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night
‘제대로’ 잠들었던 날이 언제였던가. 불면의 밤이 열흘이 넘어가고 나서야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있음을 인정해야 했다. 그러나 앓는 소리를 하기에는 뉴욕에 사는 사람들 중 절반은 자의나 타의에 의해 잠들지 못하고 있을 터였다. 스물 네 시간 내내 발광하는 거리의 네온사인들이 그 증거였다. 불면증은 현대인에게 결코 특별할 것 없는 일이었다. 며칠 전만해도 밤을 꼬박 지새우고 창문 너머로 동이 터오는 것을 보며 전시회 준비에 도움이 되리라고 쉽게 생각했다. 누구나 한때 홍역을 앓듯이 불면증도 그처럼 짧게 지나가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낙관이 터무니없는 이야기였음을 얼마 지나지 않아 온 몸으로 체득하게 되었다. 부족한 수면은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고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 위해 억지로 쑤셔 넣었던 음식들은 수면부족에 혀가 굳어 맛마저 느끼지 못하게 되자 도리어 고문처럼 느껴졌다. 그렇지 않아도 건강해보이지 않는다고 핀잔 듣기 일쑤였던 마른 몸은 더욱 살이 내려앉아 심지어 이런 일에 둔감한 형마저 안부를 물을 정도였다. 허리사이즈는 2인치가 줄었고 피부는 까칠하고 푸석해졌다. 안색은 시체처럼 납빛으로 물들었다. 그즈음의 나는 발작처럼 캔버스를 찢어버리기 일쑤였다.
***
“오랜만이네.”
갑작스럽게 찾아 온 바튼은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더니 무언가의 증거를 찾으려는 듯 작업실 이곳저곳을 샅샅이 살펴보기 시작했다. 결국 그에게 망가진 캔버스들을 들키고 나서야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 전시회에 낼 작품이 없다는 것을 시인했다. 역시 그를 속일 수는 없었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나를 담당해오던 바튼의 눈썰미가 아주 좋다는 사실은 업계에서도 정평이 나있다.
“이번 전시회는 미루는 게 어떨까? 대타도 구해놨으니 걱정하지 말고.”
나의 상황을 어떻게 알았는지 바튼은 내게 먼저 전시회의 연기를 제안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안도를 느꼈다. 평소의 나라면 그런 얘기를 듣자마자 이 정도도 못해낼 것 같았냐, 어떻게든 제 시간 안에 끝내겠다며 화를 냈을 테지만 전시하기로 한 스무 점의 작품 중 반절도 완성하지 못한 빈 캔버스들을 보며 어쩌면 나는 그가 먼저 전시회를 미뤄주기를, 아니면 없던 일로 하자고 말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내가 먼저 전시회를 미룰 수는 없었다. 결국 못이기는 척 바튼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는 유능한 사람이었고 그의 판단이 틀린 적은 거의 없었다. 몇 달 전 바튼은 내게 분명한 어조로 말했었다. 이번 전시회를 취소하자고. 그의 제안을 거절하고 전시회를 강행한 것은 나였다. 이번에도 그는 옳았다.
“저, 로키. 그러니까 말이야. 괜찮아?”
대충 계약서를 훑어 본 뒤 그를 배웅했다. 바튼은 현관앞에 서서 답지 않게 머뭇거렸다. 이런 걱정은 우리사이에 어울리지 않았다. 정말이지 이런 어색한 상황은 질색이었다. 그만큼 내 꼴이 말이 아닌 거겠지. 바튼을 얼른 보내고 침대에 파묻혀 잠들고 싶었다. 바튼의 걱정 어린 시선이 느껴졌지만 그에게 괜찮다는 말을 할 여유도없었다. 나는 무작정 고개를 끄덕였다. 몇 번이나 되묻던 바튼은 조심스러운 손길로 어깨를 몇 번 토닥이고서야 밖으로 나갔다.
***
바튼의 훌륭한 일처리 덕분에 별다른 위약금 없이 전시회의 연기가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마치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안 듯 모든 준비를 끝내둔 느낌이었다. 내 이름 대신 다른 사람의 이름이 올라간 포스터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한숨은 여러 감정을 담고 있었다. 서운함, 홀가분함. 그리고 약간의 기대. 마감에 대한 스트레스로 잠들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그 굴레에서 벗어난 지금 잠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잠들 수 없는 밤은 지속되었다.
