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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0.31 대학생 편
  2. 2012.10.31 고등학생 편

대학생 편

글/썰 2012. 10. 31. 12:26

"거기, 공 좀 던져줄래?"

토르가 보이지 않게 된지도 벌써 여러 날이었어. 로키는 드디어 토르가 자신을 질려한 것 인 줄 알고 마음이 좋지 않았어. 그러나 한편으로는 눈에 보이지 않으니 자꾸 그리워졌어. 그래서 그런 생각을 떨치기 위해 병원의 공원으로 산책을 나왔다가 자신의 발치로 굴러온 야구공을 보게 된거야. 야구공을 주워들고 주위를 둘러보자 금발의 장신인 청년이 선한 미소를 지으며 로키에게 소리쳤어. 그의 금발을 보니 로키는 토르가 떠올랐어. 마음이 오묘했던 로키가 아무렇게나 공을 던져 이상한 방향으로 공이 날아갔어. 그러자 금발의 청년이 수풀을 헤치며 공을 찾았어. 그는 다리를 절고 있었는데 기브스를 하고 있었어. 그 기브스에는 친구들의 글인 듯 빨리 나으라는 애정어린 인사가 빼곡히 써져있었지. 기브스까지 한 사람이 공을 찾고 있자 좀 미안한 마음이 들어 로키가 그의 옆에 앉아서 공을 같이 찾아주기 시작했어. "찾았다!" 금발의 청년은 기쁜 듯 웃었어. 그리고 로키에게 손을 내밀면서 감사인사를 했지. 그의 웃음은 토르만큼 환했지만 좀 더 차분한 것 같았어. 로키는 뭐라도 홀린 듯 정중하게 내밀어진 그의 손을 잡았어.

"같이 찾아줘서 고마워. 나는 스티브라고 해. 너는?"

"...로키."

그것이 스티브와 로키의 첫만남이었어.

 

그렇게 만남을 가지게 된 로키와 스팁은 어느새 산책을 함께 하는 사이가 되었어. 스티브가 어린아이들과 캐치볼을 하고 있으면 로키는 어느샌가 그 근처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었지. 스티브가 캐치볼을 끝내면 로키가 와서 목발을 챙겨들고는 말하고는 했어.

"다리도 다쳤으면서 무슨 캐치볼이야."

그러면 스티브가 "이 정도 핸디캡은 있어야 재미있지." 그러면 로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어. 그리고 서로 잠깐의 산책을 하면서 이야기를 했어. 스티브와 로키는 관심사가 비슷해서 말도 잘 통했어. 스티브는 다친 곳이 없어 보이는 로키가 왜 병원에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마른 몸이나 파리한 안색을 보며 뭔가 큰 병인가 싶어서 말을 하지 않았어. 그러나 마음이 아팠지. 그래서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고 자꾸 보듬어 주고 싶었어. 자신의 성격이 약자에게 약한 것이기는 했지만 평소보다 배는 더 마음이 쓰였어. 로키가 아주 드물게 살짝 미소를 지으면 너무 기분이 좋았어. 책을 읽다가 아름다운 문장이 나왔을 때면 로키는 미소를 지었어. 아무도 자신을 지켜보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뿐이었지만. 그런 점들은 언제나 로키를 관찰하던 스티브는 알아차렸어. 주변에 누군가가 있으면 언제나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기 때문이야. 가시를 잔뜩 세운 로키를 보면서 스팁은 더 다가가고 싶었어. 그래서 로키가 읽는 책의 제목을 보고 책을 읽고 말을 걸기도 했고 다른 것들도 추천을 해줬어. 역시나 크게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로키는 그런 대화를 좋아했어. 둘은 조금씩 조금씩 마음을 열었어.

 

어느 날 로키는 스티브에게 어쩌다 다리를 다쳤냐고 물어봤어. 처음 있는 일이었어. 음악, 책 등 관심사가 아니라 스티브 자체에 대한 궁금증을 표하다니. 스티브는 내심 기뻤어. 그리고 강도를 쫓다가 다친 사실을 말해주었어. 로키는 대체 왜 그런 위험한 짓을 한거야? 라고 물었지만 스티브는 그냥 웃음을 지으면서 몸이 그렇게 반응했다고 말했어. 좋은사람. 스티브를 보면 자꾸만 토르가 생각났어. 로키는 자신이 얼마나 스티브에게 빠져 있었는지와 점점 토르에 대한 감정을 자각하게 되는 것을 알게 되면서 더 이상 스티브를 보지 말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했어. 어차피 이제 곧 대학교에 입학할 시기도 오고 있었고 어차피 스티브와 로키는 통성명정도 밖에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관 없으리라고 생각했어. 그렇게 로키는 스티브에게 말도 없이 퇴원을 했고 로키는 더 이상 마음 속에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다짐했어.

 

이미 입학식은 지났지만 로키는 배정받은 기숙사에 들어가 로키는 그러나 짐이 금세 *greek fraternity로 옮겨졌지. 오딘은 로키를 절대로 오딘가문의 적자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오딘의 둘째아들이라는 사실은 어느새 암암리에 퍼져있었기 때문에 소셜클럽에서 로키를 받아들이기로 한거야. 로키는 어딜가나 똑같은 놈들이라고 생각하면서 클럽하우스에 들어가. 그리고 곰곰히 생각을 하지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이들을 사귀는 것이 나을까? 하고. 결론은 yes였어. 분명히 또 다시 대학생활 내내 힘이 들테지만 그들과의 소셜네트워크를 구축해두면 나쁠리 없다고 결정을 내렸어. 그렇게 자신의 짐이 있는 방에 들어가서 짐 정리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말을 걸었어.

"도와줄까?"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기브스를 풀었는지 상큼하게 웃고 있는 스티브였어. 로키는 놀랐어. 왜 그가 여기 있는거지? 스티브의 등장에 로키는 깜짝 놀랐어. 당연히 하루만 보고 말 사람인 줄 알았는데 다시 보게 될 줄이야. 당황하는 로키는 아랑곳 하지 않고 스티브는 로키의 짐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

"...주세요."

"대체 왜 아무 말 없이 간거야.내가 얼마나 많이 찾았는데. 오 맙소사. 내가 무슨 생각까지 했는 줄 알면 놀랄거야."

스티브는 여전히 짐을 한 방으로 가져가 옮겨. 로키는 스티브를 돌려세워놓고 짐을 손에서 뺏어들었어.

"혹시 날 스토킹 한 건 아니죠?"

"글쎄?"

스티브가 그로써는 드물게도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었어.

"스토커라면 신고할거고."

"아니라면?"

"...시비 걸 생각이라면 밖에 나가서 싸우죠."

"클럽 내 회원끼리는 싸움 금지야."

스티브가 멍해 있는 로키에게 다시 짐을 뺏어들고는 말했어.

"난 스티브 로저스. 시니어고 이곳 제우스의 회장이지. 잘 부탁해. 신입생."

스티브는 멍하게 바라보고 있는 로키의 이마를 살짝 밀면서 말했어.

"신입! 정신 똑바로 차리도록!"

하지만 여전히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지. 로키는 그가 같은 대학에 다니는 것과 그것도 소사이어티회장이라는 것에 놀랐어. 자신이 알고 있던 스티브는 굉장히 상냥하고 오만하지 않으며 소탈했기 때문이야. 그래서 너무 당연하게 평범한 학생이라고 생각했던거야.자신을 속인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 소사이어티의 회장이라면 자신을 뽑았을테고 어쩌면 입학 전부터 그러니까 병원에서 만났을 때부터 자신이 어떤 놈일지 알았을 가능성이 있었어. 로키는 이로 입술을 짓이겼지. 다시 배신감이 들었어 그러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어.

". 명심하도록 하죠. 회장님."

스티브는 난처한 듯 웃었어.

"진짜 몰랐구나. 내가 여기 회장이란 걸...나야말로 당황스러운걸? 제법 크게 기사가 난 걸로 알고 있었는데?"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표정의 로키에게 스티브는 멋적다는 듯 머리를 긁으며 말했어.

"명문대생 강도를 때려잡다! 이시대의 젊은 영웅!...몰라?....그랬구나"

자화자찬을 한 것 같아 쑥스러워진 스티브가 말했어.

"오해할까봐 말하는데 그날의 사건때문에 입은 부상으로 클럽일을 제대로 못했어. 그래서 어제서야 니가 우리학교에 입학한다는 거랑 클럽멤버로의 자격이 있다는 걸 알았지."

스티브는 덧붙여서 니가 후배란 걸 알았음 더 잘해줬을거다 라는 둥의 이야기를 했어. 로키는 그를 쳐다보다 내뱉었어.

"그럼 지금은 제가 누구의 아들인지도 아시겠네요?"

"응 알아 오딘 썬."

스티브는 너무 대수롭지 않게 말했어.

"저는!"

뭐라 반박하려는 로키의 말을 막으며 스티브가 말했어.

"그리고 또 뭐가 중요한가?" 로키는 아무말하지 못하고 스티브를 바라보았어. 저 푸른 눈은 거짓이 없었지. 로키는 등을 돌려 나가려고 했어. 그러자 뒤에서 스티브가 말했어.

"오늘부터 나랑 한방이야 잘부탁해. 룸메이트"

 

어쩐지 방은 신입생이 쓰기에는 너무 좋아보였지. 하지만 보통 회장이라면 프라이빗을 위해 혼자 쓸텐데? 궁금해하는 로키에게 스티브가 갑자기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어.

"? 아니 공사중인 방이 있고 방배정을 하다가 방이 모자르다고 해서! 분명 1차명단은 사람수가 딱 맞았었는데...절대 이상한 생각하지말고..아니 내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허둥대는 스티브를 보니 대충 무슨 상황인줄 알앗어. 분명 로키-라우페이였던 자신은 명단에 들어가지 못했을거고 후에 오딘의 아들이란 것 -그것이 비록 반쪽짜리 일 뿐이지만-을 알게되었을 때 서야 그 자격이 주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사정을 로키는 금세 알아차렸지만 대체 이 남자가 얼굴을 붉히며 횡설수설하는지 몰랐어. 어쩌면 이 상냥한 남자는 자신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몰랐다는 생각에 미치자 로키는 더욱 쿨하게 받아치기로 마음 먹었어.

"..그럼 침대는 어디있죠?"

"! ...그게... "

"설마 침대도 준비가?"

"면목이 없다. 그래도 내 침대는 킹사이즈라 둘이 자도...아니..그러니까....후우..아냐 난 밖에서 자고올게..."

그제야 로키는 대체 저 남자가 자신의 앞에서 허둥되는 이유를 알아차렸어. 원래라면 로키는 자신을 여자 취급하는 듯한 행동에 주먹을 날렸겠지만 그 모습이 좀 바보같기도 했고 악의는 없는 듯해서 그냥 웃었어.

"무슨. 그러다 신입생주제에 회장을 쫓아냈다고 가십에 휩싸이가 쉽다고요. 같이 자면 되죠. 같은 침대에서 둘이서."

스티브에개 천천히 다가가 귀에다 속삭여주었다.

"뭐 어때요... 같은 남자끼리! 안그래요?"

유혹적이었다 급격히 밝아지는 목소리에 자신을 놀린다는 것응 깨닫고 스티브가 로키의 머리를 잔뜩 헝크러트렸어. 헝크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면서 로키는 고민했어. 대체 키도 크고 음침하게 생긴 나를 그런 눈으로 보는거야? 남들에 대해서 잘 아는 로키는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평가는 무척이나 인색했지. 로키는 그런 쓸데없는 생각은 미뤄두기로 하고 이내 자신의 짐들을 스티브의 방에 옮기기 시작했어. 당연하다는 듯 자신의 짐들을 자기 편한대로 놓기 시작했어. 로키 나름의 심술이었지만 스티브는 사람좋은 미소를 띈 채 로키의 짐을 옮기는 것을 도와줄 뿐 아니라 로키에게 뭐 더 필요한 것 없냐며 물어보았어. 로키는 스티브의 이유없는 친절에 살짝 경계했어. 로키가 살짝 비아냥 거리며 물어봤어.

"원래 이렇게 남한테 다 퍼주는 스타일이에요?"

"? ...그냥 뭐.. 원래 이정도 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스티브가 자신도 잘 모르겠는지 머리를 긁적여. 클럽회장주제에 너무 얼빠져 보이는 스티브에게 로키는 코웃음을 쳐. 분명히 저 정도 자리에 오르려면 학업은 물론, 인망도 있어야하며 손에 꼽히는 재력이 뒷받침 되어야 할거야. 그런데 저렇게 쓸개 빠진 모습이라니.저렇게 보여도 분명히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을 거야, 라는 식의 의문을 품게 되지. 로키는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호의를 믿지 않었어.사실 어쩌면 토르와의 만남 이후로 모든 만남에 날을 세우게 된 것 같아. 더 이상 사람의 애정을 받아들일 만한 여유가 없었어. 그러나 사실 한번 열린 마음은 계속해서 애정을 갈구하게 되는 법이었지. 로키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그리고 잠옷으로 갈아입기 위해 옷을 벗었어. 그러자 스티브가 화들짝 놀라며 방 밖으로 나가버렸어. 여전히 스티브의 반응은 이해되지 않았어. 여자를 대하는 것 처럼 구는 것도 기분이 좋지 않았고. 그러나 조금있다 스티브가 정중하게 노크를 하고 들어와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는데 더 이상 화를 낼 수 없었던 로키는 한숨을 쉬고 말했어.

"스티브. 난 여자가 아니라고요."

"그건....나도 알아. 다만..."

스티브는 말을 골라내는 것 같았어. 그러다가 결국 적당한 단어를 찾지 못했는지 체념한 표정으로 조그맣게 말했어.

"니가 좀...예쁘게 생겼잖아...."

"뭐라고요? 지금 나보고 예쁘다고 했어요?"

"미안. 그런 단어를 쓰는..."

"아니 대체 어딜 봐서 예쁘다는거죠? 내가? 날 봐요. 마른데다 음침하고 난 인기 없는 타입이라고요."

스티브야말로 로키의 말에 멍해졌어. 자신이 봤을 때 로키는 꽤 예쁜 축에 속해있었어. 물론 키도 크고 여자같이 생기지는 않았지만 검은 머리나 흰 피부, 녹색눈동자는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얇은 입술이나 투병으로 인해 더욱 가늘어진 선이 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기 때문이야. 그래, 로키가 자신이 예쁘다는 것을 거부할 수는 있어도 음침하고 인기없다는 말은 이해가 되지 않았어. 하지만 로키의 얼굴을 보니 진심인 것 같았어. 자신을 한참 비하아닌 비하를 하던 로키가 스티브를 가리키며 말했어.

"예쁘다는 건....그래! 당신같은 사람이죠!"

스티브는 어이가 없었지. 그러나 아랑곳 하지 않고 로키가 말을 이어가.

"금발에 푸른 눈! 이게 아름다운거에요!"

대체 이 비틀린 미의식은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모르겠어.

"아니! 니가 더 이쁘지!"

결국 로키와 스티는 니가 더 이쁘다며 싸우기 시작했어.

"...하아, 대체 우리가 무슨말을 하고 있는거야?"

"몰라요. 이게 다 스티브때문이에요."

결국 둘은 큰소리로 웃었어. 둘은 자신들이 다투던 어이없는 주제에 탈진할 정도로 웃었어. 그러면서 분위기가 풀렸지. 로키는 얼마만에 웃어본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고 스티브는 로키와 병원에 있었던 시절을 떠올렸어. 그리고 아까의 오묘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스티브가 침대에 누워 말했어.

", 빨리 자야지. 내일은 신입생 환영회가 있을 테니까!"

그러자 로키가 말했어.

"전 오른쪽에 안 누우면 잠이 안와요."

스티브는 순순히 자리를 양보해주었어.

 

대학생활의 첫날이 밝았어. 로키는 아직도 침대에서 일어날 생각을 안했어. 스티브는 잠이 든 로키를 쳐다봐. 그리고 어젯밤일을 떠올렸어.

한밤중이 되자 스티브는 귓가에서 자꾸 들리는 이상한 소리에 눈을 뜨게 됐어. 그 소리는 로키의 신음소리였어. 로키는 무언가 악몽이라도 꾸는 듯 땀을 흘리고 있었지. 그 기다란 몸을 잔뜩 움추리고는 작은 소리로 끙끙거렸어.

