지막 방학을 맞이하기 전까지 로키와 만나지 못했어.
토르와 로키의 마지막 학창시절의 방학이 시작되었어. 오딘은 자신의 아들의 대학입학을 축하하는 뜻으로 굉장히 성대한 파티를 열어주었어. 그리고 그 파티는 아스가르드 고교생 전부가 초대되었지. 처음으로 오딘가문의 대저택을 개방해서 파티를 열었어. 토르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걱정과 기대로 정신이 없었어.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언제나 로키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지. 혹시나 로키가 오지 않을까라는 마음도 있었어. 그런 토르의 마음을 알았는지 로키가 그 파티에 나타났어. 로키는 파티에 모인 사람들과 다르게 정장차림이 아닌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왔어. 사람들은 수근거렸지만 주위의 시선은 신경도 쓰지 않고 기둥에 기대어 사람들을 둘러보고 있었지. 로키는 전보다 훨씬 더 수척해진 것 같았어. 창백한 얼굴에는 더 깊은 어둠이 내려앉아있었어. 토르는 마음이 좋지 않았으나 왠지 부서질 것 같이 보이는 로키의 모습에 말도 꺼내지 못하고 바라만 봐. 그러다가 토르의 시선을 느꼈는지 서로 눈이 마주쳐. 토르의 눈길을 피하지 않고 로키가 토르에게 다가왔어. 토르는 당황했어. 로키에게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도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정하지 못했는데 먼저 다가오니 어찌 할줄을 몰랐어.
"축하해. 토르."
로키는 웃으면서 토르에게 손을 내밀었어. 토르는 얼떨결에 그 손을 잡았어. 로키가 잡은 손을 위아래로 흔들며 웃었어. 로키는 전에 없이 활달해보였어. 토르의 걱정이었나 싶을 정도로 활달하고 능숙하게 말을 이어갔어. 처음 들어보는 밝은 목소리에 토르는 얼떨떨했어. 그런 토르의 모습을 보던 토르의 부모님이 다가와 말을 건네었어.
"어머, 토르 누구니? 처음보는 친군데?"
토르는 로키를 설명해줄 말을 찾고 있었어. 제 친구에요. 근데 얼마전에 뒤통수를 맞았어요. 제 팔을 다치게 한 것도 그인것 같구요.들리는 소문에는 그가 몸도 판대요. 근데 저랑은 안잔다고 한 애에요...라고 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리고 로키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몰랐으니까. 그는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토르는 기분이 안좋아졌어요. 토르가 머뭇거리는 사이 로키는 굉장히 예의바르고 우아한 태도로 말했어.
"안녕하세요. 토르의 친구입니다. 그리고 수년동안 오딘가문의 은혜를 받았던 학생 중에 하나죠. 언제나 두분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하게 되네요."
오딘부부는 그런 로키를 보며 굉장히 흡족해했어.
"오! 자네가 그 1등을 놓치지 않던 훌륭한 학생이군! 자네에게 기대가 많네."
"토르가 이런 똑똑한 학생이랑 친구였다니 몰랐네요."
"토르가 저를 많이 도와주었죠."
로키는 능숙하게 대화를 이끌어나갔어.
"오늘 이런 차림으로 오게 되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이사를 해야했거든요."
로키가 수줍은 듯 자신의 옷을 만지며 말했어. 토르는 한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그들을 보았지.
"오, 기숙사에 들어가기 위해서인가?"
"네. 어차피 혼자살려면 그러는 수밖에 없었죠."
"혼자?"
"네. 며칠 전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셨거든요."
"이런, 유감이군."
그 말을 들은 토르는 깜짝 놀랐어. 로키의 어머니가 아프셨다는 것도 몰랐건만 돌아가셨다니. 그래서 연락이 안되었다는 걸 깨달았아. 그는 로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어. 토르는 로키의 어깨를 두드리며 잠깐 밖으로 나가자고 속삭였어. 그러자 로키가 양해를 구한다며 여전히 우아한 태도로 인사를 고해
"대화 즐거웠습니다. 미스터오딘, 미세스오딘. 이만 친구를 따라나가봐야겠군요."
"그래요. ...이름이?"
"아. 소개를 안했군요. 전 로키 라우페이. 로피 라우페이의 아들이죠."
로키는 오딘부부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알아차렸어.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토르를 뒤따라 나가.
"로키...어머니가 돌아가셨어? 왜 말을 안해준거야?"
"그런 걸 말할 만한 사이였던가? 우리가?"
"하지만 방금전에는.....우리가 친구라고..."
로키는 토르를 향해 비웃어.
