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회장중구?] 냄새

글/짧 2013. 8. 11. 16:38


냄새

 

열 아홉. 남자를 만났던 내 나이가 그쯤이었을 거다. 중학교도 때려치우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만났다. 남자에게서는 좋은 냄새가 났다. 그래서 따라 갔던 것 같다. 기집년도 아니고 쪽팔려서 진짜. 뭐 다른 이유를 대보자면 남자를 따라가면 그치처럼 좋은 양복과 구두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들이 남자를 두려워하는 것이 좋았다. 남자를 따라가면 그처럼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길바닥에서 태어난 돼먹지 못한 인간이었기에 가질 수 있는 것은 다 가져야만 직성이 풀렸다. 저 남자 밑으로 들어가면 가질 수 있는 게 많아질 것임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싸움에는 자신 있었다. 돈 떼먹은 돼지 같은 놈들의 주둥아리에 시멘트를 붓고 쥐좆같은 놈들한테 기집년들을 바쳤다. 욕심이 점점 났다. 내 예상대로 남자는 많은 것을 내게 주었다. 즐거웠다. 남자는 흡족해했다. 가끔씩 한숨을 쉬었지만 그뿐이었다. 한숨은 담배연기로 가려졌고 남자의 위신이 흔들릴 일 따위는 없었다.

 

남자는 잠을 잘 자지 못했다. 그럴 때면 남자는 나를 불렀다. 남자는 내가 자기의 첫 사람이라고 했다. 나보다 먼저 조직에 들어간 이들은 많았다. 그러나 남자가 믿었던 것은 오직 나뿐이었다. 나보다 먼저 들어왔던 놈들은 어느 순간 수술을 당해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어있었다. 남자는 이상하게도 식구들을 잘 믿지 못했다. 아니 아무도 안 믿었다는 것이 맞을지도 몰랐다. 불만이 많은 이들도 있었지만 내 앞에서 함부로 입을 놀린 놈들이 어떤 식으로 나자빠졌는지를 알고 난 이후로는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몇몇 놈들은 뒤에서 남자와 나의 관계에 대해 더러운 입을 놀렸지만 남자도 나도 그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우스운 일이었다.

무식한 새끼들. 남자는 여자를 좋아했다. 그것도 제 딸 뻘의 어린 여자애를 좋아했다. 여자들은 자주 갈아치워졌다. 그럼에도 철없는 년들은 자신의 젊음만 믿고 끝없이 욕심을 부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아파트 하나, 가게 하나로 정리되는 자신들의 처지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패악을 부리기도 했다. 그 뒤처리도 내 몫이었다. 그러고 보니 남자가 죽기직전 만나러 가려 했던 여자가 생각났다. 용케도 몇 년 째 남자의 곁에 있던 여자였다. 여자는 얼굴이나 몸매가 끝내준다던가 하지 않았지만 남자는 여자를 꽤나 소중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자연스레 나도 여자에겐 좀 더 조심히 굴었는데 그것이 기분 나쁘지 않았다. 아마도 그 여자가 남자와 닮은 냄새가 났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남자는 우아한 것을 좋아했다. 차분한 말투, 바른 행동거지를 중요시 여겼고 문신을 가진 사람들은 천박하단 시선으로 내려 보았다. 점차 우리 조직에는 문신한 새끼들이 사라졌다. 처음에는 조폭새끼가 까탈스럽게 군다며 남자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던 선배들도 결국에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밀려나가는 강물이었다. 남자가, 아니 우리가 옳은 것이였다. 나는 남자가 자랑스러웠다. 남자를 닮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정청 그 새끼를 조직에 들였을 때는 이 남자가 드디어 노망이라도 난 게 아닌가 싶었다. 천박한 말투와 싸구려 취향들. 뒷골목의 들개로 자란 흔적이 역력한 정청은 남자가 좋아하는 타입이 결코 아니었다. 나는 정청이 좆나게 싫었다. 뭐가 싫었냐면 그래, 나와 비슷한 냄새가 났다. 향수냄새로도 가려지지 않는 나의 냄새는 문득문득 나의 기분을 바닥까지 끌어내렸다. 그런 주제에 그 새끼는 가지고 싶은 것을 너무 손쉽게 꿀꺽꿀꺽 삼켜댔다. 아귀 같은 새끼. 제 옆에 이자성을 끼고 사는 것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성에게는 남자와 같은 냄새가 났다. 정청보다는 이 새끼가 더 두려웠다. 정작 남자는 이에 대해 모르는 것 같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언제나 조심성 많고 의심 많던 남자가 미래를 예측하지 못했던 것은 아마도 같은 냄새가 낫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제 냄새라고 착각했었는지도 모르지. 나는 끝까지 자성을 아군으로 삼아야할지, 아니면 적으로 삼아야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랬기에 결국 이 사단이 난 거다.


시이발.


입에서 욕이 떨어지지 않았다. 남자는 내가 욕하는 걸 싫어했다. 입에서 쌍자음이 나올 때마다 미간을 찌푸리곤 했다 그래도 내가 욕할 수 있는 건 이뿐이지. 안 그렀수? 영감? 맑은 하늘이었다. 필터 끝까지 담배를 빨아 당겼다. 허파안으로 알싸한 향이 맴돌았다. 남자는 담배를 피는 주제에 담배냄새를 싫어했다. 결국 그 여자를 만나면서 담배도 끊었다. 이 맛있는 걸 끊다니. 멍청한 노인네. 만수무강하실려고 담배도 끊어놓고 결국 그렇게 허무하게 가버리다니.


죽기 딱 좋은 날씨네.”


사실 나는 무서웠다. 죽는게 무서운 게 아니라 그 새끼들한테 개처럼 매달리고 목숨을 구걸할까봐. 태생이 태생인지라 더럽고 비굴한 본성이 나올까봐 무서웠다. 그런 쪽팔리는 짓은 남자를 처음 만났던 날 그의 다리에 매달렸던 것만으로도 족했다. 이를 악물었다. 신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아서 턱이 다 뻑뻑해지도록 이를 꽉 물었다. 아찔했다. 부운 눈 사이로 땅바닥이 보였다. 너무 높은 곳까지 올라와버렸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이제 곧 볼 수 있겠구려.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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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휘님. 온리전 힘내세요!!!! 석회장중구? 라고 해야하나 무언가의 번데기입니다...하하하 너무 늦게 드려서 죄송합니다ㅜㅜㅜ 석회장중구...에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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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훗우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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