"어머니. 용서해주세요."

스티브는 깜짝 놀라서 로키의 몸을 흔들며 깨우기 시작했어.

"로키? 로키? 어디 아픈거야? 일어나봐. 로키?"

그러자 로키가 살짝 눈을 뜨더니 스티브를 향해 말했어.

"토르."

로키는 스티브의 손을 꼭 잡고는 놓치 않았어. 로키가 눈을 깜빡이자 눈물이 흘렀어. 그리고 로키가 웃었어. 로키는 다시 잠이 들었어. 스티브는 자신을 바라보며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부른 로키를 보며 기분이 이상해졌어. 토르, 그 이름은 자신도 알고 있었어. 토르 오딘손. 그 이름은 맨하튼의 상류계층이라면 다 알고 있을 이름이었어. 아스가르드 그룹의 첫째였으며 미식축구를 잘 하는 걸로 유명했고 바로 로키의 배다른 형제였어. 그리고 자신과 같은 금발의 푸른 눈이었지.

 

거기까지 생각한 스티브는 화가 났어. 대체 이들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는거지? 그리고 자신이 왜 이렇게 화가 나는거지? 그런 의문을 떠올리던 스티브는 이제 일어나려는 로키를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어.

"Good Morning, freshman!"

 

대학의 수업은 생각보다 재미있었어. 자신이 원하던 법학은 아니었지만 인문학은 꽤나 자신의 적성에 맞았지. 사실 로키는 언어의 오묘함이 좋았거든 다만 성공하기 위해서 변호사를 꿈꿨던거야. 그리고 경제학을 부전공으로 신청했지. 로키는 아무래도 자신의 미래에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지. 그 수업에서 스티브를 만났어. 자꾸 만나는 인연이 신기하기도 했고 그닥 싫지는 않았어. 그런데 다만 로키가 듣기로는 스티브네 집은 대대로 정치인의 집안이었는데 왜 경제학을 듣는지 알 수 없었지. 그리고 스티브는 정치학과였거든. 여튼 로키를 발견한 스티브가 반갑게 인사를 하고는 수업이 시작하자마자 굉장히 열성적으로 수업을 듣기 시작했어. 그런 스티브를 보면서 로키는 살짝 감탄했어. 생각보다 진지한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을 했지. 수업이 끝나고 스티브가 로키에게 다가와 말했어.

"오늘 신입생환영식이 있으니까 일찍 와."

신입생 환영식이라니. 그런 유치한 것 가고 싶지도 않았고 누군가와 관계를 가져야한다는 것이 싫었지만 그래도 로키는 자신이 해야할 일을 생각했어. 아마 오늘 만나는 사람들은 나중에 다 도움이 될거야. 라고 마음을 다잡았어. 신입생환영식은 사실 별 건 없었어.다만 상류계층이 여는 파티와 같았어. 대신 여자는 없었지. 이 파티는 정장을 요구하는 파티였어. 로키는 오딘의 카드로 구매한 정장을 입으면서 씁쓸하게 웃었어. 최고급양복은 로키의 몸에 맞춘 거라 움직임도 편했고 그 옷을 입은 로키는 멋지고 우아해보였어. 하지만 로키는 옛날에 입던 낡은 단벌 양복보다 더 불편한 느낌이었어. 안 좋은 기분을 애써 추스리며 파티장에 나갔어. 비록 여자는 없었지만 파티장은 분위기가 좋았어. 고급스러운 술과 안주들이 있었고 그리고 신입생들은 대학이라는 새로운 세계에서 첫날을 보낸 것만으로도 기분이 들떠있었지. 로키가 나타나자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어. 로키 라우페이. 아니 아스가르드 그룹의 숨겨진 아들. 사람들의 눈은 호기심으로 빛났지.

"가난뱅이 생활을 했다던데 생각보다 괜찮아보이는데?"

로키의 외양은 사람들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했지. 하지만 그 곳에는 로키와 함께 고등학교를 다녔던 놈이 있었어. 그 놈은 로키를 싫어했었지. 가난한 주제에 언제나 당당했고 공부도 잘하는 놈이라니. 재수가 없었지. 그래도 지금까지는 로키가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결국 자신의 밑에서 일할 놈이라는 생각에 그저 보기만 했었어. 그런데 어느새 로키가 그 대단한 오딘손의 숨겨진 아들에 자신도 겨우겨우 들어온 이 클럽에서 꽤나 주목받는 존재가 된거야. 그래서 놈은 로키가 싫었고 로키의 별명, 즉 손을 대면 불행할 거 같았기에 놈은 로키를 향해 비난과 모욕의 말을 던졌어.

", 겉모습은 그럴 듯 하지만 저놈의 근본은 저질이야."

로키도 그 말을 들었지만 별로 상관하지 않고 샴페인잔을 들고 마시기 시작했어. 언제나 그렇듯 무시하기로 했지. 그러나 놈의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어. 사람들의 주목이 자신에게로 쏠린다는 것에 도취된 놈은 계속 나불거렸어.

"저놈 별명이 뭔지 알아? 바로 마녀였어. 뒤에서 돈 받고 남자주제에 몸을 팔았다던군? 게다가 저놈은 바로 형이란 토르랑 붙어..."

거기까지였어. 나불거리던 놈은 주먹에 나자빠졌어. 그 주먹을 날린 건 로키가 아닌 스티브였어. 로키는 화낼 타이밍을 놓쳐버렸어.스티브는 무섭도록 화를 냈어.

"그 더러운 소리는 밖에 나가서 하지. 애송이야. 이 성스러운 곳에서 형제들을 상대로 험담하는 놈을 회원으로 받을 수 없어!"

단호한 스티브의 모습에 사람들이 놀랐어. 그렇게 파티는 끝이 났어. 로키를 험담하던 놈은 선배들의 의해서 정말로 쫓겨났지. 로키는 여전히 화를 내고 있는 스티브에게 다가갔어.

"스티브."

", 로키! 혹시 괜히 내가 나선 건 아니지? 저놈이 루머를 퍼트리길래.."

로키는 조용히 스티브를 바라보다 말했어.

"고마워요."

진심으로 우러나온 말이었어. 로키의 감사인사를 들은 스티브는 마이 플레저. 라고 수줍게 미소를 지었어.

 

그렇게 신입생 환영파티가 끝나고 로키는 스티브에 방에서 잠을 자려고 누웠지. 근데 스티브가 열두시가 넘도록 오지 않았어. 대체 왜? 로키는 살짝 걱정이 되었어. 혹시 그놈이 무슨 해꼬지라도 했을까봐. 물론 스티브가 그런놈들에게 당할 사람은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지만 걱정이 되는 건 마찬가지였어. 휴대전화 번호라도 알아둘껄...로키가 살짝 후회를 했어. 새벽 두시가 되고 로키가 아무래도 찾으러 나가야 겠다고 생각을 하고 옷을 챙겨 입은 순간 2학년 선배들이 로키의 방에 처들어왔어.

"헤이! 프레쉬맨!"

호기롭게 문을 박차고 온 선배들은 조금 당황을 했지.

"..? 아직 안잤냐?"

... 로키는 그제서야 알아차렸어. 전통적인 클럽의 신입생 환영회는 지금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뻘쭘해하는 선배들을 앞세우고 홀에 나갔어. 눈앞에는 비몽사몽으로 속옷바람으로 홀에 집합한 신입생들이 보였어. 옷을 제대로 갖추어 입은 건 로키 하나뿐이었지.스티브는 그 앞에서 약간 곤란한 웃음을 지으면 서 있었어. 로키의 뒤에 있던 선배 하나가 스티브에게 장난스럽게 외쳤어.

"회장, 후배사랑이 너무 지극한거 아니야? 로키는 너무 멀쩡하잖아. 미리 알려주면 어떻게해?"

"? 무슨소리야? 난 그런 적 없어."

스티브가 살짝 인상을 썼어. 물론 모두에게 공정한 스티브가 그럴리 없다는 것은 알았지만 스티브가 원래 이 '전통적'  '환영회' 를 별로 싫어했기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한 거였어. 스티브가 오해를 받는 다는 것을 알은 로키가 한발짝 나서서 말했어.

"...스티브 선배가 밤 늦도록 안나오시길래...걱정이 되서..."

스티브는 자신을 걱정했다는 로키의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아졌어.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모든 신입생들에게 말했어.

"자 여기 다 모였으니. 이제 진짜 우리의 전통적인 환영회를 시작하도록 하겠다. 다들 밖에 나가서 각자의 <파트너>를 데리고 오도록.제한시간은 30분이고 다시 이 자리에 모이는거야! 가장 늦는 사람, 파트너를 데리고 오지 못한 신입생에게는 무시무시한 벌칙이 있을테니 그렇게 알도록. 자 그럼 시작!"

모두들 정신없이 나가기 시작했어. 속옷바람으로 뛰어나가는 신입생들을 보고 선배들이 웃었지. 로키는 유치하다고 생각했지만 뒤에서 스티브가 드물게 진지한 표정으로 빨리 가는게 좋을껄? 이라고 충고를 해줘서 거리를 나갔어. 거리에 나가니 새벽이라 사람은 없었고 그나마도 이미 다른 아이들이 다 데리고 갔기 때문에 여자는 더욱 없었어. 로키는 주위를 둘러보다 한 빨간머리 여성과 만나게 되었어. 그 여성은 아름다웠는데 왜 아직도 다른 신입생들이 채가지 못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어. 로키는 정중하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어.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좋아"

"?"

로키는 당황스러웠어. 그런 당황스러워하는 로키를 향해 여성이 웃으면서 말했어.

"난 나타샤라고 해. 나를 모르는 걸 보니 신입생, 그것도 친구도 없는 애구나?"

대체 이 여성, 아니 나타샤는 어떤 존재길래 저러는지 로키는 눈을 꿈벅였어.

"같이 가줄게. 넌 나한테 빚진거야."

로키는 나타샤가 내민 손을 잡고 클럽하우스로 돌아갔어.

 

로키가 나타샤를 데리고 클럽하우스에 들어오자 다들 놀라는 눈치였어. 신입생들은 술렁거렸고 선배들은 흥미로워 했으며 스티브는 눈살을 찌푸렸지. 로키는 조금 당황했어. 자신이 데리고 온 그녀는 미인이었지만 이런 굉장한 반응이라니 게다가 그 사람 좋아보이는 스티브가 싫어하는 내색을 하다니. 그런 상황을 즐기는 듯 나타샤는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로키의 팔짱을 끼고 유유히 클럽하우스 중앙으로 걸어갔어.

 

로키는 몰랐겠지만 사실 그녀는 대학 내에서 굉장히 유명한 여인이었어. 그녀의 별명은 블랙위도우였지. 별명 그대로 그녀는 애인들을 수시로 갈아치우기로 유명했고 그 애인들은 하나같이 잘나가는 남자들이었어. 운동선수, 재력가, 천재예술가, 유명연예인 등등.하지만 그녀에게 버림 받은 뒤면 하나같이 슬럼프를 겪었어. 그것이 그녀의 별명의 이유였어.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 대하여 경고했지만 그녀의 아름다움과 재능 영민함에 이끌리는 남자는 수도 없었지. 물론 그녀는 자신의 기준에 미달되는 남자는 만나지 않았어. 그 취향은 널을 뛰었지만 분야의 최고들만 사귄다는 건 확실했어. 그녀는 여성사교클럽의 회장이었어. 뭇 여성들의 질투를 받았지만 그녀는 선망의 대상이었어. 다만 이런 그녀에게도 단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녀 스스로는 결코 인정하지 않았지만 말이야.

 

"안녕. 자기. "

"...오빠라고 부르는 게 어떠니. 동생아?"

나타샤로마노프. 그녀는 스티브의 이복동생이었어.

 

 지금으로부터 7년 전, 나타샤의 어머니와 스티브의 아버지의 재혼은 꽤나 유명했지. 미국의 유명한 정치가인 로저스네와 러시아 군수산업의 핵심이던 로마노프네의 결합은 굉장했지. 겉으로는 국경을 넘어선 사랑으로 포장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다 알고 있었지. 이것은 비지니스적인 결혼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것은 결코 흠이 될 수 없었어. 주위 사람들 모두가 그런 결혼이라는 고전적인 방법을 통해 거래를 하고 있었거든. 다만 그녀에게 단점이 되었던 것은 하나였어. 하나의 소문.

나타샤로마노프는 이복형제인 스티브로저스를 사랑한다.

 

그것은 치명적이었지. 하지만 이 폭탄같은 소문은 그저 하나의 루머로 떠돌 뿐이었는데 그 이유는 스티브의 격렬한 부정때문이었어.그는 그녀를 여동생으로써 너무 사랑했어. 게다가 스티브는 꽤나 어린시절부터 함께 자라 온 남매에게 왜 자꾸 이런 저질적인 소문이 떠도는 지 몰랐어. 다만 스티브가 몰랐던 것은 그 소문이 모두 나타샤의 행동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었어. 그녀는 언제나 남자들을 찰 때 이런말을 했거든.

"스티브가 더 나아."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스티브는 어린 여동생이 자신을 너무 추켜세워주는 것이며 자신을 스토커 퇴치용으로 쓰는 거라며 웃었어. 다만 성인이 되고 난 뒤 점점 무절제해지는 여동생의 행동이 걱정되었지만 더 이상 간섭하지는 않았지. 스티브는 사람들의 눈이 신경이 쓰였는지 장난이라도 남매이상의 행동을 하면 스티브는 로마노프에게 무척이나 화를 냈어. 그녀도 그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이 주목받는 남매의 이야기는 대학 내에서 이미 유명한 이야기였어. 그렇기에 대학 안의-스티브의 영향력이 미치며 그녀의 소문을 아는-남자들은 그녀가 먼저 접근하지 않는 이상은 그녀에게 다가가지 않았어. 그런데 그런 나타샤가 신입생의 손을 잡고 나타난거였으니 얼마나 놀라웠겠어. 게다가 로키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오딘가문의 둘째였어. 아마 다음날이면 소문이 파다하게 날 것임이 분명했어. 그런 사실을 모르는 로키는 그저 스티브의 표정이 왜 굳어있는지 궁금했고 그런 사실을 아는 나머지들은 왜 그녀가 로키를 선택했는지 궁금해했고 스티브와 나타샤의 사이는 묘했어. 스티브의 표정은 좋지 않았고 그런 스티브를 보는 나타샤의 얼굴에는 빙글거리는 웃음이 지워지지 않았어.

"이제, 제한시간이 지나지 않았어? 오빠?"

"...파트너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이 선배들을 따라가도록. 그리고 파트너와 함께 온 신입생들은 나를 따라오고."

여전히 스티브는 탐탁치 않은 얼굴이었어. 역시 새벽에 급하게 나간 탓인지 파트너를 구해 온 신입생들은 많지 않았어. 로키는 멍하니 서 있다가 나타샤가 이끄는 대로 스티브를 따라갔어.

 

스티브를 따라간 신입생들은 옷을 다시 갖춰입고 오라는 소리에 다시 옷을 갖춰입고 내려오기로 했어. 로키는 옷을 갖춰 입으러 가는 길에 슬쩍 나타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어. 흥미로운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어. 뭔가 가슴 깊숙한 곳에서 차오르는 동질감도 느껴졌어. 스티브의 표정도 어느정도 이해가 되었어. 피가 섞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여동생을 굉장히 사랑하는구나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토르가 생각났지. 어쩌면 자신들이 좀 더 일찍, 다른 상황에서 만났다면 스티브가 나타샤를 사랑하는 것처럼 나타샤가 스티브를 사랑하는 것 처럼, 우리도 서로 좋은 형제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미 끝난 이야기였어. 로키는 만약에, 라고 생각하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성격은 아니었어. 이제 토르의 생각은 그만하기로 마음먹었어.

로키가 홀에 내려가자 스티브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던 나타샤가 표정을 바꾸고 웃으면서 걸어왔어.

"헤이, 스위티. 이제 쇼를 감상하자."