"그럼 내가 너 뒤통수를 쳤다고 할까? 아님 니가 내 뒤통수를 쳤다고? 나를 어떻게 소개했음 좋겠어? 교내에 유명한 창녀라고? 아님 내가 널 다치게 했다고?"
"그건........."
"하아. 역시 넌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정말 할 말이 없다."
로키는 뭔가 화를 내다가 한숨을 내쉬면서 나무에 기대. 나무그늘이 로키의 얼굴을 가렸지만 토르는 왠지 로키가 무척 지쳐있다고 생각했어. 자신이 또 무언가를 잘못한 건가? 전전긍긍해하는 토르에게 로키가 말을 해.
"일단 나는 너를 다치게 한 적이 없고 창녀라고 소문이 났지만 한번도 그런 짓을 한 적은 없어. 가난해서 니네집에서 장학금을 받고 있긴 하지만 그 정도로 더럽게 살고 있지는 않아. 이제 그 궁금증이 풀렸어?"
토르는 더욱 할말이 없었어. 사실 로키가 그럴리가 없다고 어렴풋하게 알고는 있었지만 로키에 대한 알 수 없는 감정이 자꾸 로키를 나쁘게만 생각하도록 한 거였어.
"..하지만..너는 날 이용했다고..."
"나를 창녀로 알고 있는 그 애들 앞에서 너와 친구라고 말했어야했다고? 너는 너무 순진하고 멍청해! 차라리 내가 너를 이용하려 드는 나쁜놈으로 보여지는 게 너한테 더욱 나은 선택이었을꺼야! 하지만 너는 결국 나를 믿지 않았지. 심지어 내가 너를 다치게 만들었다고까지 생각했잖아!"
토르는 자신이 너무 미워졌어. 로키는 언제나 자신의 친구였고 오해를 받았지만 착한아이였어. 그리고 자신을 이용하려고 만났다면 그러지 않았을꺼야. 그제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었어. 그리고 이 관계를 다시 정리하고 싶었지. 확실한 것은 토르는 로키가 좋았어.
"나는...나는 대체 어떤짓을 한거지? 너를 믿지 못하고..."
"나의 꿈마저 짓밟았지."
로키는 단정했어. 그의 녹색 눈에서는 분노와 슬픔이 조용히 피어오르고 있었어.
"오...로키. 그건 정말 예상밖의 일이었어."
"...아무리 멍청하지만 어떻게 그런 걸 모를 수가 있어?"
"당연히 너가 나보다 우수한 성적을..."
로키는 기가찬 듯 웃었어.
"하! 가난한 나와 오딘가문의 너! 대학이 선택할 건 너라는 걸 세 살 먹은 어린애라도 알 수 있다고!"
로키는 드물게 소리를 쳤어. 그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는 것 같았어.
"제발...나를 용서해줘."
토르는 로키를 꽉 안아주려고 했어. 그러나 로키는 그런 토르의 다정한 손길을 세차게 거부했어.
"하지만. 괜찮아. 미안해 할 필요 없어. 이제부턴 내가 너에게 미안할 행동을 할거니까."
로키는 큰 소리로 웃었어. 하지만 토르는 로키의 웃음소리가 비명소리와도 같다고 느꼈어.
"로키...."
토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미안하다는 말 뿐이었어. 로키는 그런 토르는 아랑곳 하지 않고 저택 밖으로 나갔어. 토르는 로키의 뒷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았어. 저택 안에서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토르를 향해 축복과 축하인사를 쏟아냈지만 토르는 처음으로 자신이 외롭다고 느꼈어.
토르는 그렇게 자신이 영영 로키와 만나지 못할 줄 알았어. 그런데 간만에 부모님과의 외식에서 부모님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로키를 발견했어. 대체 여기는 왜? 의문이 들었지만 부모님의 무거운 분위기에 묻지도 못하고 로키를 바라보았어. 그 중 오딘이 말을 했어.
"라우페이군. 오늘 보자고 한 용건이 무언가?"
"아마...어렴풋이 알고는 계실거라고 생각해요."
"글쎄...우리는 잘 모르겠네요."
태연한 척 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어. 로키는 미세스 오딘을 바라보며 웃었어.
"저의 어머니는 로피라우페이, 저는 로키라우페이. 보시다시피 어머니의 성을 땄죠. 제 아버지는 제가 태어나고 얼마지 않아서 어머니를 떠났거든요. 그리고 전 그 때문인줄 알았어요. 바로 얼마전까지는."
식탁은 침묵으로 가득 찼어. 오직 로키의 말소리만 들렸어.
