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 타노스로키타노스

글/짧 2013. 10. 21. 00:13

Queen & Princess


소녀는 우주를 떠돌다 한 행성에 불시착하였다. 차가운 얼음과 바위들로 이루어진 행성은 평생을 좋은 것들에만 둘러싸여있던 소녀의 눈에는 쓰레기더미에 불과했지만 아무도 없다는 것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 그곳에 머물기로 결정했다.  현재 소녀에게는 고독이 필요했다. 자신에게 갑자기 닥쳐온 불행을 마음껏 음미할만한. 


그러나 몇걸음 걷지 않아 소녀의 동그란 이마에 주름이 갔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해야하는 일은 소녀에게 익숙치 않은 일이었다. 오직 홀로 있어야만 하는 행성에서 세상에서 제일 징그럽게 생겼을 괴물 무리들과 맞닥트렸다. 그들은 서리거인들보다 더 불결하고 천박하게 느껴졌다. 특히나 그 쉭쉭거리는 숨소리라니. 말이 통하지도 않는 야만적인 종족이었다. 소녀는 훌륭한 전사였지만 그들의 모습에 그만 싸울의욕이 사라졌다. 그저 그들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소녀는 여왕을 만났다. 그녀가 여왕임을 알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그녀만이 가장 높은 곳에 앉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결코 이런 미개한 종족에도 왕이라는 제도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에게 왕이란 오딘과 그리고 토르뿐이었다. 소녀는 얼굴을 굳혔다. 지금 이순간에도 아버지와 오라비를 떠올리는 자신이 어리석게만 느껴졌다. 

얼음과 바위들로 뒤덮인 행성의 가장 꼭대기에는 푸른 빛으로 빛나는 왕좌가 있었여왕은 소녀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붉은 피부와 푸른눈을 가진 여왕은 금발과 흰 피부를 가진 애시르들만 보던 로키의 눈에는 낯설게만 보였다. 그럼에도 아름답다는 생각을 잠시 들겠금 하는 마성을 가지고 있었다. 소녀를 내려다보던 여왕이 붉은 입술을 열었다. 예상 외로 희고 가지런한 잇사이로 뱀처럼 유연한 혀가 오르락 내리락 했다. 여왕은 소녀의 눈에 스쳐지나가는 순수한 경멸을 읽어냈다. 



"너는 나를 이해할 수 없겠지."


여왕의 목소리는 위엄있었지만 고독의 밑바닥에서 들끓는 목소리였다. 소녀는 그것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알았다. 여왕은 그녀보다 더 높이 있었고 더 오랫동안 고독한 우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로키는 짐짓 


“내가 너를 이해 할수 있을 리 없잖아?”


소녀는 도통 이해 할 수 없다는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아스가르드의 적법한 후계자였어. 저런 괴물들의 여왕으로 있는 너와 내가 같을리가 없잖아?"


소녀의 건방진 말투에 여왕의 발 아래 숨죽이고 있던 그녀의 충성스러운 병사들이 고개를 들고 저마다 흉측한 아가미사이로 점액질을 뿜어댔다. 그러나 흥분한 수천의 병사들 사이에 둘러싸여있어도 소녀는 여전히 태연자약했다. 여왕은 소녀는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저 보잘것없고 연약한 생명체가 어떻게 감히 자신에게 대들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자신의 앞에서 고개를 뻣뻣히 들고 있는 소녀에게 흥미로운 감정이 생겼다. 여왕의 가늘고 미끌거리는 손가락이 톡톡 왕좌를 두들겼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권력자들이 그러하듯 여왕은 결코 관대하지 않았다. 빈번하게 화를 냈으며 그때마다 수많은 행성들이 우주의 먼지가 되어 사라져갔다. 하지만 저 건방지고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에게는 화가 나지 않았다.


"귀여운 아이야. 선물을 주고 싶구나."


여왕이 손가락을 까닥이자 그녀의 발치에 무릎꿇고 있던 한 병사가 석관을 가져다 바쳤다. 여왕의 손짓에 석관이 열리자 그 안에서 황금과 푸른 보석으로 이루어진 셉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녀는 그것이 홀 과 같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의 궁니르나 토르의 묠니르와 같은 무기가 자신에게 생긴 것에 기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여왕은 소녀의 미소가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영악한 소녀는 여왕이 자신을 사랑스럽게 여기는 것을 알아차렸다.


"네, 용모가 변했구나."


여왕은 크게 놀라워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푸른 눈을 닮은 피부와 자신의 붉은 피부를 닮은 붉은 눈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소녀는 여왕의 푸른눈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당신을 알게 되고, 당신을 이해하게 되고. 결국 나도, 당신과 같은."


봄날의 새싹처럼 반짝이던 초록빛 눈동자는 붉은 빛으로, 그리고 어느 새 겨울의 서리처럼 푸른 빛으로 변해버렸다. 하늘이나 바다같은 색이 아니라 한없이 차갑기만 한 푸른색이었다. 그녀의 눈동자와 닮은.


"괴물이 되어버렸나봐."


여왕은 소녀를 향해 환하게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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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훗우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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