그녀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파트너를 구하지 못한 신입생들이 벌거벗은 채 나비넥타이와 지팡이, 그리고 구두만을 신고 걸어나오고 있었어. 그들은 모자로 중심부위를 간신히 가리고 어정쩡하게 걸어나왔어.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모두 웃음이 터졌지만 오직 세 사람만은 웃지 않았지. 스티브는 로키와 나타샤를 보고 있었고 나타샤는 그런 로키를 로키는 자신을 쏘아보는 그 눈길에 옴짝달싹 못했어.

 

진정한 파티가 다시 시작되었어. 저녁때 열렸던 파티는 그저 눈가림용에 지나지 않았어. 진짜 대학생들의 정신나간 파티가 시작이 되었어. 신입생들의 나체쇼 가 끝이 나고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모여들었어. 독한 술과 가벼운 엑스터시가 오갔고 디제이가 최신 음악을 집이 떠나가라 크게 틀어댔어. 이런 분위기에 도취된 남녀들은 서로 손을 잡고 으슥한 곳으로 기어들어갔지. 그런 꼴을 지켜보던 스티브는 몇몇 심각하게 보이는 상황을 정리하고 난 뒤 로키와 나타샤를 찾기 시작했어. 스티브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어. 자신의 여동생과 로키가 어떤 관계라도 맺는다면...이라고 생각하자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어. 그리고 아까 로키가 옷을 갈아입으러 간 사이에 나타샤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어.

 

"..나타샤 니가 신입생의 파트너가 될 줄이야 몰랐네."

"취향이야."

"취향? 너는 애송이들은 안 사귀잖아."

나타샤가 깔깔거리며 웃었어.

"애송이? 그래 맞어. 나는 성숙한 놈들만 사귀지. 하지만 다들 오빠보다는 못하더라고."

나타샤가 요염하게 스티브의 목 뒤로 손을 둘렀어. 스티브가 정색하면서 그 손을 풀렀어. 그리고 나타샤에게 단호하게 말했어.

"괜히 신입생 마음에 상처주지마."

"언제부터 이렇게 상냥하셨나. 미스터 스티브로저스?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

"니가 요새 신경쓰이는 사람이 저 밤비지?"

스티브는 반박하려고 했으나 사실 로키를 처음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 신경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었기에 입을 다물었어. 그건 동정?연민? 단순한 호감? 자신안에서 로키에 대한 감정의 정의를 내려야 하는가 싶었어. 처음에는 안쓰러웠고 호기심이었고 후에는 자꾸 보고 싶어졌고 챙겨주고 싶었어. 사실 로키가 사라졌을 때는 내색은 안했지만 로키를 미친듯이 찾아다녔어. 심지어 병원에다 로키의 행방을 물어보기 위해서 아버지의 이름까지 팔았을 정도였어. 스티브가 세상에서 제일 싫었던 것이 가문의 이름을 내세우는 것이었는데도 말이야. 로키가 오딘가문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쉽지는 않았지만 결국 알아냈어. 다만 로키오딘이 아니라 로키라우페이라는 것이 처음에는 이해 되지 않았지만 원래 상류계층의 가정사는 다 복잡하게 마련이니까. 도리어 지금껏 단란한 가정을 꾸린 토르네 가족이 이상한 것이었지. 아무튼 로키가 오딘가문의 사생아였으며 자신과 같은 대학에 입학예정이라는 사실에 기뻤어. 게다가 친구이자 클럽 부회장인 바튼이 가지고 온 클럽의 선발명단에 로키가 들어있자 이건 운명이라고까지 느꼈지. 그런 생각까지 가졌었기에 로키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이제서야 되짚는 것이 좀 웃기기도 했어. 하지만 여전히 자기 안에서의 로키에 대한 감정은 이해가 되지 않았어. 남자를 사랑하는 것 자체가 스티브의 관념안에는 없었으니까.

그렇게 멍하니 생각하고 있는 로저스를 나타샤는 노려보고 있었어. 역시 자신의 생각이 맞았어. 그녀는 그를 무척 사랑했기 때문에 스티브 자신보다 더 그를 잘 알았어. 그의 감정이 손에 잡힐 듯 보였지.

그녀도 기억을 떠올렸어. 병문안을 갔을 때 로키와 함께 있던 스티브의 모습이나 산책 중에 만났던 새로운 '친구' 에 대하여 신나게 말을 하던 모습,  '친구' 가 없어졌을 때 화를 내며 아버지의 이름을 들이밀고 의사를 협박하던 모습들. 그런 것들을 나타샤는 모두 보고 있었어. 그녀는 스티브가 로키에 대하여 사랑, 그 비슷한 감정이 자라고 있다는 것을 이미 눈치챘어. 다만 이 고지식한 자신의 오빠는 그 사실을 인정하기에 꽤나 오랜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걸 알았지. 그 전에 어떻게든 막아야해! 라고 나타샤는 생각했어. 멍하니 자신과 로키의 관계를 되짚어보던 스티브와 그런 스티브를 한참 노려보고 있던 나타샤는 로키가 나타나자 대화를 중단했어. 스티브가 로키를 부르기도 전에 나타샤가 화려한 웃음을 지으며 로키를 채갔지. 스티브는 그 둘을 계속 바라보았어. 가슴 깊숙한 곳에서 끓어오르는 어떤 감정에 의심을 품고.

 

자신의 사랑하는 여동생이지만 그녀가 로키와 함께 있다는 생각을 하니 화가 났어. 그래, 자신의 감정은 질투였어. 나타샤를 향한 질투였어. 그것을 깨달은 스티브는 로키와 나타샤를 찾으러 돌아다녔어.그러나 로키와 나타샤는 쉽사리 눈에 띠지 않았어. 수 많은 커플들이 숨어있을만한 으슥한 곳이나 개인 방들을 열어제꼈지만연인들의 즐거운 시간만 방해하는 셈이었지. 스티브는 점점 더 속이 탔어. 괜히 연인들에게 적당히 하라는 화풀이나 했지. 그렇게 파티가 절정에서 시간이 지나 사람들이 향락에 지쳐 나가떨어질 때 까지도 여전히 나타샤와 로키를 발견하지 못한 스티브는 허탈한 발걸음으로 자신의 방에 들어왔어.

"늦었네요. 스티브."

자신을 반겨주는 건 편안한 옷차림으로 책을 읽고 있던 로키였어.

 

스티브는 멍하니 로키를 바라보았어. 그런 스티브를 로키는 의아한 듯 쳐다봤지. 이상하게도 거의 처음 보는 듯한 절박한 표정으로 스티브가 로키에게 물었어.

"나타샤는? 로키 너랑 나간 것 아니었어?"

"나타샤랑은 밖에 나가서 밥 좀 먹고 헤어졌어요."

나타샤와 아무일도 없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스티브는 기분이 좋아졌어. 스티브가 전처럼 웃어보이자 로키는 들고있던 책을 덮고는 "잘 자요. 룸메이트." 라며 침대 속으로 쏙 들어갔어. 스티브는 침대에 앉아 로키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보았어. 오늘 파티는 재미있었는지 마음에 들었던 여자가 있었는지 등등 로키는 벌써 잠이 들었는 지 미동도 없었지만 그냥 로키를 향해 말을 했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로키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어.

"혹시 나타샤가 무슨 말 하지 않았어?"

이번에도 대답이 없었어. 스티브는 조용히 말했어.

"...날 기다리고 있었던거라고 생각해도 될까? 로키?"

여전히 말이 없는 로키를 두고 스티브는 파티의 마지막 정리를 위해 방을 나섰어. 그리고 로키는 스티브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도 그가 잠이 든 후에도 잠들지 못했어.

 

로키는 잠들지 못했어. 나타샤와 아까 했던 대화들이 기억이 났어.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녀는 자신과 닮아있었어. 나타샤는 로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지.

"나는 스티브를 사랑해."

그녀의 당당한 고백에 할 말이 없어졌어. 그 당당함에 로키로써 드물게도 그녀에게 질문을 했어.

"그는 너의 오빠잖아?"

"so, what?"


그녀는 7년 전 그날 이후로 스티브를 단 하루도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말했어. 그녀는 어차피 피도 안 섞였는데 뭘. 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어. 하지만 로키는 알 수 있었어. 그녀는 지금 끔찍하고 지독한 짝사랑중이라는 것을 말이야. 나타샤는 자신과 같았으니까. 그녀는 스티브의 밝은 면과 다정했던 면에 끌렸어. 그녀에게 있어서 스티브는 생에 최초의 빛이였어. 자세한 이야기는 해주지 않았지만 그녀의 유년시절도 로키만큼 순탄하지 못하다는 것을 눈치챘지. 그녀는 스티브는 자신을 여동생으로 밖에 보지 않는다는 둥 짜증을 냈고 사실 자신이 스티브를 좋아한다는 소문도 더 이상 퍼지면 안된다고 말했어. 그것은 정말 사상 최대의 스캔들이니까. 마치 친한 친구에게 비밀을 털어놓듯 말하는 나타샤를 향해 로키가 살짝 비웃음을 던지며 말했어.

",. 나타샤로마노프. 이런 비밀을 나한테 말해도 괜찮겠어?"

"너한테는 말해야할 것 같으니까. 나한테 빚을 졌다고 말했지? 그게 이거야. 날 도와줘."

로키는 나타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어. 대체 뭘 도와달라는거지? 하지만 나타샤는

"아직은 그것 뿐이야. 내가 스티브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둬." 라며 계산서를 들고 나갔어. 그녀는 끝까지 빚을 지게 만드는 여자였어.

그리고 로키는 방에 들어가 스티브를 기다리며 생각을 했어. 그녀와 스티브, 그리고 자신과 토르. 자꾸 그들의 관계에 자신을 끼어넣는 것이 웃기다고 생각했지만 자꾸만 생각이 났어. 첫 만남부터 스티브는 토르를 생각나게 하더니 웃기는 일이었어. 게다가 이 늦은 시간까지 자신이 스티브를 기다리는 것도 웃겼어. 방 밖에서 누군가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어. 로키는 황급히 책을 하나 꺼내서 아무렇지 않게 위장했어.

"늦었네요. 스티브."

스티브가 방에 들어오고 자신에게 나타샤와의 일을 묻는데 어쩌면 스티브가 나타샤의 짝사랑이 꽤 희망적이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들었어. 왜냐하면 나타샤와 자신이 단둘이 있을 때 바라보는 시선이나 나타샤와 아무일도 없었다고 말하니 안심하는 꼴이라니 그런 스티브를 보며 로키는 살짝 심통이 났어. 왜인지는 몰랐지만 스티브가 다정하게 묻는 것이 짜증이 났어. 그래서 로키는 자는 척을 했지.근데 나가기 전에 스티브가 자신을 기다렸다고 생각해도 될까라고 묻는 말에 로키는 어안이 벙벙해져. 왜 저렇게 안타깝고 간절하게 자신을 향해 말하는건지. 마치 구애를 거절할까봐 두려워하는 목소리에 로키는 잠이 달아났어. 나타샤의 당당한 사랑고백에 동화되어 자신의 안에 있던 감정이 좀 더 솔직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던거야. 그 감정의 방향이 어디로 흘러갈지는 미지수였지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토르가 로키의 학교를 방문했어.

 


03

 

토르가 로키를 찾아 온 것은 입학식이 끝난 뒤 3주가 넘은 시점이었어. 토르도 신입생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대학생활에 휩쓸려서 어느정도 시간이 흘렀어. 여자와 술, 마약. 그 모든 것이 있는 파티의 연속이었어. 고등학교 때도 줄곧 즐겨온 것들이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장소 더욱 기발한 방법들 속에서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어. 로키의 자리를 뺏았고 들어간 법대는 수업도 사람들도 재미가 없었어. 그래서 수업을 듣는 시간보다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됐어. 고교시절보다 더욱 문란해진 생활에 일간지*6면에 종종 실리기도 했어. 아스가르드 그룹의 후계자의 일탈! 이런 식의 신문기사가 실렸지만 무시했지. 아직까지 크게 일을 벌이는 건 아니었으니까. 점점 방탕해지는 대학생활 속에서도 토르는 종종 로키를 떠올려. 자신의 이복형제, 한때 자신의 친구. 어떻게 보면 이상하지만 어떻게보면 별로 특별할 것 없는데 로키를 생각하면 가슴이 울렁거렸어. 그리고 불현듯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로키를 찾아갔어.

 

토르는 로키가 있을 기숙사에 들렸다가 그의 짐은 클럽하우스에 있을거에요. 란 대답을 들었어. 토르 자신도 클럽하우스의 회원이지만 로키가 '클럽하우스'에 있다는 건 좀처럼 상상이 잘 안갔어. 언제나 사람들을 피하고 무시하고 비웃던 로키가 사교클럽에? 무언가 좋은징조인가? 란 생각도 들었어. 로키가 있다던 클럽하우스에 들어갔어. 토르와 다니는 학교의 클럽하우스와 비슷했지. 화려하고 고급스럽고 상류층 냄새가 팍팍나는.하우스였어.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클럽 하우스에 있던 사람들이 토르를 알아봤어. 요즘 계속 가십지에 실리는 인물이었는데다가 사교계에서 많이 본 인물이니까. 토르는 로키가 어딨냐고 물어보는데 사람들이 하나같이 로키는 스티브와 함께 있을 거라고 말을 해. 토르는 미간을 찌푸렸어. 스티브? 어디서 들어 본 이름이었지만 지금 그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어. 누군가가 둘이 도서관에 갔다고 말을 해줘. 토르는 도서관으로 뛰어갔어. 무언가 마음속에 작게 일렁이는 불안감을 가지고. 로키를 빨리 만나야만 이 불안감이 사라질 것 같았어.

 

토르가 도서관 앞에서 로키를 발견했어.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건강해보이는 로키와 그 옆의 금발의 남자가 보였어. 저 남자가 분명히 스티브겠군, 토르는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어. 그때 스티브와 이야기를 하던 로키가 환하게 웃었어. 토르는 깜짝 놀랐어. 정말이지 로키의 웃는 모습을 너무 오랜만에 봤어. 토르와 놀던 그때 모습같아. 어쩌면 로키와 자신이 예전처럼 친구사이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몰라! 토르는 반가운 마음에 미소를 띄우며 로키의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어. 그러나 토르의 눈앞에 보인 건 막연하게 기대하던 로키가 반겨주는 모습이 아니라 토르를 보자마자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어버린 로키의 얼굴이었어. 토르는 로키와 자신의 관계는 여전히 최악이었으며 자신에게만 보여주던 그 미소는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어. 그리고 자신의 불안감의 정체를 깨달았어. 로키와 함께 있다는 스티브라는 남자 때문이었어.

 

토르는 충격때문에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스티브는 로키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어. 로키와 스티브의 관계는 조금씩 물꼬를 트고 있었지. 이전 고등학교시절 토르와의 관계만큼은 아니더라도 로키가 조금씩 스티브에게 의지하고 있었어.스티브는 자신이 로키에게 품는 감정이 특별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어. 로키도 스티브가 자신에게 품는 감정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 다만 둘은 천천히 그 감정이 좀 더 명확한 실체가 드러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어. 왜냐하면 스티브는 엄격한 청교도적 가정에서 자라와서 호모섹슈얼에 관하여 편견을 가지는 건 아니었지만 자신하고는 상관이 없다는 쪽이었고 로키는 자기애가 밑바닥이었기 때문에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확신이 없었어. 스티브의 감정이 좋은 건지 나쁜건지도 몰랐고 게다가 토르와의 일이 있었지. 잠깐 마음을 열었더니 이내 상처나버린 기억때문에 조심하고 있었어. 그 때문에 로키는 어렸던 그때보다 좀더 영악해졌고 자신을 숨길 줄 알게되었지. 그래서 스티브는 로키의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어. 스티브와 만난 이래로 이처럼 감정을 드러낸 일이 없었기 때문이지. 게다가 예전에 로키가 잠결에 자신을 토르라고 착각했었던 것도 있고 스티브는 로키에게 다가온 토르를 막아섰어.

 

"무슨일이시죠?토르씨?"

토르가 오만한 눈으로 말했어.

"넌 누군데 내 앞을 막아서는거지?"