"하지만 다른 이유가 있더군요. 임종직전 제 어머니가 말을 했어요- 제 아버지가 따로 있다고. 그는 바로 바로 여기 앉아 있는 오딘회장님이라더군요."
로키는 자신이 할 말을 다 끝냈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토르는 충격에 휩싸였다. 내가 로키와 형제라고? 그런 토르와는 달리 오딘부부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듯 머리를 감쌌다.
"오, 로키군. 그래. 나는 라우페이를 아네. 무척 사랑스러운 소녀였지 하지만 굉장한..."
"저는! 제 어머니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거짓말을 할 분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회장님."
오딘은 침묵했고 미세스오딘은 조금 울었는지 화장실로 뛰쳐갔어. 난장판이 된 가족의 모습에 토르는 주먹을 쥐었어. 로키는 그런 토르를 보며 입모양으로 무언가를 말했다. 토르는 분명히 그 입모양을 읽을 수 있었다.
"미안. 왕자님."
그렇게 간만의 가족식사는 엉망이 된 채 끝이 났어. 다만 로키만이 우아하게 칼질을 끝내고 일어섰지. 하지만 역시 아스가르드 그룹의 수장인 오딘은 그런 로키에게 조용히 무엇을 원하는 지 물어보았어.
"성경에 보면 이런 말이 있죠. 적장자의 권리를 내가 가진 팥죽과 바꾸자고. 제 피의 정당성을 인정해주세요."
오딘은 로키가 그룹을 쥐고 흔들고 싶어하는 것을 알아차렸어. 그의 녹색눈동자에는 분노와 슬픔이 전부였어. 그것이 외로워보였지.그리고 그 눈동자에서 자신이 사랑하던 여인인 로피를 기억해냈어.
로피는 오딘의 첫사랑이었어. 그녀는 오만했고 사치스러웠고 변덕스러웠지만 그녀는 언제나 외로워했어. 그 모자람을 채워주고 싶었지. 그리고 사랑했어. 물론 그녀는 오딘을 사랑하지 않았어. 그러나 언제나 오딘은 그녀를 우선시 했고 갈망했어. 언젠가는 자신에게로 그녀를 갖게 되리라는 것을 굳게 믿으면서. 그러나 어느 날, 그녀가 가난한 예술가와 사랑의 도피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분노했지. 사랑했던 만큼 분노가 깊어졌어. 물론 로피가 굉장히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을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행동이 자신을 모욕하는 행위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녀의 집안에 귀뜸을 해주었지. 그녀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도록. 돌아온 그녀를 받아준다면 당신들의 집안을 끝내버리리라고. 그리고 오딘은 참담한 마음을 안은 채 지금의 아내를 만났어. 아내는 정숙하고 현명했으며 오딘을 깊이 사랑했어. 로피와 정반대의 여인이었어. 그런 아내를 오딘은 결국 깊이 사랑하게 되었고 결혼을 하고 아들인 토르를 낳았어.그렇게 로피를 잊는 듯 했어.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만난 백화점에서 로피는 굶주린 얼굴로 보석들을 바라보고 있었지. 오딘은 그녀에게 잘 지내냐고 물어봤어. 그녀는 모욕을 받은 듯 했어. 좀 더 간소한 옷차림이었던 그녀는 전보다는 아름답지 않았지만 여전히 오딘의 마음을 설레게 했어. 오딘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던 로피는 다시 오딘에게 접근해서 자신을 아직도 사랑하냐며 자신에게 저 보석을 사준다면 몸을 내어주겠다고 말했어. 오딘은 화가 났지만 그녀를 취할 수 있는 유혹을 져버리지 못했어. 그녀의 잠든 머리맡에 보석들을 가져다 놓은 뒤 다시는 그녀와 만나지 않았지. 자신의 사랑하는 아내와 토르가 있는 가정으로 돌아갔어. 한순간의 탈선이라고 생각하면서. 다시는 없을 인연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로피는 장난스러운 도피행위가 질렸는지 그녀를 닮은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길 소망했어. 그러나 오딘과의 약속을 기억한 그녀의 집안은 그녀를 받아주지 않았고. 그녀는 그렇게 방황하기 시작했지. 물론 오딘의 귀에도 그녀의 소식은 들렸지만 이미 그녀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들었으며 그는 그저 사랑스러운 아내인 프리가와 자신을 닮은 아들 토르만이 전부가 되었어.그러나 과거는 먼 곳으로부터 다시 되돌아와 오딘의 발목을 잡았지. 오딘은 침묵했으나 로키는 영악하게도 그의 침묵이 인정이라는 것을 눈치챘지. 로키는 그런 오딘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어.