아침이면 미친 사람마냥 속을 게워낼 때까지 센트럴파크를 몇 바퀴씩 돌았지만 잠이 들기는커녕 갑작스러운 과도한 운동에 몸이 놀랐는지 손끝에서 발끝까지 뼈마디마디가 쑤시는 고통에 더욱 잠을 잘 수 없었다. 녹초가 된 몸이 물 먹은 솜 마냥 축축 늘어지는 것과는 상관없이 잠은 오지 않았다. 운동과 식이요법,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들에 매달려 잘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다녔다. 모두 다 허사로 돌아갔다. 따뜻한 우유나 지루한 음악 따위는 불쾌감만을 불러일으켰고 CT나 MRI로 온 몸을 죄다 헤집어 보았지만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의사들은 모두 정신적인 부분을 짚고 넘어갔다. 그들의 변명에 지친 나는 결국 집안의 주치의였던 배너를 찾아갔다.
“로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는 정신과 의사가 아니라서 잘 모르니까 정신과에 가서 제대로 된 상담을 받는 것이 나을거예요.”
배너는 약에 의존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며 처방을 꺼려했지만 잠들지 못해 겨울의 나뭇가지마냥 말라 비틀어진 내 몰골을 보며 마지막에는 항상 처방전을 내주었다. 말은 냉정하게 했지만 그래도 처방전에 쓰여 있는 날짜 간격을 짧게 하여 방문을 유도하는 걸 보면 그가 얼마나 나를 생각하고 챙기는지 알기에 충분했다.
처음 몇 번은 구걸하다시피 수면유도제를 원했으나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마저도 듣지 않았다. 그러나 그 희고 작은 알약들이 주던 잠의 달콤함을 그리워하며 나는 습관처럼 알약을 집어 삼키고는 했다. 그러나 그 짓도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응급실에 들어가 위세척을 받은 뒤로부터는 할 수 없었다. 자살시도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질책과 지금의 상황을 토르에게 알려야겠다는 이야기에 배너를 찾아가는 것도 관두었다. 이제 다시는 약을 먹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내게 배너는 걱정이 가득담긴 말투로 말했다.
“이러다가 큰일 나겠어요. 로키, 이제 그만 그를 놔줘요.”
배너는 마음을 편하게 먹으라고 충고했지만 좋게 말해서 섬세했고 사실은 굶주린 야생동물마냥 예민하기 짝이 없는 제 성질을 누구보다도 스스로 가장 잘 알았기에 어쩔 수 없는 것임을 알았다. 지금까지 이런 예민한 성격을 원망해 본 적 없었으나 지금만큼은 저주스러울 정도였다.
***
사실, 엄연히 따지자면 잠들지 않은 날은 없었다. 불면은 켜켜이 쌓이다 기면으로 제 형태를 바꾸었다. 사람과 대화를 하다가도 혹은 길을 걷다가도 까무룩 잠이 들고는 했다. 배터리가 방전된 기계가 그러하듯 갑작스레 잠에 빠져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그것은 더 최악이었다. 어떤 예고 없이 불현 듯 잠에 빠져 모든 것을 망쳐버렸다. 언제는 길가에서 그냥 쓰러져서 일어나보니 지갑이 몽땅 털린 적이 있었다.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스타크가 경호원을 붙여주겠노라고 길길이 날뛰었지만 나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렇게라도 잠이 들지 않는다면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런 쪽잠들을 모두 헤아려봤자 두 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이쯤 되자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리 없었다. 제 처지가 돈에 궁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그동안 벌어둔 돈도 있었고 아마 집안에 자신의 재정 상태를 말한다면 평생을 먹고 살만한 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집안에 알리는 것은 싫었다. 성인이 된 이후로 나는 도심에 있던 작업실 겸 주거공간으로 쓰던 스튜디오를 팔고 도심 외곽의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갔다. 어차피 혼자쓰기에 차고도 넘치는 넓은 공간에 있는 것은 잠이 오기는커녕 몸마저 얼어붙을 것 같았다.
점점 사람이 찾아오는 것도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도 힘에 겨웠다. 뉴욕을 사랑했지만 대도시에는 수면을 방해하는 소음들이 사방을 에워싸고 있었다. 나는 점점 더 사림이 없는 곳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나는 결코 뉴욕 근처를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브룩클린의 작은 집을 찾아 정착했다.
이사 온 뒤로는 하루의 대부분을 침대에 누워 잠에 들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보냈다. 집 크기를 줄인 대신 침대는 가장 좋은 것으로 샀다. 어차피 딱딱하든 푹신하든 어차피 쓸모도 없는 것이었지만 최고급 이불에 감싸 안긴 기분마저 양보하고 싶지는 않았다. 책도 읽을 수 없었고 몸을 움직이는 것은 더욱 힘들었다. 무기력한 우울함이 온몸을 감쌌다. 손 하나 까닥하고 싶지 않았다.