토르는 스티브를 모른 척 했어. 너 따위 모른다는 행동에 스티브는 한편으로 어린애답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로키의 앞에서 자신을 무시하는 행위에 열이 받았어. 사실 토르와 스티브는 서로 얼굴도 알고 인사도 몇번 나누어 본 사이였어. 친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무시할만할 사이도 아니었지. 로저스 집안과 오딘 집안은 서로 미묘한 관계에 있었어. 오딘가문은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민주당을 은근히 지지하고 있었고 로저스 집안은 공화당을 대표하는 정치가 중 하나였어. 아직 두집안끼리 부딪힌적은 없었지만 미묘한 대립관계였지. 그런 일은 제쳐두고 토르는 로키의 옆에 당연하게 있는 스티브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 그래서 무시를 한거였어.스티브가 좀 더 토르의 앞을 막아서며 말을 했어.

 

"저희는 볼일이 있는데 용건만 간단하게 해주시겠습니까?"

"형제를 보러 왔는데 용건이 필요한건가?"

 

토르가 으르렁거리면서 로키의 손목을 잡았어. 스티브도 지지 않고 로키의 반대편 손목을 잡았지. 둘다 만만찮게 힘을 줘가며 로키의 손목을 잡는 통에 손목이 다 저릿저릿했지. 로키는 화를내며 손을 뿌리쳤어.

 

"Enough! 둘 다 그만둬!"

 

로키의 팔목에 빨간 손자국이 나있었어. 스티브는 그 손자국을 보며 미안하다고 작게 사과했지만 토르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눈만 번뜩이고 있었지. 그 모습에 로키는 한숨을 쉬며 스티브에게 말했어.

 

"죄송해요. 스티브 우리 약속은 조금 미뤄두기로 할까요? 제 형이 할말이 있는 듯 싶네요. 잠시 다녀올게요. 오래걸리지는 않을거에요."

 

그것보라는 듯 토르는 승리한 맹수마냥 뽐냈어. 스티브는 로키에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해줘." 라고 말하고 자리를 떴어. 로키는 걱정말라며 슬쩍 웃어보였고 그런 둘의 모습을 보는 토르의 심기는 무척 불편했어.

 

-

 

 

"대체 무슨일이야."

 

토르는 할말이 없었지. 왜냐하면 자신이 눈을 떴을 때 로키가 보고 싶었고 그래서 보러 왔을 뿐이니까. 아까 스티브에게 날을 세우던 토르는 어디에 가고 널 보고 싶어서 왔다. 라고 솔직하게 얘기해볼까 고민하며 우물쭈물 로키의 눈치를 보는 토르만 남았어. 로키가 그런 토르를 보더니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면서 말해.

 

"대체 형제라면 이런 쓸데없는 시간까지 보내야 하는거야? 아님 이제 여자를 끼고 노는 시간이 지겨워졌나?"

 

로키는 토르가 그 동안 가십지에 실린 걸 다 봤었어. 그걸 보면서 여러가지 감정을 느꼈지. 자신이 동경하던 사람이 망가지는 것을 보는 느낌이 있었어. 로키는 토르가 어떤 사람인지도 아니까 그저 단순하게 남들이 보는 돈 많고 잘생긴 금발의 쿼터백이아니라 가정환경이 워낙 대단해서 좀 눈치가 없고 배려가 없을 뿐이지 다정다감하고 남한테 상처를 주기 싫어하는 토르의 성격을 아니까 얘가 왜 이러나 싶기도 했고 왠지 그 모든 게 자신이 신들과도 같던 가정을 깨트려서인가 싶기도 해서 마음도 좀 상했지. 한편으로는 화도 났었어. 왜 자신이 토르를 걱정하고 있는 건지, 자신을 꿈을 짓밟고 모욕한데다 엄마의 복수에 걸림돌이 되는 토르인데 자꾸 호감이 가니까 이러면 안돼! 하면서 괴로워하는데 토르는 자신의 마음도 모르고 여자들이랑 놀러가서 이런 사진이나 찍혀오고. 마지막으로 어느 정도 질투심도 느꼈었어. 그 전이라면 동경이 뒤섞인,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토르가 가지고 있다는 질투심으로 치부해버릴 수 있었는데 지금은 나타샤의 마음을 봐서인지 스티브의 은근한 보살핌 때문인지 자신이 토르가 '여자와 함께' 라는 것에 질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 다만 그깟 질투심보다는 다른 감정들이 더 커서 애써 그 사실을 외면할 수 있었어.

 

토르는 화를 내는 로키를 보며 아직 나와 얘 사이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았구나, 란 생각을 해. 그리고 왜 돌아가지 못하는 지 이해를 할 수 없었어. 물론 로키로 인해서 어머니나 아버지가 고통을 받고 있긴 했지만 이미 일어난 일이고 이제부터라도 잘 지냈으면 싶은데 로키는 자꾸 자신을 밀어내니 화가 나. 어떻게 보면 이복동생이라도 가족이니까 전보다 친밀해야 될 사이가 아닌지 싶은 거야.그래서 답답하고 왜 자꾸 자기를 밀어내는지도 모르겠고. 토르는 마이너스 감정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니까 로키를 이해 못해. 물론 로키나 로키의 엄마에 관해서 얽힌 일을 모르니까 더욱 그러는 거지만. 토르는 이제 로키를 바라볼 때 친하게 지내고 싶은 친구에서 친하게 지내고 싶은 동생이 되었어. 로키가 동생이란 걸 알기 전에는 무언가 자신 안에서 싹트고 있던 다른 감정이 있었지만 동생이란 걸 안 순간부터 그런 감정들은 자연스럽게 묻어버렸어.

 

로키와 첫 만남에서 그가 예쁘다고 생각했던 거나 그를 따라다니며 친구가 되기로 손을 잡았을 때 두근거렸던 느낌, 겨우겨우 함께 하교를 했을 때 웃던 로키를 보며 자기가 더 기분이 좋아지던 일, 로키와 헤어질 때 느꼈던 아쉬움, 로키가 자신을 돈을 보고 좋아했다는 말에 충격을 먹고 다른 남자들에게 몸을 팔았다고 소리를 질렀을 때 느꼈던 배신감, 자신과는 결코 자지 않겠다던 말에 느꼈던 분노. 로키가 눈앞에 나타나지 않았을 때 느꼈던 초조함, 다시 나타나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는데 꿈을 짓밟았다고 자신에게 소리 질렀을 때 느꼈던 절망감. 모든 감정을 통째로 덮어버렸어. 토르가 감정에 대해 둔해서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가족 이란 이름으로 로키와 자신이 더 가깝게 묶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본능적으로 생각을 했기 때문이야. 친구나 어쩌면, 자신이 바래왔을지 모르는 연인이란 관계는 토르에게 너무 불안정했었어.

 

 

로키는 토르에게 쏘아붙이고 나서야 질투심을 드러낸 것 같아서 좀 당황했어. 그러나 토르는 여전히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어. 그가 눈치를 못 챈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빨리 자리를 뜨기로 해. 로키가 할말 없으면 이만 돌아갈게. 스티브가 기다려서.” 라고 돌아서는데 토르가 로키의 손목을 확 잡아끌었어. 토르는 지금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아. 로키가 자신에게 돌아서는 것도 화가 났고 스티브라는 놈의 이름을 말 하는 것도 화가 났어. 로키가 아프다며 인상을 썼지만 토르는 놓지 않았어.

 

스티브에게는! 그 놈에게는 그렇게 웃어줬으면서! 이제 가족인 자신에게는!

 

토르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어. 나는 로키의 형이야. 그를 만날 자격은 충분하고 그럴 의무도 있어. 라고 스스로에게 말했어. 토르는 아파하는 로키에게 말했어.

 

“2주 뒤에 시합이 있어. 우리학교랑 너희학교 친선경기야. 나 거기 출전할거야. 와줘. 와서 응원을 해줘.”

내가 왜?”

우리는!”

 

토르가 화를 내듯 크게 소리쳤어. 하지만 토르의 눈동자는 마구 흔들렸어. 로키는 처음으로 토르의 감정을 읽어내지 못했어. 언제나 직선적이고 솔직한 토르였기 때문에 로키는 당혹스러웠어. 토르가 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 부러질 것처럼 아팠던 손목은 이미 느껴지지도 않았어. 지금만큼은 남들의 시선도,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았던 오딘도 어머니 로피의 저주도 심지어 자신을 모욕했고 상처 주었던 토르에 대한 감정도 상관없었어. 그저 토르를 안아주고 싶었어. 로키는 토르를 향해 떨리는 손을 뻗었어.

 

우리는 형제잖아.”

 

그러나 그 손은 토르에게 닿지 못했어.

 

 

토르의 말에 로키가 황급하게 손을 거두었어. 형제, 그래, 우리는 형제였어. 가장 중요한 사실이었어. 로키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하려고 했는지 놀랐어. 로키는 토르에게 벗어나기 위해 무조건 토르에게 시합을 보러가겠다고 약속했어. 토르는 그제야 손을 풀어주었어.로키는 토르에게서 도망치듯 사라졌어. 그런 로키의 뒷모습을 보는 토르는 다시 화가 나고 서글퍼졌지만 그래도 2주 뒤에 있을 시합에 로키가 오겠다고 해준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어. 우리는 가족이니까. 시간은 많아. 토르는 그렇게 조금씩 사이를 좁혀나가면 된다고 생각했어.토르의 손에서 벗어난 로키는 미친 듯이 뛰어갔어. 토르가 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울 것 같았어. 로키는 토르가 자신의 첫사랑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어. 토르는 자신에게 처음으로 행복을 준 빛과 같은 존재였었어. 그러나 둘은 형제였어. 무엇보다 로키를 슬프게 만들었던 것은 토르가 자신을 그저 친구, 형제로 볼 뿐이라는 사실이었어. 자신과 같은 감정이라는 것은 생각할 수 없었어. 만약 로키가 자신에게 좀 더 당당했거나 토르와 형제가 아니었다면 토르가 로키에게 드러냈던 감정이 그저 가족애나 우정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겠지만 그러지 못했어. 로키는 스티브와 약속도 잊고 자신의 방으로 달려갔어. 욕실에 들어가 물을 최대한 틀어놓은 뒤 펑펑 울었어. 자신의 목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기를 바라면서 크게 울었어.

 

로키?”

 

스티브의 목소리가 들렸어. 로키가 놀라 뒤를 돌아보니 스티브는 언제나 단정하던 머리는 흐트러져있고 땀을 무척 흘린 듯 보였어.시간이 꽤나 흘렀는데도 불구하고 로키가 약속장소에 오지도 않고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자 스티브는 걱정이 돼서 이곳저곳을 헤매다가 결국 로키의 방에까지 왔던 거였어. 스티브는 로키를 찾으면서 별별 생각을 다했어. 로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가장 최악의 상상은 토르가 로키를 데리고 자신의 눈앞에서 영영 사라지는 것이었어. 더욱 최악이었던 건 너무 자연스럽게 로키가 토르의 품안에 있는 상상을 하는 것이었어. 분노가 일었어.

 

Idiot! 그때 그렇게 보내서는 안됐는데!

 

그리고 인정해야만 했어. 자신은 로키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동성애 따위가 문제가 아니었어.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자신은 로키와 키스를 하고 연애를 하고 섹스를 하고 싶었어. 스티브는 로키를 발견하면 무조건 자신의 품안에 안고 도망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어. 그리고 욕실에서 울고 있던 로키를 발견한 순간 스티브는 자신의 다짐대로 했어.

 

스티브는 울고 있던 로키를 끌어안았어. 로키는 자신의 수치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부끄러웠어. 황급히 스티브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스티브는 로키를 놓아주지 않았어. 발버둥치는 로키를 더욱 꼭 끌어안은 뒤 로키의 얼굴을 들고 축축하게 젖은 뺨에 키스를 했어. 깜짝 놀란 로키가 더욱 버둥거렸어.

 

스티브 로저스! 대체 이 무슨!”

울지마. 로키. 내가 위로해줄게.”

 

스티브는 로키의 발버둥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로키의 뺨과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어.

 

이러지마요!”

아니면 나를……. 토르라고 생각해도 좋아.”

 

로키는 스티브의 말에 모든 행동을 멈추었어. “눈 감아.”스티브는 로키의 눈을 손으로 가렸어. 그리고 말했어.

 

나를 토르라고 생각해.”

 

스티브가 로키에게 키스했어. 처음에는 버드키스로 시작했지만 굳게 닫힌 로키의 입술을 살짝 물었어. 그제야 로키가 입을 살짝 벌렸고 스티브는 어설프게 벌려진 입안을 격렬하게 탐했어. 손바닥 아래로 로키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느껴졌어. 스티브는 마음이 간질거렸어. 키스가 좀 더 격렬해지자 굳어있는 로키의 손을 자신의 목 뒤로 두르게 했어. 스티브는 로키가 경험이 적다는 것, 어쩌면 자신과의 키스가 첫키스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어. 그리고 속으로 토르에게 비웃음을 날렸지. 이렇게 사랑스러운 사람을 내버려두다니 바보 같군. 그리고 자신에게도 비웃음을 날렸어. 로키와 지금 키스를 하고 있는 사람은 그럼 누구지? 스티브로저스인가 아님 토르 오딘인가. 입이 썼어. 그래도 여전히 로키의 입술은 달콤했어.

 

격렬한 키스가 끝나고 로키의 얼굴에서 손을 떼자 로키의 긴 속눈썹이 몇 번 움찔거리더니 이내 물기어린 녹색 눈동자가 드러났어.스티브는 로키가 더욱 아름답다고 생각했어. 로키의 눈동자에서는 여러 감정이 읽혀졌어. 쾌감과 당혹스러움, 후회, 죄책감 그리고 애정. 그 감정들이 뒤섞여서 눈물이 되어서 흘렀어. 스티브는 그 눈물을 혀로 핥아주었어.

 

울지 말라고 위로해 준건데. 이러면 소용이 없잖아.”

미안해요.”

미안할 필요가 뭐가 있어. 내가 그러라고 한 건데.”

 

스티브는 로키의 말의 뜻을 알았어. 그런 로키를 보며 마음이 아팠지만 그것으로 로키가 자신에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괜찮다고 생각했어. 토르와 닮은 이 외모도 마음껏 이용해주리라고 생각했어. 스티브는 로키의 얼굴을 수건으로 조심스럽게 닦아주었어.

 

그래도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단계는 부디 스티브 로저스가 했으면 하니까.”

 

스티브는 로키의 정수리에 입을 맞추고 방을 나갔어. 여전히 로키에 대한 욕망은 넘쳐흘렀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어. 오늘은 단순한 위로였어, 그리고 자신은 토르였지만 내일, 그리고 기필코 언젠가 스티브 로저스로 로키와 연인이 되고 싶었어. 그랬기에 오늘은 물러가기로 했어.

 

스티브가 나간 뒤 로키는 스티브와 입을 맞추었던 자신의 입술을 만졌어. 스티브가 생각했던 대로 로키에게 있어 그건 첫키스였어.로키는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어. 일단 스티브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꼈어. 스티브가 말한대로 자신이 토르를 사랑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어. 어떻게 그 마음을 스티브에게 들켰는지 모르겠지만 미안했어. 스티브가 자신을 무척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어. 심지어 자신을 토르라고 생각하라고까지 했어. 그런 스티브의 마음이 고마웠어. 하지만 무엇보다 로키는 혼란스러웠어. 토르를 좋아하는 것을 들킨 것도 스티브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도 혼란스러웠지만 무엇보다 로키가 눈을 떴을 때 보았던 금발과 푸른 눈에서 자신이 떠올린 사람이 토르였는지 스티브였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었어.

 


그 다음날 스티브는 로키를 전과 다름없이 대했어. 로키도 자신을 배려해주려는 스티브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했어.평소처럼 좋은 선후배 사이로 농담도 자주하고 자주 어울려다녔지만 그뿐이었어. 그 키스 이후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어. 하지만 그 키스로 인하여 둘만 남아있게 되면 묘한 성적 긴장감이 둘 사이에 존재했어. 스티브는 로키의 입술에 맞닿은 뒤 더욱 로키와 더한 것을 하고 싶었고 로키는 자신의 감정이 혼란스러웠지만 그와는 별개로 스티브를 좋아하는 감정을 확신했어. 하지만 더 이상 관계는 진척되지 않았어. 둘 사이에 암묵적으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둘은 그 이유를 알았어. 모두 '토르' 때문이었어. 그리고 스티브는 결심했어. 이 관계를 어떻게든 정리해야겠다고. 토르가 로키에게 말했던 예일과 하버드의 시합 전날. 스티브가 로키에게 말했어. "로키.이번에 열리는 시합에서 토르말고 나를 응원해줘."