"회장님. 저는 언제나 당신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로키의 어조는 조롱이 가득했지만 로키의 눈을 봤다면 그것은 진심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을 거야. 그런 로키를 바라보던 토르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로키를 끌고 밖으로 나가.
"그럴 필요는 없었잖아...어머니는 아버지를 사랑하셨어."
"오, 불쌍한 여인. 그녀는 자신의 남편이 어떤 짓을 하고 돌아다녔는지 몰랐군."
로키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해. 토르는 자신의 어머니를 모욕하는 로키에게 분노했지. 로키의 멱살을 쥐어. 갑자기 로키는 발작처럼 기침을 하기 시작했어. 마치 로키와 토르가 처음 만나던 날처럼. 토르는 깜짝 놀라 쥐고 있던 멱살을 놓았어. 그러자 순식간에 로키가 평온한 얼굴로 토르에게서 벗어났어. 멍청한 얼굴로 로키를 바라보는 토르에게 로키는 비웃으며 말했어.
"역시 너무 잘 속아. 순진한 왕자님."
로키가 남을 속이는 것에 대해 그리 찔려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지만 토르는 자신과의 추억을 이런 식으로 모욕한 점에 슬퍼졌어.그리고 다시 처연하게 말하지.
"왜...죄없는 어머니를...혹시 나 때문인거야?"
"하하하. 대체 무슨 자신감이야? 내가 왜? 나는 다만 정당한 내 권리를 요구한 것 뿐이고 그 자리에 너희 가족이 있었던 것 뿐이야. 개미를 밟는데 신경쓰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
토르가 눈물을 흘렸어.
"로키..."
"아니, 호칭이 틀렸어. 이제 우리는 형제잖아? 안그래, Brother?"
토르는 브라더라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로키를 쳐다봐. 그리고 다음 날, 오딘의 대저택으로 로키가 이사를 왔어. 과거의 것들은 모두 버렸다는 듯, 아무것도 들지 않은 채.
로키를 환영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오딘은 로키와 마주치지 않았고 프리가는 시름에 잠겨 방에서 나오지 않기를 수일째였어.다만 토르만이 로키를 맞이하였지. 이는 아버지의 명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토르는 로키와 잘 지내고 싶었어.
"로키. 아버지께서 주시는 선물이야."
로키에게 내밀어진 것은 한도가 없는 신용카드였어.
"이것으로 필요한 것을 모두 사라고 하셨어."
로키는 심드렁한 눈으로 바라보다 그것을 집어들고 다시 물어봤어.
"다른 것은?"
"아니..아무 말씀도... 혹시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같이 나가서 사올까? 어차피 너도 신입생이니 필요한 게..."
"됐어. 난 이것으로 족해."
로키는 토르가 처음 봤을 때보다 더 차가운 얼굴이었어. 언제나 햇살이 비추던 토르네는 로키로 인해서 한겨울에 던져진 것 같았지.그러나 토르는 로키의 얼굴에 욕을 해주지 못했어. 어쩌면 방금 아버지께서 아무 말씀도 하지 않았다는 말을 전하자마자 스쳐지나가던 절망적인 얼굴 때문일지도 몰랐어. 그렇게 대학을 입학하게 될 시기가 되자 로키와 토르는 집을 떠날 준비를 했어. 그리고 떠나기 전 날 밤. 토르는 죽어도 잊지 못할 장면을 보게 되었어.
"아버지!"
토르는 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리러 갔다가 방에 불이 켜져있는 것을 발견했어. 토르는 익숙한 음성을 듣게 되었지. 그것은 로키의 목소리였어. 로키는 아버지에게 무릎을 꿇은 채로 울며 빌고 있었어.
"아버지는 왜 대체 저를 인정하지 않으시는거죠!"
로키의 목소리에는 울음이 섞여 있었어. 언제나 자존심이 높던 로키가 울고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어. 토르는 마치 로키가 작은 어린아이 같다고 생각했어. 사랑을 갈구하는 어린아이였어. 그러나 토르의 아버지는 냉혹했어.
"너의 권리는 인정하겠다. 그러나 너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너에게 이 아스가르드를 넘겨줄 수 없다. 이것은 오롯이 토르의 것이야."
로키는 오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휘청였어. 새하얀 얼굴이 눈물로 뒤덮여있었지. 죽어가는 듯한 로키는 아랑곳하지않고 오딘은 단언했어.