***
결국 내가 찾아낸 마지막 수단은 섹스였다. 다행이 이 방법은 제법 효과가 있었다. 나는 매일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섹스를 했다. 처음에는 여자를 불러들였고 이후에는 최소한의 전희와 반복해야하는 허리 짓조차 버거워져 남자를 불렀다. 은밀한 만남을 주선하는 곳에 전화하여 내 몸을 제멋대로 휘두르고 억지로라도 나를 절정으로 이끌어줄 강인한 남자들을 지명했다. 콜걸들에게도 부탁할 수 있었지만 보통의 여자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나를 들고 옮기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남자를 사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아무렴 어떤가. 잠들 수만 있다면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었다.
섹스는 간단했다. 전화를 한 뒤 문을 열어둔 채 가만히 침대에 누워있노라면 어느새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내 몸을 짓누르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눈을 감은 채 내 몸 위를 타고 오르는 남자에 의해 몸을 온전히 맡겼다. 그저 다리를 벌리고 누워 있으면 남자는 알아서 몸의 흥분을 이끌어주었다. 강제적인 사정이 끝나고 졸음이 밀려올때 쯤, 탁자 위에 미리 올려 둔 지폐뭉치를 가리키면 여전히 얼굴도 모르는 남자는 다시 밖으로 나갔다. 씻지도 않은 채 침대 위에 누워 사정 뒤 밀려오는 허무함과 자기혐오감에 휩싸여 괴로워했지만 결국엔 잠을 잘 수 있다면 아무것도 상관없었다. 그런 짓도 토니 스타크의 방문에 의해 막을 내리게 되었다.
“섹스가 필요한 거면 나랑 하자. 나 잘해, 섹스.”
오랜시간동안 그의 가장 친한 친구로 알고 지냈지만 처음 보는 토니의 절박한 얼굴을 보며 나는 조금 웃었다. 그가 조금이라도 안심하길 바라면서.
“바보 같긴. 내가 필요한 건 섹스가 아니라 잠이야.”
나는 전화부에 있던 번호들을 모두 지우고 다시 원래대로의 생활로 돌아갔다. 그리고 아주 가끔씩, 정말 가끔씩 잠을 자고 싶어 못 견딜 때면 토니에게 전화를 했다. 낮이든 밤이든 토니는 바로 달려와 주었고 덕분에 나는 가까스로 잠들 수 있었다.
***
“허니. 나 왔어.”
우리가 하는 것은 데이트가 아니니 몇 번이나 거절했지만 스타크는 오늘도 장미꽃다발과 레드와인을 들고 와 내게 떠넘기듯 건넸다.
“생긴 것만 고양이를 닮은 줄 알았더니. 고양이처럼 작은 상자 안에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는 군.”
스타크는 전보다 작아진 집을 둘러보며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누가 백만장자 아니랄까봐 남들이 보기에는 평범하고 소박한 집을 보며 작은 상자라는 둥 나를 놀릴 때면 나는 그가 들고 온 와인을 잔뜩 따른 잔을 들려줌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 물론 작은 집을 놀리기보단 나를 고양이라고 부르고 싶어 하는 걸 알았지만 일부러 토니의 의중을 모르는 척 했다.
“잘자, My Sleeping Beauty.”
스타크와의 섹스가 끝나고 나면 그는 엉망이 된 시트를 갈고 따뜻한 물수건으로 꼼꼼하게 몸을 닦아주었다. 바로 잘 수 있도록 나를 위한 배려였다. 행위 중에도 그랬고 후에도 토니스타크는 제법 다정한 파트너였다. 나는 피식 웃으면서 그의 말을 비꼬았다.
“로맨틱한 키스가 아니라 여기저기 만지는 변태가 어디의 누구더라?”
토니 스타크는 좀처럼 침대에서 나오지 않는 나를 부를 때 잠자는 숲속의 공주라며 놀렸는데 짐짓 야멸차게 쏘아도 스타크는 주눅 들지 않고 능글맞게 웃으며 이내 몸을 붙여왔다.
“와우, 방금 너 스스로를 공주라고 시인한 거야? 천하의 로키 오딘슨이?”
나는 질렸다는 듯한 표정을 짓다 토니를 무시하며 눈을 감았다. 자신이 말싸움에서 이겼다는 것을 안 토니는 낮게 웃다가 나의 수면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침대를 떠났다. 이렇게 장난스럽게 나의 나태함을 꾸짖으면서도 아침이면 갓 구운 크루아상과 싱싱한 제철 과일을 잔뜩 담은 쟁반을 침대까지 들고 왔다. 스타크의 말을 빌리자면 ‘어떤 여자한테도 해준 적 없는’ 서비스였지만 그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날이 갈수록 입으로 음식을 넘기는 것이 힘들어졌다. 깔깔한 목을 붙잡고 짜증스럽게 고개를 젓는 것으로 아침식사를 거절하면 스타크는 내 입안으로 포도 알 몇 개를 밀어 넣었다. 몽롱한 와중에 어쩔 수 없이 입을 우물거리면 스타크는 낄낄거리며 입가로 흘러내린 과일즙을 핥아주었다. 이런 것도 나쁘지 않았다. 여전히 잠드는 것은 힘들었지만 그것을 제외하고 나면 괜찮은 생활이었다.