 

스티브는 타고난 신체적 재능 덕에 여러 스포츠 클럽에서 눈독 들이는 인재였어. 사실 스티브도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해 때때로 시합이 있을 때마다 부탁을 받으면 대타를 뛰어주고는 했어. 다만 이번에 입은 다리부상 때문에 앞으로 1년 동안 시합에 나갈 일은 없다고 미리 선언했었어. 하지만 이번 미식축구 시합에서 토르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스티브가 직접 나가기로 마음먹고 시합에 나가기로 했어. 스티브는 자신답지 않은 무식한 방법을 쓴다고 생각했어. 중세시대의 기사가 사랑하는 여인을 차지하기 위해서 결투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그런 방식을 로키가 좋아하지 않을 것은 불 보듯 뻔 한 일이었어. 자신을 여자 취급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은 로키였으니까. 그래도 스티브는 이런 방법밖에 생각나지 않았어. 토르같은 남자에게서 로키를 뺏기 위해서는 그의 안마당에서 당당히 승리해야했어. 로키를 바라보던 토르의 눈빛을 자기는 알 수 있었어. 그것은 형제애 따위가 아니었어. 소유욕이었어. 지금은 그것이 형제란 이름으로 포장이 되있었지만 언제고 그런 얄팍한 포장따위는 쉽게 부서질 것이었어. 로키와 토르가 서로의 감정을 아직 모르고 있는 걸 스티브는 알고 있었어. 빠르면 빠를 수록 좋았어. 일치감치 도장을 찍어야했어. 로키는 자신의 것이라고. 짐승같았던 토르에게 로키를 뺏아오는데 이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었어.로키는 스티브의 그런 생각을 알아차렸는지 미식축구도 했었어요? 라고 당황하던 얼굴이 이내 붉어지면서 화를 냈어.“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는 여자 따위가 아니에요.”로키가 화를 내며 스티브의 손을 들어서 자신의 가슴에 올려놓았어. 스티브는 당황했어. 로키도 자신의 행동에 당황스러워보였어. 한순간에 열이 받아서 한 행동이었고 로키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 스티브는 손바닥 아래에서 빠르게 뛰고 있는 로키의 심장박동을 느낄 수 있었어.

 

04

 

스티브의 기브스를 풀던 날 드디어 스팁과 로키는 데이트를 했어. 굳이 혼자 기브스를 풀고 온 스티브가 로키의 눈 앞에 장미꽃다발을 건네주었어. 꽃다발을 건네받은 로키는 정장차림의 스티브를 보고 스티브답다고 생각했어. 물론 로키도 깔끔한 정장차림이었어.스티브에게선 향수 냄새도 났어. 물론 로키도 마찬가지였지. 사실 내색은 안했지만 둘은 굉장히 긴장하고 설레고 있었어. 뭐 기대하던 것 과는 달리 그리 거창한 데이트는 아니었어. 그냥 미국의 젊은 남녀가 생각하는 정석적인 데이트였어. 스티브가 예약해둔 좋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난 뒤 스티브가 좋아하는 고전영화를 한편 보고 바에 들어가 칵테일을 마셨어. 로키는 스티브의 로맨스적인 면을 높이 샀지만 너무 정석적이잖아. 그래도 음식도 맛있었고 영화는 너무 로맨틱 했지만 스티브가 슬쩍 로키의 손을 잡는 것이 좋았고 바의 분위기는 굉장히 편안하지만 고급스러웠기 때문에 만족스러웠지. 오늘의 데이트를 위해서 스티브가 오랫동안 고심을 한 것은 몰랐지만 다음부터는 다른 곳도 가면 되지,’ 라고 생각하고 같이 다녔어. 로키는 자신이 다음 데이트를 생각하는 것에 살짝 놀랐어.교과서와 같은 데이트가 끝나고 스티브가 로키의 방 문앞 까지 바래다주었어. 같은 건물의 같은 층에 살았기 때문에 살짝 우스운 모양새가 되었지만 스티브는 꿋꿋하게 로키를 바래다주어야 한다고 주장했지. 로키의 방 문 앞에서 스티브가

"오늘 즐거웠고 다음에 또 데이트 해줘." 라고 말하고 로키의 입술에 살짝 키스를 했어. 로키가 돌아서는 스티브의 팔을 잡고 말했어.

", 잠깐 차라도 마실래요?"

 

 

로키는 자신이 왜 그런 소리를 했는지 후회했어. 방에 둘만 있는 것도 처음도 아니면서 세상에서 제일 어색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스티브와 로키는 로키의 침대 위에 앉아서 벽만 쳐다보고 앉아있었어. 당연히 로키의 방에는 책상, 의자, 책꽂이, 옷장이랑 텔레비전,침대, 작은 냉장고가 전부였으니까 말이야. 클럽하우스라지만 차를 마실만한 공간은 당연히 없었지. 스티브가 자기 무릎에 얹은 손을 꼼지락 거렸어. 머릿속으로는 별별 생각이 들었어.

 

어떻게 하지? , 키스를 해야겠지? 그리고...? 첫 번째 데이트인데 벌써 해도 될까?’

내가 먼저 키스를 할까? 아니면 좀 기다려야하나? 왜 붙잡았지? 어색해 죽겠네!’

 

로키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차를 내오겠다고 방을 나가서 식당으로 갔어. 로키는 방을 나오면서 자기가 굉장히 바보라고 생각했지. 부엌은 클럽하우스 1층 식당에 있었고 심지어 스티브의 방이 식당과 더 가까웠어. 차를 대접한다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어. ? 차 한잔 하고 가라고? 이유를 대도 그런 말도 안되는 이유를 대다니!! 멍청하긴!

 


반면 스티브는 로키가 나가고 난 뒤 로키의 방에서 두리번거렸어. 방안은 삭막했어. 입학생들에게 주어지는 방들은 다 똑같았는데도 그런 생각이 들었지 왜일까 고민하다가 알아차렸어. 로키의 방에는 사진이 단 한 장도 없었어. 왜 사진이 없는지는 스티브도 짐작이 갔기 때문에 좀 마음이 아팠어. 그래도 책상위에 스티브가 주었던 장미꽃다발이 놓여져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다음에는 화병을 선물해줘야지, 같이 사진도 많이 찍어야지 라고 스티브는 다짐했어. 이번에는 책꽂이를 살펴보았어. , 인문학, 어학, 경제서적, 철학서, 소설까지 다양한 종류의 책들로 빼곡했어. 그리고 음반이 있었지. 주로 클래식과 재즈, 블루스였어. 그래, 어색할 때는 음악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스티브는 괜찮아 보이는 음악 씨디를 꺼내서 시디플레이어에 넣었어. 근데 자신이 쓰던 기종이 아니라서 헤맸어. 그 사이에 로키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지. 결국 음악을 트는 걸 포기하고 다시 침대에 앉았어.

 

로키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가지고 온 찻잔 두 개와 주전자를 책상 위에 올렸어. 로키가 스티브에게 차를 따라주고 난 뒤 따뜻할 때 마셔요.” 라고 말했어. 그 말에 스티브가 김이 나는 홍차를 단숨에 후르륵 마셔버렸어. 스티브의 인상이 찡그려졌어. 로키가 놀라서 미니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왔어.

입 벌려!”

화를 내는 로키에 기세에 눌려서 스티브가 입을 열자 그 안에 얼음을 잔뜩 넣었어.

김 안보여요! 바보 같아서 진짜!”

얼음을 잔뜩 입에 물어서 제대로 발음이 안됐지만 스티브가 대충 미안해.” 라고 하는 것 같았어. 로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얼음조각 하나를 더 꺼내서 스티브의 입술에 슬슬 문질러주었어.

어디 봐봐요. 화상 입은 거 아니에요?”

스티브의 입안을 보니 다행히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았어. 다만 로키의 손가락이 스티브의 입술에 닿고 있는 것을 둘다 깨달았어. 차가운 얼음이 녹으면서 스티브의 입술에 물기가 어렸고 로키의 손가락도 마찬가지였어. 거기다가 둘이 있는 곳은 침대 위였어. 스티브가 로키의 손을 잡아당겼어. 그리고 키스를 했어. 이전보다 더욱 깊고 짙게. 로키에게 키스를 하는 것은 스티브 로져스였어. 그들의 첫키스였어.

 

둘은 서로의 목을 끌어안으며 키스를 했어. 입안에서 자연스럽게 이리저리 얽히는 혀와는 다르게 둘의 손길은 다급했어. 로키가 스티브의 셔츠의 단추를 풀어내기 시작했고 스티브는 로키의 허리띠를 풀었어. 로키가 허리를 들어 바지를 벗는 것을 도와주었어. 스티브의 손에 의해서 로키의 맨 허벅지가 드러났을 때 타이밍도 좋게 스티브가 걸어놓은 음악이 흘러나왔어. 로키가 웃음을 터트렸어.

하하. 너무 계획적인거 아니에요?”

 

스티브는 왠지 얼굴이 붉어졌어. 애써 부끄러움을 감추려고 로키의 목덜미와 입술에 키스를 계속 했어. 스티브는 로키의 셔츠를 풀면서 드러나는 부분에다가 정중하게 키스를 했어. 스티브의 차가운 입술이 로키의 쇄골에서 가슴 그리고 배꼽으로 내려갈 때마다 로키의 몸이 떨렸어. 스티브가 로키의 배꼽 아래로 입술을 내리면서 브리프를 벗기려고 할 때 로키가 스티브를 저지했어. 로키의 눈에서 두려움이 느껴졌어. 스티브도 남자는 처음이었지만 로키에게 키스를 하고 말해주었어.

니가 걱정할 일은 일어나지 않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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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편  (0) 2012.10.31
Posted by 우훗우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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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편

글/썰 2012. 10. 31. 12:23

배경은 아스가르드 고등학교. 

아스가르드고교는 동부의 명문 고등학교로 학교 창립자는 아스가르드 그룹의 오딘가문이다. 

토르: 아스가르드고교 12학년으로 모두에게 사랑받는 역전의 쿼터백. 아스가르드그룹의 장남이라는 집안의 배경과 금발의 푸른 눈,근육질의 몸을 가진 토르는 마치 스타가 되기 위해서 태어난 남자. 워낙 주위에서 사랑을 받고 자라다보니 버릇이 없거나 건방진 것은 아닌데 좀 열등감이라던가 하는 마이너스적인 감정들을 이해를 하지 못함솔직함을 가장한 무신경한 신경. 그러나 이러한 성격적 결함을 덮어 줄 정도로 다른 것들이 뛰어난 사람. 성적은 중상위권, 돈만 믿고 공부를 안하는 것은 아닌데 운동을 하다 보니 시간이 없고, 그래도 후에 그룹을 물려받아야 하니까 어느 정도 노력을 하는 학생. 

로키: 학교에서 눈에 잘 안띄는 학생. 공부는 잘하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방어막을 치고 살아서 친한 사람 한명 없는 사람. 게다가 무슨 일인지 로키를 건드리면 다음 날, 꼭 항상 사고가 일어남. 큰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데 꼭 어딘가 다쳐서 오는거야. 그래서 학생들 사이에서는 로키는 저주받은 아이. 이런 식의 소문이 나돔. 그래도 표면적으로는 언제나 1등에 사고를 친 적이 없는 학생이야. 로키는 현재 장학금을 받고 학교를 다니고 있어. 방학 중 한번 씩 아스가르드 재단과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간의 모임이 이뤄지는데 로키는 어릴 적부터 재단에서 장학금을 받고 다니던 학생이었기에 이 모임에 가야했지. 로키는 이 모임에서도 언제나 낡은 단벌 양복을 입고 멀리서 사람들을 지켜보기만 했어.로키는 가끔씩 토르가족을 보며 웃곤 했지만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고 로키는 단 한 번도 그 가족들에게 다가간 적이 없었어. 그래서 그랬는지 토르는 로키가 재단의 도움을 받는 아이란 건 몰라. 다만 부모님께서 식사 중 간간히 너희 학교에 다니는 애가 한명 있는데 한번도 1등을 놓친 적이 없더라. 너보다 어린데 말야.” 라고 언급한 적은 있는데 로키인지는 모름. 물론 토르는 로키의 존재에 대해서는 알아. 나름 학교에서 유명인사니까. 그래도 서로 수업도 다르고 토르는 해야 할 일도 많고 신경 쓸 일도 많았기 때문에 로키에 대해 호기심이가긴 했어도 제대로 얼굴 본적 없는 사이였지. 토르가 로키보다 나이가 많지만 로키가 월반을 했기 때문에 학년은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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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만난 것은 여름에 열리는 미식축구 전국대회를 앞둔 어느 날이었다. 토르는 자신이 고교시절 마지막으로 뛸 수 있는 경기였기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토르는 미식축구는 할 수 없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 왜냐하면 자신은 거대그룹인 아스가르드 그룹을 이끌어야 할 몸이니까. 후계자수업은 지금도 받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받아야했기 때문에 이런 취미생활 따위 접어야했어. 그래도 아직은 미식축구에 대한 애정을 버릴 수 없었지. 토르는 그래서 전국대회를 앞두고도 흥분과 즐거움 보다는 짜증이 나있었지. 토르는 그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수업중이었지만 몰래 수업을 빠져나와 락커룸에 들어가 추억을 되짚었지. 그런데 바로 그때 토르가 있던 락커룸으로 로키가 들어왔어. 창백한 얼굴로 비틀거리면서 락커룸에 들어온 로키는 토르를 보지 못했는지 쓰레기통안에 고개를 들이박고 구토를 하기 시작했어. 토르는 그 소리에 불쾌해졌지만 그래도 로키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어제 파티가 있었나봐?"

로키는 뒤도 안돌아보고 등을 두드리는 손을 세차게 내치며 개소리 집어쳐, 라고 소리쳤다. 이렇게 자신에게 날선 반응은 너무 간만이었기에 토르는 좀 놀랐다. 토르는 그래도 꿋꿋하게 로키의 등을 문지르면서 어디 아파? 안색이 말이 아니야. 라고 하니까 로키가 다시 짜증을 내면서 돌아보다가 그 상대가 토르라는 걸 알고 놀래. 토르는 속으로 아, 그래도 이놈이 내가 토르라는 건 아나보지? 역시 난 줄 모르고 그랬던거였군. 이란 생각을 하면서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으며 수건을 건네.

"여기, 이걸로 닦아도 좋아."

로키는 토르가 건네주는 수건을 받지 않고 인상을 찌푸리다가 자신의 소매로 입을 닦더니 말을 해.

"미안, 니가 여기 있는 줄 몰랐어."

분명 말로는 미안하다고 하지만 로키의 인상이나 말투는 니가 여기에 있는 걸 알았다면 오지 않았을거다, 라는 말투였어. 그렇게 로키가 나가려는데 다리가 휘청이며 쓰러질뻔해. 그런 로키의 어깨를 붙잡고 토르가 이봐, 좀 쉬는 게 어떻겠어? 라며 벤치에 앉혀. 로키는 힘없이 앉으면서도 토르에게 비아냥 거리면서 이야기해.

"오우 아스가르드의 왕자님은 정말 친절하시군."

"약자에게는 배려하라는 교육을 받았으니까."

"누가 약자야."

로키는 조금 화를 냈어. 그러더니 씩 웃으면서 토르의 얼굴에 바짝 붙어서 말을 했어.

"왕자님. 아스가르드에 마녀가 있다는 소리는 못 들었나봐?"

로키의 녹색 눈동자에 빨려들어갈 것 같다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토르는 가까이 다가온 로키를 밀쳤어.

", 건드리면 다친다는 이야기? ! 나는 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믿지 않아. 여튼 불쾌하군. 도와주려는 사람에게 무례하게 굴다니."

화를 내며 나가려는 토르의 뒤에서 로키가 말을 했어.