"또한 너는 평생 나의 아들로 소개되지 못할 것이야.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물질 뿐이며 나에게 너에 대한 애정을 바라지 마라. 이것이 나의 답이다."
오딘은 로키를 쫓아냈어. 굳게 닫힌 문에 기대고 울던 로키는 굳어 있는 토르를 발견했어. 그리고 토르에게 달려들었지.
"I Hate You!"
로키의 진심이었어. 로키는 토르를 죽일 듯이 목을 졸랐어. 토르는 죽기를 무척 싫었지만 로키의 손을 뿌리칠 수 없었어. 점점 숨이 조여왔어. 그러나 더 이상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 로키의 안색은 창백했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 같았어. 미끄러지듯 쓰러진 로키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어.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입가로 침이 질질 흘렀어. 처음에는 전처럼 속임수일까 싶었지만 곧 로키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안 토르는 로키를 안아들고 병원을 가기 위해 자동차에 시동을 걸어. 로키는 숨이 넘어갈 듯 굴면서도 핏발 선 눈동자로
"왜? 이것도 약자에 대한 배려인가?" 라며 소리쳤어.
"닥쳐! 로키! 말하지마!"
"나는.. 니가 정...말 싫어."
로키는 정신을 잃으면서도 증오의 말을 내뱉었어. 토르는 다만 자신이 늦지 않기를 바라며 가속기를 밟았어
다행이도 로키는 무사했어. 그저 과도한 스트레스와 그 동안의 부족했던 영양 때문에 온 과호흡 현상이라고 했어. 로키는 호흡기를 달고 있는 상황에서도 토르를 똑바로 보지 않았어. 토르는 한숨을 쉬면서 좀 쉬라고 말하고 들어가. 어쩌면 서로 좀 떨어져 있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지. 그렇게 토르가 떠나는 것을 창을 통해서 바라본 로키는 자꾸만 약해지는 마음을 느꼈어. 하지만 마음을 다잡아. 자기는 복수와 그리고 군림을 원했어. 그것은 어머니의 유언이기도 했지만 자신의 의지였어. 자신의 불행했던 과거를 생각해. 그저 사랑받고 싶었지만 한 번도 어머니는 따뜻하게 안아준 적 없었고 언제나 멸시받고 조롱받았던 지난 삶들을 떠올려. 노력을 해도 돌아오는 것은 비웃음이었던 걸 기억해. 로키는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밤을 떠올려. 로키는 토르에 의해 마음에 상처를 입었어. 그를 좋아했기에 지켜주고 싶었고 그래서 자신을 모욕하는 말도 받아드렸건만 토르는 그런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었어. 차라리 잘된 걸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자신과 토르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었고 정말로 자신은 왕자를 꼬여낸 마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어. 그러나 한편으로는 토르와 함께 있고 싶었던 작은 소망이 그리도 큰 잘못이었던가를 반문해. 그런 로키에게 병원에서 어머니가 위급하다는 소리가 들렸지. 로키는 병원에 갔어. 그곳에서 언제나 오만하던 여인은 쇠약해진 채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었지. 그녀에게 로키가 다가가자 언제 그랬냐는 듯 그녀는 로키의 손목을 부서져라 쥐고는 말했어.
"오딘을 찾아가라! 너는 그의 아들이야."
자신이 오딘의 아들이라니, 토르와 형제라니. 어쩌면 자신이 그 아름답던 가족에 끼어들을 수 있을까? 라는 희망이 잠시 비추었어.그러나 로키의 어머니는 저주를 퍼부었지.
"그리고 아스가르드를 파괴시켜라! 너와 나를 진흙탕에 처박은 원흉을 망가트리는거야!"
로피는 숨을 거두었어. 그녀의 머리맡에는 편지가 하나 있었어. 그녀의 편지에는 증오와 분노가 담겨있었지. 그녀가 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였는지를 알게 된 거야. 로키는 울었어. 차라리 그 사실들을 몰랐으면 좋았으리만을...평범하게 자라고 싶었지만 끝까지 자기자신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든 어머니가 원망스러웠어. 그러나 토르와 동등한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은 무척 매력적이었기에 로키는 어머니의 유지를 따르기로 마음먹어.
그러나 가족은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았어. 오딘부부는 자신을 없는 존재 취급을 했고 토르를 볼때마다 언제나 자신을 동정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야했어. 로키는 화가났어. 게다가 아버지에게 사랑받고 싶었지만 그에 대한 거절로 인해 모든 분노는 자연스럽게 토르에게로 방향을 돌렸어. 그러나 로키는 오늘처럼 토르의 뒷모습에 마음이 흔들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