***
오늘도 잠을 자지 못했다. 세면대 위의 거울을 들여다보자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얼굴을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눈 아래의 그늘이 더욱 짙게 내려앉았다. 창밖으로 희붐한 새벽빛이 밝아왔다. 스타크의 손목에서 작게 진동하는 알람을 보며 나는 스타크를 깨우지 않도록 조심하며 다시 침대 위에 누웠다. 이내 잠에서 깨어난 그가 눈을 감은 내 이마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잔뜩 예민해진 청각이 그가 조심스럽게 출근을 준비하는 모든 행동을 알아차렸지만 눈을 꼭 감고 자는 척을 했다. 오늘도 잠들지 못했다는 것을 토니에게 차마 알릴 수 없었다.
***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침대 위에 누워 스타크가 하는 일을 지켜보았다. 부족한 수면은 모든 것을 귀찮고 짜증나는 일로 받아들이게 했다. 허벅지 사이를 꼼꼼하게 닦아주는 손길이, 조심스럽게 내리누르는 입술의 감촉이 모두가 불만스럽게 느껴지고는 했다. 몸은 겹쳤지만 마음은 줄 수 없었다. 그것을 미안해하기에는 내가 너무 힘들었다. 스스로도 이기적이라고 생각했지만 머리로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고 몸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힘들었다. 정말, 이러다가는 죽을 것 같았다. 아니, 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모르지.
“죽으면, 편하게 잘 수 있을까?”
“뭐? 죽으면? 그런 개소리 하지 마.”
무심코 내뱉은 말에 토니는 진심으로 화를 냈다. 그의 심각한 얼굴을 보며 나는 그만 말해야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파괴적인 욕구가 치솟았다. 정말 누구든 상처 입히고 싶었다. 그것이 나여도 좋았고 그여도 상관 없었다.
"벌써 삼 일째야! 한숨도 못잤어, 넌 내 맘을 몰라!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고 싶어!”
“진짜 죽여줘? 그렇게 스티브가 보고 싶은 거야?”
스티브. 그 이름이 토니의 입에서 나온 순간, 나는 결국 진실과 마주했다.
스티브 로저스. 내 연인, 내 사랑. 나의 유일한 안식처.
사실은, 잠들지 못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스티브의 죽음은 나에게서 잠을 앗아갔다. 그러나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은 이미 끝냈다. 지금의 나는 그저 잠을 자고 싶을 뿐이었다. 잠들고 싶었다. 세상과 단절된 채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은 채 오롯이 잠에 빠져들고 싶었다. 나는 토니를 향해 날카롭게 소리쳤다.
“그 이름 말하지 마! 감히, 어떻게!”
“아니, 몇 번이고 말해주지. 스티브 로저스는 죽었어! 그러니까, 너도 이제는! ”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집어 토니를 향해 던졌다. 그러나 화낼 기력도 없어 금세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눈앞이 흐려지는 것이 느껴졌다.
“내 집에서 나가.”
나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떨리는 손을 들어 문을 가리켰다. 엉망이 된 얼굴을 토니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가 내 얼굴을 본다면 다시 돌아올테니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이 비틀린 우리 사이를 다시 돌릴 때라고 생각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다시는 토니가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러나 토니를 욕할 수 없었다. 그도 할 만큼 했다. 이건 명백히 내 잘못이었다.
천천히 바닥을 더듬으며 침대 위로 기어 올라갔다. 푹신한 이불을 한가득 품안에 움켜쥐고 눈을 감았다. 볕에 말려 따뜻하고 밝은 햇살의 냄새가 가슴 안에 가득 퍼져나갔다. 마치 스티브에게 안긴 기분이었다. 그러나 스티브는 이제 없었다. 그것을 깨닫는데 너무도 오랜 시간을 낭비했다. 이제야 비로소 혼자가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잠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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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공님ㅠㅠㅠㅠㅠ리퀘이옵니다.
완성은 오래 전에 했지만 차마 드리기에 민망한 글이라 이리저리 다듬다보니 벌써...(암전
쓰면서도 이런 글로도 괜찮은 건지;;; 뭔가 제 취향이 잔뜩 들어간데다 난해한 전개ㅇㅁㅜ)네요. 설명을 해보자면 연인이었던 스팁이 죽고 불면증에 시달린 로키랑 로키를 짝사랑(..)했던 오랜 친구인 토니가 로키의 불면증을 치료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메디컬물!(아님
허허허 여튼 듀공님이 기억하실지 모를정도로ㅠ너무 오래지났지만ㅠ 리퀘를 드, 드리오니 거절하지 마시고 재밌게(?)봐주시길!
+ 근데 이 정도는 15금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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