"...체육시간에 몸이 갑자기 안좋아져서 사람이 없는 곳을 찾다보니 이곳까지 오게 된거야. 그리고...이런 약한 꼴을 보여주기 싫어서 그렇게 말한거고. 내가 생각이 짧았어."

순순히 사과해오는 로키에게 토르는 머쓱해졌어.

"아니다. 내가 배려를 하지 못했던것 같군."

토르는 다시 로키의 옆에 앉았어. 로키는 숨을 들이셨다 내쉬면서 안정을 하려고 노력을 해. 그런 로키를 보던 토르는 어디 병이 있나? 라고 묻고 싶었지만 또 로키가 화를 낼 것 같아서 가만히 있었어. 대신 로키를 자세히 관찰하려고 했지. 하얀 얼굴과 까만 머리카락과 내리깐 속눈썹이 꽤 길어 마녀라기보다는 백설공주 아니야? 란 웃기는 생각도 해보는데 로키가 좀 안정이 됐는지 다시 말을 해.

"여튼, 왕자님 고마워. 내 이름은 로키야."

로키를 지켜본 것을 들킨 것 같아서 허둥되면서 토르가 말했어.

"? 아 그래. 내 이름은..."

로키가 토르의 말을 딱 끊으며 말해.

"토르. 알어. 유명인사잖아. 아스가르드 그룹의 왕자님."

토르는 아까부터 자신을 왕자님이라는 우스꽝스러운 별명으로 부르는 로키에게 서운한 마음으로 쏘아붙여.

"너도 만만찮게 유명하지 않나?"

"? 마녀? 다 헛소문이야. 너가 아까 말했 듯."

"나도 왕자님따위가 아닌걸."

약간 시무룩해보이는 토르에게 로키가 웃으면서 말해.

"아스가르드 그룹의 첫째에 지난 경기에서 승리를 가져다 준 역전의 용사가 현대의 왕자님이지 뭐야."

로키가 비웃는 것이 아니라 정말 환하게 웃어보이는 모습에 토르는 자기도 모르게 큰소리로 말을 했어.

"혹시 나한테 관심있어?"

로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어. 토르는 일어선 로키가 자신과 눈높이가 얼추 맞다는 것에도 놀래. 그런 토르의 배에 로키가 주먹을 찔러넣었어.

"한순간이라도 괜찮은 놈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였지."

몸을 숙인 자신을 지나치는 로키를 보며 키가 생각보다 크군. 토르는 그런 멍청한 생각밖에 하지 못했어.

/

로키는 토르를 싫어했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가지고 있는 토르를 볼때마다 화가 났다. 게다가 그린 듯 아름다운 가족이라니. 아스가르드 주최의 파티에 갈 때마다 언제나 숨어있던 이유도 그때문이었어. 로키는 그 가족이 되고 싶었어. 그러나 그러지 못하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어. 그러나 한편으로는 토르를 동경했지. 그런 상반된 감정들 때문에 태양아래 서 있는 것 같은 토르와 그림자에서 숨어다니는 자신을 비교하며 속으로 열등감에 시달렸어. 그랬기에 토르에게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 너무 싫었어그런데 자신을 놀리기라도 하듯 자신에게 반했냐며 묻는 토르에게 너무 화가 난거야. 그래서 토르의 배를 주먹으로 있는 힘껏 치고 나온거지. 하지만 로키는 사실 좀 걱정이 됐어. 아무래도 자신의 장학금을 주는 사람이 저놈의 아버지 회사니까로키네 집은 무척 가난했기 때문에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학교를 다닐 수 없었어. 아무래도 사립고교다보니 수업료가 장난이 아니니까. 특히 몇 달전부터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시는 바람에 더욱 집안은 힘들어졌다. 로키의 어머니는 사실 그리 좋은 부모는 아니었어. 알콜중독과 도박을 즐겨하던 사치스러운 여자였어. 그러나 로키는 어머니를 이해했어. 어머니는 어릴적부터 아버지를 만나기 전까지는 굉장한 부잣집 막내딸이었어. 오만하며 철부지였고 사치스러웠지. 그러나 예술가인 아버지를 만나고 자신은 사랑에 빠졌다면서 가출을 하고 결혼을 해. 로키를 낳고 처음에는 행복했지만 로키의 아버지는 가난한 예술가였기때문에 사랑만으로 살 수없었던 로키의 어머니는 점점 불행해졌지. 그러다가 결국 어머니의 사치스러움과 이기적인 행동들을 이기지 못한 로키의 아버지는 그녀를 떠나가. 결국 로키의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집에서는 그녀를 받아주지 않았어. 다만 꽤 많은 재산을 쥐어주었지. 그러나 그녀는 만족스럽지 못했어. 특히 이혼을 하면서 빠진 도박과 술로 그녀는 그 많던 재산을 탕진하기까지 이르러. 그때에는 이미 부모님도 돌아가셨고 유산상속처리가 끝났기 때문에 그녀는 빈털털이가 되었어. 그녀는 언제나 로키에게 악담을 퍼부었어. 너때문이라고. 너를 낳고서 되는 일이 없었다면서 한탄을 하며 때리기도 했어. 그러나 기분이 좋을 때는 그녀는 자신이 상류사회에서 지냈던 때를 회상하며 로키에게 예법이라던가를 가르쳐주며 자존심을 지키라고도 말해. 그리고 너는 이런 곳에서 있을 애가 아니라고 말을 했어. 특히 로키에게 아스가르드의 회장처럼 되라며 말했어. 로키는 자신의 처지가 우스웠어. 가난했지만 어머니의 교육때문에 자존심을 굽힐 수 없었어. 그래서 로키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언제나 공부를 했어. 그것만이 자신을 지켜줄 무기란 걸 깨달은거야. 그래도 로키는 걱정이 되었지. 자존심과는 별개로 자신의 상황이 시궁창이란 건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로키는 고민을 해 토르에게 사과를 하러 가야할까 말까로. 그렇게 망설이던 로키의 앞에 토르가 나타났다.

"저어..미안해!"

로키는 속으로 빙고! 라고 외치면서도 겉으로는 냉정하게 물었어.

"뭐가 말이지?"

"아니. 그저 나는 니가 나에 대해 너무 잘 아니까...그래서"

이 멍청한 왕자님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았어. 그래서 로키는 한숨을 쉬면서 손을 저어. 토르가 용서해주는거지? 라고 하자 로키는 이때다 싶어서 내가 너 때린 거랑 맞바꾸자. 라고 말하니까 토르가 고개를 저으면서 내가 맞을 짓을 했는걸...이렇게 말했어. 로키는 좀 의외였어. 토르가 그저 오만한 왕자님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순진했던거야. 성격까지 괜찮은 토르에게 더욱 열등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로키는 알겠다고 빨리 자리를 벗어나. 토르는 그런 로키의 뒤에서 손까지 흔들면서 태양을 닮은 미소로 그럼 우리 화해한거지? 라고 소리쳤다.

 

/

그날 이후로 토르는 로키를 만나면 언제 어디에서나 큰소리로 아는 척을 했어.

"! 로키! 밥 혼자먹는거야? 우리랑 같이 먹자!"

자신의 무리안에서 치어리더와 함께 밥을 먹고 있으면서도,

"로키! 다음시간이 체육인데 체육복 좀 빌릴 수 있을까?"

자신의 체육복이 맞을리가 없는 걸 알면서도.

"로키! 교장선생님 말이 너무 재미없지?"

"Enough! 이제 그만해!"


로키는 주목받는 것이 너무 싫었지만 학교의 왕자님이랑 엮인 순간부터 평범한 학교생활은 물건너갔다는 것을 알았어. 물론 자신이 다른 의미로 주목받고 있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귀찮을 일은 없었는데 토르와 엮이고나서는 전이라면 자신의 소문때문에 다가오지 못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자꾸 다가오고 게다가 토르의 운동부 친구들은 로키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고 금발의 치어리더들도 로키를 험담하기 시작했어. 차라리 그 전이 훨씬 나았어! 라고 로키는 생각했지. 좋은 성격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사실은 배려심 없는 토르의 성격을 알아차렸지. 그래서 결국 로키는 토르를 끌고 대체 왜 이러냐면서 화를 냈어. 그런 로키에게 토르가 말했어.

"우리 친구가 되자!"

토르가 천진난만하게도 손을 내밀었어. 로키는 갈등했어. 이걸 때려야하나? 로키는 어이가 없었지. 자신과 토르가 친구상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어. 특히 이 아스가르드고교는 상류계층들이 태반이었기 때문에 거의 등급제였어. 그런데 가장 밑바닥의 자신과 가장 위에서 군림하고 있는 토르와? 말도 안되는 이야기였어. 집도 잘사는 금발의 미남 운동부가 로키처럼 가난하지만 공부를 잘하는 애들한테 말을 걸때는 딱 두가지 경우였어. 대리시험이나 과제를 해달라고 부탁아닌 부탁을 하던가 혹은 자신의 길을 막고 있을 때. 그런데 자신과 친구를 하자고 하다니. 이 왕자님은 성격이 좋은 것도 나쁜것도 아니라 그저 멍청한 거라고 생각했어. 이래서 블론드들은 안돼. 라고 로키는 생각했어. 한편 토르는 당황스러웠어. 자신이 이렇게 먼저 친구가 되자고 제안하는데도 좋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로키가 아무 말없이 인상을 찌푸리고 고민하고 있었으니까. 한번도 남에게 거절을 당해본 적 없는 토르는 당황스러움을 넘어서 이제는 좀 두렵기까지 했어. 거절이란 다른 선택지를 생각도 안했는데 말이지. 그렇게 손에 땀이 맺힐 때쯤 로키가 토르의 손에 살짝 손가락을 가졌다가 떼고 말했어.

"...좋아. 친구. 하지만 학교 안에서는 비밀로 해줘."

"? 대체 왜?"

"...귀찮은 건 딱 질색이니까."

그렇게 로키가 쌩하니 돌아섰어. 토르는 정말로 서로 친구가 된 건지 잘 몰랐지만 자신의 손에 닿았던 로키의 서늘했던 체온을 느끼며 손을 꽉 쥐었어. 토르는 기뻤어. 왠지 진짜 자신의 친구가 생긴 것 같았어.


그날 이후 토르는 학교에서 나오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로키와 만나 하교를 해.

첫째날은 로키와 편하게 가기 위해서 그리고 좀 자랑도 하고 싶어서 처음으로 아버지께서 면허를 딴 기념으로 사주신 최신식 부가티 애칭, 묠니르를 몰고 갔었지. 최신식 스포츠카를 보던 로키에게 우렁찬 엔진소리를 들려주기 위해서 시동을 걸면서 뿌듯해했는데 로키는 그저 이마를 손으로 감싸고 돌아섰어. 토르는 뭐가 잘못인지도 모르고 로키를 쫓아가느라 세계에서 제일 빠르다는 스포츠카를 타고서도 제대로 달려보지도 못했지. 둘째날도 혼이 났지. 스포츠카는 싫은가보군. 이란 생각으로 이번에는 기사아저씨를 대동해서 롤스로이스 팬텀을 끌고 나갔는데. 이번에는 쳐다보지도 않고 가버리는 거야. 결국 셋째날이 되서야 토르는 로키에게 쭈볏거리며 다가섰어.

"스포츠카도 기사도 없어. 대체 어떻게 가려는거야? 걸어가려고? 하지만 여기서 집까지 몇 블록이나 떨어져있는 줄 알어?"

그런 토르를 바라보던 로키가 말했어.

"지하철? 아님 버스?"

그날은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기로 했어. 역시 뉴욕의 지하철은 복잡했어. 게다가 토르는 처음 타보는 지하철이었기 때문에 어안이벙벙해졌어. 그런 토르를 보며 피식하고 웃던 로키가 토르에게 지하철을 어떻게 타는 지 알려줘. 표를 끊는 법, 타는 법, 환승하는 곳까지. 처음에는 애처럼 두려워하던 토르가 신이나서 로키에게 자랑까지 해.

"로키 봤지?? 여기다 돈을 넣고! 표를 뽑았어!하하하!"

안 그래도 덩치도 크고 잘생긴 토르는 눈에 띄었는데 주변을 신경쓰지 않고 큰소리로 웃는 토르를 보며 로키는 살짝 창피해지기까지 했어. 하지만 정말 세상물정 모르는 도련님은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거기다가 그렇게 말하는 토르의 미소가 너무 눈부셔서 상관없겠다라는 생각을 했어. 토르의 집과 로키의 집은 정반대였지만 토르가 우겨서 같이 하교를 하자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지하철 초보자인 토르를 위해서 오늘은 로키가 토르의 집 앞까지 데려다줬어. 토르의 대저택은 역시 집의 대문도 컸어. 굉장히 큰 저택은 센트럴파크만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 로키는 토르가 잘 사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큰 저택을 보니 정말 자신과 차이가 나는 부자구나라는 생각에 약간 씁쓸해져. 그런 로키의 기분도 모르고 토르가 약간 민망해하며 말해.

"미안하다. 나는 차를 타고 갈거라고 생각해서...당연히 너를 바래다주는 건 나였어야하는데."

"왜 나를 바래다주는게 당연한거야....여튼 지하철 타자고 우긴건 나니까. 미안해 할 필요없어. 근데 일단 원래 이정도로 정반대에 살면 같이 하교하는 건 무리지 않을까?"

"! 말도 안돼! 삼일만에 너랑 처음으로 시간을 보냈는데 나보고 그러지 말라고?"

"...됐다. 내가 말을 말아야지. 그나저나 나도 이렇게 긴 거리는 힘들다. 다음부터는 차를 타자. 근데 제발 그 번쩍번쩍한 차들만 부디 빼주길 바래."

"알았어! 로키! 걱정마! 니가 눈에 띄는 걸 싫어한다는 건 알고 있으니까!"

결국 다음날도 토르는 로키와 함께 하교를 하지 못했어. 토르는 제트엔진이라도 달은 것 같은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기때문이야.

 

/

토르와 로키. 이 어울리지 않는 둘의 우정은 꽤나 급속도로 깊어졌어. 토르는 자기와는 정반대인 로키에게 흥미를 느꼈고 그리고 그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를 하며 사는 지에 대해서 감탄했고 심지어는 존경심까지 들었어. 로키도 토르의 밝은 모습이 좋았어. 그러나 내색은 안하고 있지. 토르와 로키는 학교가 끝나면 학교와 좀 떨어진 곳에서 만나면 공부를 같이 하거나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했어.주로 이야기를 하는 쪽은 토르였지만. 로키는 토르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어졌고 로키는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지만 그가 어머니와 혼자산다는 것. 그리고 커서 변호사가 되고 싶어한다는 것을 토르는 알았지. 아마 로키를 제일 많이 아는 것은 자신이라고 생각했어. 그런 점이 토르를 행복하게 했어. 그러나 학교안에서 둘은 서로 모르는 척을 했어. 로키가 원했기 때문이야. 물론 토르는 학교 밖 뿐아니라 학교에서도 로키를 아는 척 하고 싶어하지만 로키는 그럴 때마다 귀찮아지는 것은 딱 질색, 너는 앞으로 다가올 전국대회나 생각해라. 라고 퉁명스럽게 말했어. 다시 로키는 조용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어. 전에 토르가 로키에게 보여줬던 관심은 이미 아이들의 머리속에서 사라졌고 잠깐의 호기심이라고 생각을 해. 거기다 로키에게 슬러시를 끼얹은 한명이 그 다음날 팔 한쪽이 부러져서 왔기 때문에 다시 로키의 무서운 소문이 떠돌았지.

그런 로키에게 토르는 놀라면서

"진짜 널 건드리면 저주를 받는거야?" 라면서 로키를 껴안았어. 그러자 로키가 신경질을 내면서 "저주를 걸어버릴테다!" 라고 했지만 당연히 토르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 토르가 로키에게 정말 무슨 일이냐며 토르는 물어봤지만 로키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해.

"나는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 다만...."

"다만?"

"다만 장난을 좀 치는거지. 그저 저런 아이들일 수록 주위를 돌아보지 않는 패턴은 똑같으니까 다니는 길에 살짝 무언가를 하나만 두면 바로 넘어지는 거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던 로키를 보던 토르는 로키의 어깨를 꽉 잡으면서 말했어.

"그런 행동은 그만둬. 다른 사람이 다칠지도 모르고. 그리고... 그건 올바르지 못한 행동이야."

로키는 토르에게 반박하려고 했지만 처음으로 토르가 슬픈 눈으로 자신에게 말하는 것이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어. 다만 속으로 자신이 그러지 않는 건 토르 때문이 아니라 어차피 이제 더 이상 나를 건드릴 사람도 없을 테니까, 라는 어설픈 변명을 하면서.

 

/

그렇게 지내던 와중에 점점 토르는 연습에 소홀해지게 됐어. 자꾸 실실 웃기만 하고. 그런 토르의 변화를 눈치 챈 친구들은 급기야 토르를 미행하기까지해. 이놈이 여자라도 생겼나? 하고 갔는데 알고보니 만나는 사람이 바로 우리학교에서 유명한 음침하고 가난한데 자존심만 높은 그런 놈이라니! 친구들은 어이가 없었지. 대체 저 둘의 공통점이 전혀 생각이 안나는거야. 그래서 친구들은 이상한 쪽으로 상상하기 시작했어.

"저건 친구따위가 아냐."

"그래 파트너쉽도 아닌 것 같고. 그러기엔 저놈은 가난한 장학생이지."

결론은 하나였어.

"그럼...섹스파트너?"

사실 로키에게는 은밀하게 다른 소문도 떠돌았지. 그가 몸을 판다는 소문이었어. 까만머리, 새하얀 피부와 초록눈을 가진 미남은 위험한 분위기를 풍겼어. 하지만 언제나 도도함과 냉정함을 갑옷 삼아 다녔고 게다가 그를 건드리면 뒤끝이 안좋았기 때문에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던 거지. 그래서 로키의 별명도 '마녀' 였던 거였어. 그런 음험한 소문따위 토르는 알지 못했겠지만 말야. 물론 로키는 자신을 어떻게 보는 지 알았어. 그러나 직접적으로 그에게 위해를 가한 놈들도 없었고 자신이 부정할 수록 더욱 힘들어질 것을 알기때문에 딱히 부정하지도 화를 내지도 않았어. 다만 선을 넘는 놈들은 뒤에서 처리를 하긴 했지. 로키는 그저 빨리 졸업을 하고 성공을 해 이 지긋지긋한 사람들과 안녕을 고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지. 다만 토르를 만나서 이렇게 친해질 줄은 몰랐던 거였기에 로키는 토르를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도 학교밖에서만 만난거였어. 그런데 그런 로키와 토르가 학교 밖에서 만나는 모습을 보니 토르의 친구들은 정말로 왕자님을 꼬여 낸 마녀처럼 로키를 생각했어. 토르의 친구들은 토르에게 말해봤자 씨알도 안먹힐 걸 아니까 로키를 따로 불러내지.

"토르랑 그만만나."

로키는 어떻게 알았을까 싶다가도 싫다면? 이렇게 말해. 그러자 친구 중 한명이 로키에게

"너 지금 토르를 만나서 한몫 단단히 잡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토르는 너 같은 애 랑 어울릴만한 애가 아냐!" 라고 말해. 그러자 로키는

", 나 한몫 잡을거야. 어차피 돈밖에 없는 놈인데 뭐 어때? 너네도 똑같으면서" 라고 말해. 토르 친구가 "이 남창새끼가! 토르한테 대주면서 붙어 있고 싶어?" 라고 소리치자 그 애의 멱살을 잡고 더 크게 화를 내면서 소리쳤어.

"?! 똑똑히 들어. 내가 다른 놈들이랑은 다 자도 그 놈이랑은 안자. 어디서 이상한 소리하고 다니지마!"

"....그게 무슨소리야?"

로키가 뒤를 돌아보니 벙쪄있는 토르가 보였어. 로키는 당황했지만 이내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어.

"씨발. 들켰네. 이제 이런 친구놀이는 그만해야겠다. 왕자님 옆에 있으면 뭐라도 떨어질 줄 알았지. 후에 대학교 등록금도 걱정됐고...근데 걸려버려서 어쩌지."

그런 로키의 말은 듣지도 않고 토르가 로키의 손을 잡고 말해.

"하지만 로키..너는 내가 돈을 쓰는 것도 싫어하고..."

"투자 몰라? 부자집 자제분들은 그런 특이한 행동 좋아할 줄 알았지.그럼 지금까지 내가 썼던 돈 좀 돌려줄래? 아시다시피 내가 좀 가난해서."

토르는 눈물이라도 떨어트릴 것 같았어. 그러자 옆에 있던 친구가 지갑에서 백달러짜리를 몇장을 뽑아서 쥐어주더니 말해.

"이거면 됐지? 꺼져 남창새끼. 몸 파는 것도 모자라서 착한 애한테 상처를 주다니!"

그 소리를 들은 토르가 갑자기 로키의 목덜미를 잡고 으르렁거렸어.

"너 진짜 다른 놈들한테 몸을 판거야?"

"..돈 주면. 근데 너랑은 잘 일 없을꺼야." 토르의 손을 떼어내면서 로키가 웃었어.

"볼일 끝났으면 이제 그만하자. 그리고 거기 돈 줘서 고마워."

토르는 너무 슬펐고 슬퍼하는 토르를 친구들은 위로해줬어.

 

다음날 토르는 언제나 로키와 만나던 장소로 나가서 하루종일 로키를 기다렸어. 하지만 로키는 오지 않았어. 그제야 토르는 자신과 로키는 더 이상 만나지 못하는구나. 정말로 로키가 자신을 이용했던거구나...라면서 슬퍼하지. 그렇게 전국대회가 정말 코앞으로 다가온 날이었어. 토르는 뜻하지 않은 부상을 입게 됩니다. 자신의 부주의였는지 아니면 누군가의 고의였는지 창가에 놓여있던 화분에 맞아서 부상을 입었어. 토르는 꼼짝없이 전국대회를 나가지 못하게 되고 결국 학교는 우승하지 못했어. 정말 슬퍼진 토르는 로키가 했던 장난들이 기억이 나. 설마...로키가 자신을? 토르는 로키에 대해 정말 실망을 했어. 로키는 토르가 얼마나 미식축구를 좋아했는지 알았을테니까. 토르는 자신에게서 소중한 것을 뺏어간 로키가 미워져. 게다가 남창이라니...나랑은 죽어도 안잔다고 하다니...토르는 로키를 생각하면 할수록 자꾸만 화가 났어. 로키를 직접 만나서 화를 내고 싶은데 그날 이후로 로키는 보이지 않았어. 학교에서도 잘 보이지 않았고 그의 수업시간에도 안나타났지. 결국 선생님에게 물어보니 현재 대학교 입시기간이라서 외부활동을 하는 중이라고 했어. 거기다가 집안사정 때문에 못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지. 토르는 몰랐겠지만 전국대회가 끝난 지금은 1차 모집기간이었어. 사실 토르는 아스가르드 대학교나 아버지가 후원하시는 다른 명문대학교 경제학부로 들어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별로 관심도 없었어. 토르는 로키를 만날 방법을 생각해내.

 

그리고 다음날 토르의 눈 앞에 로키가 나타나게 돼.

"! 하버드에 그것도 로스쿨에 원서를 냈어?"

"그래. 왜 그러지?"

"....한 학교에 지원자가 둘씩이나 갈 수 없는 거 몰라? 게다가 너는 하버드에 들어가고 싶어하지도 않았잖아."

"생각이 바뀌었어."

로키는 이를 갈았어.

"알겠어.."

자신에게서 떠나려는 로키를 잡고 토르가 할 말이 있다면서 바깥으로 끌고 나가. 토르가 로키에게 화를 냈어. 왜 나를 피하냐, 너 진짜 나랑 안볼거냐. 나한테 할말 없냐. 등등 화를 내던 토르를 물끄러미 보던 로키가 한마디를 던졌어.

"다친데는 괜찮은거 같네. 이렇게 화를 내는 걸 보니."

토르는 기가찼어. 그래, 또 화가 나던 것이 있었지. 자신이 다치고도 로키가 한 번도 병문안을 오지 않온 것. 토르는 그것도 너무 서운했어. 거기다 자꾸 자신만 로키에게 집착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로키한테

"나를 다치게 해놓고는 지금 걱정하는 척 해? 이제는 그럴 필요도 없어졌잖아?! 왜 이것도 그저 장난이야?"

로키가 굉장히 슬픈 목소리로 말했어.

"....난 약속은 지켜."

그렇게 나가는 로키를 토르는 붙잡지 못했어. 약속을 지킨다면서 왜 자신과 친구를 하자는 것도 져버렸지? 그래 저것도 거짓말일꺼야. 라는 생각을 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토르는 한통의 편지를 받았어. 바로 하버드대 법학부에 입학했다는 소식이었어. 그 편지를 받고 토르는 놀랬지. 사실 토르는 자신이 당연히 떨어질 줄 알았어. 누가봐도 로키의 성적이며 실적이며 자신보다는 훨씬 우수했기 때문이었어.그래서 그렇게 지원서를 넣었던거고. 토르는 학교에 전화를 하지.

"혹시 저 말고 다른 사람도 합격을 했나요?"

"! 토르! 합격을 축하한다. 넌 될 줄 알았어. 아니 당연히 너 뿐이지."

토르는 그제서야 알았어. 자신은 실력으로 합격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배경을 보고 학교가 합격을 시켜주었다는 것을. 그래서 부랴부랴 로키는 어디를 갔냐고 물어봐.

"그는 예일대학교 인문학부에갔어. 그는 법학부를 가려고 했데 아쉽게도 전액 장학금을 지원해준다는 곳이 거기뿐이라서."

그러고 보니 로키가 하버드대를 꿈꾼 것도 제일 좋은 법학부가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그곳은 아이비리그 중 유일하게 법학부에서도 전액장학금을 주는 곳이었기 때문이란 걸 깨달았어. 토르는 로키에게 그러면 자기가 집에다 말을 해보겠다고 했을 때 화를 내던 것도 기억났어. 로키가 자신을 모욕했든, 속였든 여튼 자신이 로키에게 한 행동은 참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을 깨닫고 토르가 로키를 찾아가. 그러나 토르는 로키를 만나지 못했고 결국 마지막 방학을 맞이하기 전까지 로키와 만나지 못했어.

 

토르와 로키의 마지막 학창시절의 방학이 시작되었어. 오딘은 자신의 아들의 대학입학을 축하하는 뜻으로 굉장히 성대한 파티를 열어주었어. 그리고 그 파티는 아스가르드 고교생 전부가 초대되었지. 처음으로 오딘가문의 대저택을 개방해서 파티를 열었어. 토르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걱정과 기대로 정신이 없었어.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언제나 로키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지. 혹시나 로키가 오지 않을까라는 마음도 있었어. 그런 토르의 마음을 알았는지 로키가 그 파티에 나타났어. 로키는 파티에 모인 사람들과 다르게 정장차림이 아닌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왔어. 사람들은 수근거렸지만 주위의 시선은 신경도 쓰지 않고 기둥에 기대어 사람들을 둘러보고 있었지. 로키는 전보다 훨씬 더 수척해진 것 같았어. 창백한 얼굴에는 더 깊은 어둠이 내려앉아있었어. 토르는 마음이 좋지 않았으나 왠지 부서질 것 같이 보이는 로키의 모습에 말도 꺼내지 못하고 바라만 봐. 그러다가 토르의 시선을 느꼈는지 서로 눈이 마주쳐. 토르의 눈길을 피하지 않고 로키가 토르에게 다가왔어. 토르는 당황했어. 로키에게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도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정하지 못했는데 먼저 다가오니 어찌 할줄을 몰랐어.

"축하해. 토르."

로키는 웃으면서 토르에게 손을 내밀었어. 토르는 얼떨결에 그 손을 잡았어. 로키가 잡은 손을 위아래로 흔들며 웃었어. 로키는 전에 없이 활달해보였어. 토르의 걱정이었나 싶을 정도로 활달하고 능숙하게 말을 이어갔어. 처음 들어보는 밝은 목소리에 토르는 얼떨떨했어. 그런 토르의 모습을 보던 토르의 부모님이 다가와 말을 건네었어.

"어머, 토르 누구니? 처음보는 친군데?"

토르는 로키를 설명해줄 말을 찾고 있었어. 제 친구에요. 근데 얼마전에 뒤통수를 맞았어요. 제 팔을 다치게 한 것도 그인것 같구요.들리는 소문에는 그가 몸도 판대요. 근데 저랑은 안잔다고 한 애에요...라고 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리고 로키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몰랐으니까. 그는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토르는 기분이 안좋아졌어요. 토르가 머뭇거리는 사이 로키는 굉장히 예의바르고 우아한 태도로 말했어.

"안녕하세요. 토르의 친구입니다. 그리고 수년동안 오딘가문의 은혜를 받았던 학생 중에 하나죠. 언제나 두분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하게 되네요."

오딘부부는 그런 로키를 보며 굉장히 흡족해했어.

"! 자네가 그 1등을 놓치지 않던 훌륭한 학생이군! 자네에게 기대가 많네."

"토르가 이런 똑똑한 학생이랑 친구였다니 몰랐네요."

"토르가 저를 많이 도와주었죠."

로키는 능숙하게 대화를 이끌어나갔어.

"오늘 이런 차림으로 오게 되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이사를 해야했거든요."

로키가 수줍은 듯 자신의 옷을 만지며 말했어. 토르는 한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그들을 보았지.

", 기숙사에 들어가기 위해서인가?"

". 어차피 혼자살려면 그러는 수밖에 없었죠."

"혼자?"

". 며칠 전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셨거든요."

"이런, 유감이군."

그 말을 들은 토르는 깜짝 놀랐어. 로키의 어머니가 아프셨다는 것도 몰랐건만 돌아가셨다니. 그래서 연락이 안되었다는 걸 깨달았아. 그는 로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어. 토르는 로키의 어깨를 두드리며 잠깐 밖으로 나가자고 속삭였어. 그러자 로키가 양해를 구한다며 여전히 우아한 태도로 인사를 고해

"대화 즐거웠습니다. 미스터오딘, 미세스오딘. 이만 친구를 따라나가봐야겠군요."

"그래요. ...이름이?"

". 소개를 안했군요. 전 로키 라우페이. 로피 라우페이의 아들이죠."

로키는 오딘부부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알아차렸어.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토르를 뒤따라 나가.

 

"로키...어머니가 돌아가셨어? 왜 말을 안해준거야?"

"그런 걸 말할 만한 사이였던가? 우리가?"

"하지만 방금전에는.....우리가 친구라고..."

로키는 토르를 향해 비웃어.

"그럼 내가 너 뒤통수를 쳤다고 할까? 아님 니가 내 뒤통수를 쳤다고? 나를 어떻게 소개했음 좋겠어? 교내에 유명한 창녀라고? 아님 내가 널 다치게 했다고?"

"그건........."

"하아. 역시 넌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정말 할 말이 없다."

로키는 뭔가 화를 내다가 한숨을 내쉬면서 나무에 기대. 나무그늘이 로키의 얼굴을 가렸지만 토르는 왠지 로키가 무척 지쳐있다고 생각했어. 자신이 또 무언가를 잘못한 건가? 전전긍긍해하는 토르에게 로키가 말을 해.

"일단 나는 너를 다치게 한 적이 없고 창녀라고 소문이 났지만 한번도 그런 짓을 한 적은 없어. 가난해서 니네집에서 장학금을 받고 있긴 하지만 그 정도로 더럽게 살고 있지는 않아. 이제 그 궁금증이 풀렸어?"

토르는 더욱 할말이 없었어. 사실 로키가 그럴리가 없다고 어렴풋하게 알고는 있었지만 로키에 대한 알 수 없는 감정이 자꾸 로키를 나쁘게만 생각하도록 한 거였어.

"..하지만..너는 날 이용했다고..."

"나를 창녀로 알고 있는 그 애들 앞에서 너와 친구라고 말했어야했다고? 너는 너무 순진하고 멍청해! 차라리 내가 너를 이용하려 드는 나쁜놈으로 보여지는 게 너한테 더욱 나은 선택이었을꺼야! 하지만 너는 결국 나를 믿지 않았지. 심지어 내가 너를 다치게 만들었다고까지 생각했잖아!"

토르는 자신이 너무 미워졌어. 로키는 언제나 자신의 친구였고 오해를 받았지만 착한아이였어. 그리고 자신을 이용하려고 만났다면 그러지 않았을꺼야. 그제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었어. 그리고 이 관계를 다시 정리하고 싶었지. 확실한 것은 토르는 로키가 좋았어.

"나는...나는 대체 어떤짓을 한거지? 너를 믿지 못하고..."

"나의 꿈마저 짓밟았지."

로키는 단정했어. 그의 녹색 눈에서는 분노와 슬픔이 조용히 피어오르고 있었어.

"...로키. 그건 정말 예상밖의 일이었어."

"...아무리 멍청하지만 어떻게 그런 걸 모를 수가 있어?"

"당연히 너가 나보다 우수한 성적을..."

로키는 기가찬 듯 웃었어.

"! 가난한 나와 오딘가문의 너! 대학이 선택할 건 너라는 걸 세 살 먹은 어린애라도 알 수 있다고!"

로키는 드물게 소리를 쳤어. 그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는 것 같았어.

"제발...나를 용서해줘."

토르는 로키를 꽉 안아주려고 했어. 그러나 로키는 그런 토르의 다정한 손길을 세차게 거부했어.

"하지만. 괜찮아. 미안해 할 필요 없어. 이제부턴 내가 너에게 미안할 행동을 할거니까."

로키는 큰 소리로 웃었어. 하지만 토르는 로키의 웃음소리가 비명소리와도 같다고 느꼈어.

"로키...."

토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미안하다는 말 뿐이었어. 로키는 그런 토르는 아랑곳 하지 않고 저택 밖으로 나갔어. 토르는 로키의 뒷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았어. 저택 안에서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토르를 향해 축복과 축하인사를 쏟아냈지만 토르는 처음으로 자신이 외롭다고 느꼈어.

 

토르는 그렇게 자신이 영영 로키와 만나지 못할 줄 알았어. 그런데 간만에 부모님과의 외식에서 부모님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로키를 발견했어. 대체 여기는 왜? 의문이 들었지만 부모님의 무거운 분위기에 묻지도 못하고 로키를 바라보았어. 그 중 오딘이 말을 했어.

"라우페이군. 오늘 보자고 한 용건이 무언가?"

"아마...어렴풋이 알고는 계실거라고 생각해요."

"글쎄...우리는 잘 모르겠네요."

태연한 척 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어. 로키는 미세스 오딘을 바라보며 웃었어.

"저의 어머니는 로피라우페이, 저는 로키라우페이. 보시다시피 어머니의 성을 땄죠. 제 아버지는 제가 태어나고 얼마지 않아서 어머니를 떠났거든요. 그리고 전 그 때문인줄 알았어요. 바로 얼마전까지는."

식탁은 침묵으로 가득 찼어. 오직 로키의 말소리만 들렸어.

"하지만 다른 이유가 있더군요. 임종직전 제 어머니가 말을 했어요- 제 아버지가 따로 있다고. 그는 바로 바로 여기 앉아 있는 오딘회장님이라더군요."

로키는 자신이 할 말을 다 끝냈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토르는 충격에 휩싸였다. 내가 로키와 형제라고? 그런 토르와는 달리 오딘부부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듯 머리를 감쌌다.

", 로키군. 그래. 나는 라우페이를 아네. 무척 사랑스러운 소녀였지 하지만 굉장한..."

"저는! 제 어머니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거짓말을 할 분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회장님."

오딘은 침묵했고 미세스오딘은 조금 울었는지 화장실로 뛰쳐갔어. 난장판이 된 가족의 모습에 토르는 주먹을 쥐었어. 로키는 그런 토르를 보며 입모양으로 무언가를 말했다. 토르는 분명히 그 입모양을 읽을 수 있었다.

"미안. 왕자님."

 

그렇게 간만의 가족식사는 엉망이 된 채 끝이 났어. 다만 로키만이 우아하게 칼질을 끝내고 일어섰지. 하지만 역시 아스가르드 그룹의 수장인 오딘은 그런 로키에게 조용히 무엇을 원하는 지 물어보았어.

"성경에 보면 이런 말이 있죠. 적장자의 권리를 내가 가진 팥죽과 바꾸자고. 제 피의 정당성을 인정해주세요."

오딘은 로키가 그룹을 쥐고 흔들고 싶어하는 것을 알아차렸어. 그의 녹색눈동자에는 분노와 슬픔이 전부였어. 그것이 외로워보였지.그리고 그 눈동자에서 자신이 사랑하던 여인인 로피를 기억해냈어.

 

로피는 오딘의 첫사랑이었어. 그녀는 오만했고 사치스러웠고 변덕스러웠지만 그녀는 언제나 외로워했어. 그 모자람을 채워주고 싶었지. 그리고 사랑했어. 물론 그녀는 오딘을 사랑하지 않았어. 그러나 언제나 오딘은 그녀를 우선시 했고 갈망했어. 언젠가는 자신에게로 그녀를 갖게 되리라는 것을 굳게 믿으면서. 그러나 어느 날, 그녀가 가난한 예술가와 사랑의 도피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분노했지. 사랑했던 만큼 분노가 깊어졌어. 물론 로피가 굉장히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을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행동이 자신을 모욕하는 행위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녀의 집안에 귀뜸을 해주었지. 그녀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도록. 돌아온 그녀를 받아준다면 당신들의 집안을 끝내버리리라고. 그리고 오딘은 참담한 마음을 안은 채 지금의 아내를 만났어. 아내는 정숙하고 현명했으며 오딘을 깊이 사랑했어. 로피와 정반대의 여인이었어. 그런 아내를 오딘은 결국 깊이 사랑하게 되었고 결혼을 하고 아들인 토르를 낳았어.그렇게 로피를 잊는 듯 했어.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만난 백화점에서 로피는 굶주린 얼굴로 보석들을 바라보고 있었지. 오딘은 그녀에게 잘 지내냐고 물어봤어. 그녀는 모욕을 받은 듯 했어. 좀 더 간소한 옷차림이었던 그녀는 전보다는 아름답지 않았지만 여전히 오딘의 마음을 설레게 했어. 오딘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던 로피는 다시 오딘에게 접근해서 자신을 아직도 사랑하냐며 자신에게 저 보석을 사준다면 몸을 내어주겠다고 말했어. 오딘은 화가 났지만 그녀를 취할 수 있는 유혹을 져버리지 못했어. 그녀의 잠든 머리맡에 보석들을 가져다 놓은 뒤 다시는 그녀와 만나지 않았지. 자신의 사랑하는 아내와 토르가 있는 가정으로 돌아갔어. 한순간의 탈선이라고 생각하면서. 다시는 없을 인연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로피는 장난스러운 도피행위가 질렸는지 그녀를 닮은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길 소망했어. 그러나 오딘과의 약속을 기억한 그녀의 집안은 그녀를 받아주지 않았고. 그녀는 그렇게 방황하기 시작했지. 물론 오딘의 귀에도 그녀의 소식은 들렸지만 이미 그녀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들었으며 그는 그저 사랑스러운 아내인 프리가와 자신을 닮은 아들 토르만이 전부가 되었어.그러나 과거는 먼 곳으로부터 다시 되돌아와 오딘의 발목을 잡았지. 오딘은 침묵했으나 로키는 영악하게도 그의 침묵이 인정이라는 것을 눈치챘지. 로키는 그런 오딘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어.

"회장님. 저는 언제나 당신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로키의 어조는 조롱이 가득했지만 로키의 눈을 봤다면 그것은 진심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을 거야. 그런 로키를 바라보던 토르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로키를 끌고 밖으로 나가.

 

"그럴 필요는 없었잖아...어머니는 아버지를 사랑하셨어."

", 불쌍한 여인. 그녀는 자신의 남편이 어떤 짓을 하고 돌아다녔는지 몰랐군."

로키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해. 토르는 자신의 어머니를 모욕하는 로키에게 분노했지. 로키의 멱살을 쥐어. 갑자기 로키는 발작처럼 기침을 하기 시작했어. 마치 로키와 토르가 처음 만나던 날처럼. 토르는 깜짝 놀라 쥐고 있던 멱살을 놓았어. 그러자 순식간에 로키가 평온한 얼굴로 토르에게서 벗어났어. 멍청한 얼굴로 로키를 바라보는 토르에게 로키는 비웃으며 말했어.

"역시 너무 잘 속아. 순진한 왕자님."

로키가 남을 속이는 것에 대해 그리 찔려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지만 토르는 자신과의 추억을 이런 식으로 모욕한 점에 슬퍼졌어.그리고 다시 처연하게 말하지.

"...죄없는 어머니를...혹시 나 때문인거야?"

"하하하. 대체 무슨 자신감이야? 내가 왜? 나는 다만 정당한 내 권리를 요구한 것 뿐이고 그 자리에 너희 가족이 있었던 것 뿐이야. 개미를 밟는데 신경쓰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

토르가 눈물을 흘렸어.

"로키..."

"아니, 호칭이 틀렸어. 이제 우리는 형제잖아? 안그래, Brother?"

토르는 브라더라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로키를 쳐다봐. 그리고 다음 날, 오딘의 대저택으로 로키가 이사를 왔어. 과거의 것들은 모두 버렸다는 듯, 아무것도 들지 않은 채.

 

로키를 환영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오딘은 로키와 마주치지 않았고 프리가는 시름에 잠겨 방에서 나오지 않기를 수일째였어.다만 토르만이 로키를 맞이하였지. 이는 아버지의 명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토르는 로키와 잘 지내고 싶었어.

"로키. 아버지께서 주시는 선물이야."

로키에게 내밀어진 것은 한도가 없는 신용카드였어.

"이것으로 필요한 것을 모두 사라고 하셨어."

로키는 심드렁한 눈으로 바라보다 그것을 집어들고 다시 물어봤어.

"다른 것은?"

"아니..아무 말씀도... 혹시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같이 나가서 사올까? 어차피 너도 신입생이니 필요한 게..."

"됐어. 난 이것으로 족해."

로키는 토르가 처음 봤을 때보다 더 차가운 얼굴이었어. 언제나 햇살이 비추던 토르네는 로키로 인해서 한겨울에 던져진 것 같았지.그러나 토르는 로키의 얼굴에 욕을 해주지 못했어. 어쩌면 방금 아버지께서 아무 말씀도 하지 않았다는 말을 전하자마자 스쳐지나가던 절망적인 얼굴 때문일지도 몰랐어. 그렇게 대학을 입학하게 될 시기가 되자 로키와 토르는 집을 떠날 준비를 했어. 그리고 떠나기 전 날 밤. 토르는 죽어도 잊지 못할 장면을 보게 되었어.

 

"아버지!"

 

토르는 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리러 갔다가 방에 불이 켜져있는 것을 발견했어. 토르는 익숙한 음성을 듣게 되었지. 그것은 로키의 목소리였어. 로키는 아버지에게 무릎을 꿇은 채로 울며 빌고 있었어.

"아버지는 왜 대체 저를 인정하지 않으시는거죠!"

로키의 목소리에는 울음이 섞여 있었어. 언제나 자존심이 높던 로키가 울고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어. 토르는 마치 로키가 작은 어린아이 같다고 생각했어. 사랑을 갈구하는 어린아이였어. 그러나 토르의 아버지는 냉혹했어.

"너의 권리는 인정하겠다. 그러나 너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너에게 이 아스가르드를 넘겨줄 수 없다. 이것은 오롯이 토르의 것이야."

로키는 오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휘청였어. 새하얀 얼굴이 눈물로 뒤덮여있었지. 죽어가는 듯한 로키는 아랑곳하지않고 오딘은 단언했어.

"또한 너는 평생 나의 아들로 소개되지 못할 것이야.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물질 뿐이며 나에게 너에 대한 애정을 바라지 마라. 이것이 나의 답이다."

오딘은 로키를 쫓아냈어. 굳게 닫힌 문에 기대고 울던 로키는 굳어 있는 토르를 발견했어. 그리고 토르에게 달려들었지.

"I Hate You!"

로키의 진심이었어. 로키는 토르를 죽일 듯이 목을 졸랐어. 토르는 죽기를 무척 싫었지만 로키의 손을 뿌리칠 수 없었어. 점점 숨이 조여왔어. 그러나 더 이상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 로키의 안색은 창백했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 같았어. 미끄러지듯 쓰러진 로키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어.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입가로 침이 질질 흘렀어. 처음에는 전처럼 속임수일까 싶었지만 곧 로키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안 토르는 로키를 안아들고 병원을 가기 위해 자동차에 시동을 걸어. 로키는 숨이 넘어갈 듯 굴면서도 핏발 선 눈동자로

"? 이것도 약자에 대한 배려인가?" 라며 소리쳤어.

"닥쳐! 로키! 말하지마!"

"나는.. 니가 정...말 싫어."

로키는 정신을 잃으면서도 증오의 말을 내뱉었어. 토르는 다만 자신이 늦지 않기를 바라며 가속기를 밟았어

 

다행이도 로키는 무사했어. 그저 과도한 스트레스와 그 동안의 부족했던 영양 때문에 온 과호흡 현상이라고 했어. 로키는 호흡기를 달고 있는 상황에서도 토르를 똑바로 보지 않았어. 토르는 한숨을 쉬면서 좀 쉬라고 말하고 들어가. 어쩌면 서로 좀 떨어져 있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지. 그렇게 토르가 떠나는 것을 창을 통해서 바라본 로키는 자꾸만 약해지는 마음을 느꼈어. 하지만 마음을 다잡아. 자기는 복수와 그리고 군림을 원했어. 그것은 어머니의 유언이기도 했지만 자신의 의지였어. 자신의 불행했던 과거를 생각해. 그저 사랑받고 싶었지만 한 번도 어머니는 따뜻하게 안아준 적 없었고 언제나 멸시받고 조롱받았던 지난 삶들을 떠올려. 노력을 해도 돌아오는 것은 비웃음이었던 걸 기억해. 로키는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밤을 떠올려. 로키는 토르에 의해 마음에 상처를 입었어. 그를 좋아했기에 지켜주고 싶었고 그래서 자신을 모욕하는 말도 받아드렸건만 토르는 그런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었어. 차라리 잘된 걸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자신과 토르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었고 정말로 자신은 왕자를 꼬여낸 마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어. 그러나 한편으로는 토르와 함께 있고 싶었던 작은 소망이 그리도 큰 잘못이었던가를 반문해. 그런 로키에게 병원에서 어머니가 위급하다는 소리가 들렸지. 로키는 병원에 갔어. 그곳에서 언제나 오만하던 여인은 쇠약해진 채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었지. 그녀에게 로키가 다가가자 언제 그랬냐는 듯 그녀는 로키의 손목을 부서져라 쥐고는 말했어.

"오딘을 찾아가라! 너는 그의 아들이야."

자신이 오딘의 아들이라니, 토르와 형제라니. 어쩌면 자신이 그 아름답던 가족에 끼어들을 수 있을까? 라는 희망이 잠시 비추었어.그러나 로키의 어머니는 저주를 퍼부었지.

"그리고 아스가르드를 파괴시켜라! 너와 나를 진흙탕에 처박은 원흉을 망가트리는거야!"

로피는 숨을 거두었어. 그녀의 머리맡에는 편지가 하나 있었어. 그녀의 편지에는 증오와 분노가 담겨있었지. 그녀가 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였는지를 알게 된 거야. 로키는 울었어. 차라리 그 사실들을 몰랐으면 좋았으리만을...평범하게 자라고 싶었지만 끝까지 자기자신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든 어머니가 원망스러웠어. 그러나 토르와 동등한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은 무척 매력적이었기에 로키는 어머니의 유지를 따르기로 마음먹어.

그러나 가족은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았어. 오딘부부는 자신을 없는 존재 취급을 했고 토르를 볼때마다 언제나 자신을 동정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야했어. 로키는 화가났어. 게다가 아버지에게 사랑받고 싶었지만 그에 대한 거절로 인해 모든 분노는 자연스럽게 토르에게로 방향을 돌렸어. 그러나 로키는 오늘처럼 토르의 뒷모습에 마음이 흔들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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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편  (0) 2012.10.31
Posted by 우훗우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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